“주변에 이용 가능한 차량이 없습니다.” 출퇴근 시간이나 늦은 밤 모바일앱으로 택시를 불러본 사람이라면 안다. 한 번에 택시와 매칭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이다. 어렵게 택시를 배정받더라도 승객은 불안하기만 하다. 특히 외곽지역으로 빠지는 경우에는 규정속도를 초과해 운행하는 경우도 있어 불안하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는 택시를 이용하는 고객의 이런 고민을 해결하려 노력했다고 말한다.
기업의 탄생 배경은 ‘청각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했지만, 지금은 장애인의 고용 창출은 기본이고 교통약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만족스러운 이동수단을 경험하도록 서비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8년 4월에 설립한 코액터스는 2020년 8월 고요한 모빌리티(고요한M)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현재 다양한 형태의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설립당시 처음 론칭한 서비스는 청각장애인 택시 운전기사 창출을 목표로 한 ‘고요한 택시’였다.
대학생 시절 우리 주변의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자는 미션을 지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창업을 시작하게 된 송민표 대표는 컴퓨터공학 전공자답게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
해외에서 앱으로 하는 차량호출 서비스가 활성화되던 당시, 국내는 길에서 택시를 잡는 승객 비중이 60%가 넘었기 때문에 청각장애인이 택시 운전을 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미국에서만 6000명 이상의 청각장애인이 우버를 통해 운수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싱가포르에서는 그랩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300명 이상의 청각장애인이 활동하고 있던 때였다.
송 대표는 해외의 청각장애인 택시기사가 필담으로 승객과 소통하는걸 보면서 ‘기술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필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만 해결한다면 청각장애인들도 충분히 택시기사로 근무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개발한 기술이 태블릿PC를 활용한 ‘택시 내 승객과 청각장애인 기사의 의사소통 도구’다. 택시 앞좌석과 뒷좌석에 태블릿 PC를 각각 설치한 후 연결해 승객과 택시기사의 소통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블랙캡’ 도입, ‘복지차’ 렌트서비스…교통약자까지 품는다
코액터스가 고요한M 브랜드로 직접 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들면서 가져가고자 하는 가치는 ‘유니버셜 모빌리티(Universal Mobility)’다. 여기에는 장애·비장애인을 넘어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정’하게 대하겠다는 기업 신념이 함축적으로 들어있다.
우선, 장애·비장애 여부를 따지지 않고 채용한다. 현재 코액터스에서 근무하는 택시 드라이버 70여명 중 60%가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등이다. 하지만, 누구나 고요한M의 택시기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통과해야만 한다. 범죄이력 여부 확인은 기본이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운수종사자에 대한 기본자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회사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주행 테스트에도 합격해야 한다. 까다로운 채용과정에도 택시기사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월급제로 운영하고 있어 사납금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승객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안전운전과 고품질의 서비스 제공에만 신경쓰면 되기 때문이다.
승객에게도 ‘유니버셜’의 가치는 똑같이 통용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차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펼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배차 역시 먼저 ‘호출’한 고객 순으로 진행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차량 구조가 장애인들도 탑승하기 쉽게 돼 있다. 수동휠체어도 트렁크에 들어갈 수 있도록 QM6, 아이오닉5 등 SUV 차량을 주력으로 운행하고 있고, 2021년에는 영국 런던의 상징인 ‘블랙캡’ 차량 2대를 도입해 작년 4월부터 정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코액터스가 도입한 블랙캡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으로 유해가스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며, 교통약자를 위한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반영돼 있다. 슬라이드 레일이 탑재돼 있어 휠체어에 앉은 그대로 탑승할 수 있고, 유모차도 손쉽게 들어간다. 교통약자에게 최적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항상 예약이 끊이지 않는다고 송 대표는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블랙캡을 예약하려면 적어도 5~6일 전에는 서둘러야 한다.
블랙캡을 1년 정도 운영하고 나서 송 대표가 깨달은 점은 반드시 택시가 아니어도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추진 중인 사업이 ‘복지차’ 렌트서비스다. 기아차의 레이나 카니발 차량을 개조한 복지차를 렌트상품으로 제공하면 블랙캡이 필요했던 교통약자 고객들에게 더욱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올해엔 이 사업에 집중적으로 매진할 계획이다.
비장애인 고객의 만족도도 높다. 고요한M 택시의 재이용 비율이 높은데,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2.2회 이상 이용한다. 특히 가입자 수를 보면 MZ세대가 72.17%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20~30대 여성의 비율이 30%다.
‘고요하고, 따뜻하고, 안전한’ 서비스 지향…B2B도 활발
송 대표는 ‘이동의 본질’에 집중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거라 자신했다. 이름처럼 ‘고요한’ 서비스는 기본이고, 따뜻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지향하기 때문에 ‘잘못된 길로 가면 어쩌지?’, ‘택시 안에 퀴퀴한 냄새가 나면 어쩌지?’, ‘운전기사가 말이 많은 분이면 어쩌지?’와 같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앱에서 2시간 전에만 예약하면 원하는 시간에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장시간 차량 이용이 필요하거나 여러 곳을 공유할 땐 ‘시간 대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병원 동행 매니저 서비스를 선택하면, 자택에서부터 병원까지 병원 동행 매니저와 함께 이동이 가능하다.
B2B 서비스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회사 임직원의 이동서비스를 돕는 기업용 운송서비스인데, 주로 업무미팅으로 이동하거나 야근 시 활용된다. 특히 장애인표준사업장인 코액터스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연계고용 제도를 통해 이용금액의 최대 50%까지 장애인고용부담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코액터스는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두바이 엑스포 2020의 혁신 및 파트너십 프로그램인 엑스포 라이브(Expo Live)에 선정되며 해외에서도 사회혁신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송 대표는 앞으로도 더 많은 고객에게 코액터스의 가치를 선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