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임신·출산 경험이 제품개발 모티브 됐죠”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힐링’을…㈜주 안영주 대표 

 

“이거 되게 신기하네요~. 몇 번씩 내리는데도 진한 향기가 여전해요. 어떻게 만든거예요?”

“어머! 나 이런 거 필요했어. 무릎 보호대는 없어요?”

주식회사 주(JOO Inc.)의 안영주 대표가 해외 박람회와 국내 행사장의 관람객 반응을 소개하며 전한 말이다. 임신과 출산 후 몸과 마음의 다양한 변화를 경험했다는 안영주 대표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하다고 느꼈던 제품을 직접 개발해 세상에 내보였다고 한다. 그러자 의외로 임신과 출산을 한 여성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찐’ 반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안영주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임신에서 출산까지 쉬운 과정이 없었다. 입덧 때문에 물도 마시지 못해 배즙으로 연명하다시피 했고, 갑상선에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저하증이 왔다 갔다 하면서 피부 소양증까지 생겼다”며, “아이를 낳고 나서는 손목과 어깨, 골반이 틀어져 아팠고, 자궁 쪽도 안 좋아져서 관련 제품들을 많이 써봤다. 하지만, 뭔가 하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제품 개발 동기를 밝혔다. 

“월 30만원만 벌어보자”…‘경단녀’에서 사업가로  

결혼 전 안영주 대표는 하고 싶던 것은 반드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패션산업학과를 나왔지만, 워낙 문화콘텐츠를 접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대학로에서 뮤지컬도 하고, 독립영화의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다 결혼과 동시에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면서 갑자기 일을 그만두게 된 케이스다. 

안 대표는 “결혼 후 전주로 이주했는데, 내가 소음에 익숙한 사람이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대낮인데도 밖에 사람이 없는 것에 큰 문화충격을 받았다. 거기서 오는 소외감과 단절감이 컸다”며, “게다가 큰 아이를 낳고 혼자 육아를 하다 보니 사람이 무기력해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결혼 후 7~8년이 흘렀을 시점,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 전자상거래로 해외에 물건을 파는 크로스보더였다. 

안 대표는 “남편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30만원만 벌어보자는 소박한 마음으로 동남아에 물건을 파는 일을 시작했다. 사업자금은 남편이 쥐여준 200만원이 전부였다. 집에서 너무 힘들어하니 하고 싶은 거 해보라는 남편의 작은 배려였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잘 됐다”며, “2017년 당시 경기도 좋았고, 환율도 좋아서 한 달에 3000만원씩 매출이 났다. 부가세 신고를 하며 3개월 치를 봤더니 1억원이 좀 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브랜드에서 물건을 안 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도매처에 가면 리뉴얼을 한다며 없다고 하더라. 알고 보니 리뉴얼을 하면서 직접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닌가. 유통하는 사람들의 끝은 제조업이고, 제조업을 하는 사람들의 끝은 유통업이라는 말이 있다. 당시 나도 내 물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고 업계에 뛰어든 계기를 털어놨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위해 인천테크노파크(인천TP)에 입주한 안영주 대표는 그곳에서 진행하는 모든 창업 관련 교육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경영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고, 내가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 하던 때였다. 하지만, 일 년 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사업계획서 쓰고, 조언을 받으면서 내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섰다”고 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만든 제품…보편적 공감 얻어

개인사업자를 폐업하고 2019년 주식회사 주를 설립한 안영주 대표의 첫 제품은 아이가 손톱 깨무는 것을 방지해주는 화장품이다. 

안 대표는 “해외에서 천연으로 소문난 제품을 써봤는데, 3~4년이 지나고서야 천연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식품첨가물로 식품 카테고리에도 들어갈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면 아이에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품 기획대로 실물을 만들어줄 파트너가 필요했다. 이때 평소 친하게 지낸 택배소장으로부터 한 화장품 연구소를 소개받고 찾아간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한다. 

안 대표는 “처음 소개받았을 때는 화장품 회사인 줄 알고 찾아갔는데, 막상 가서 만나보니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화장품 연구소였다”며, “한번 부딪혀보자는 마음에 화장품으로도 쓸 수 있고, 식품첨가물로도 쓸 수 있는 원료들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전했더니 관심을 보였다. 알고 보니 연구소의 대표님과 소장님 다 5~6세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여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개발비도 없어서 사업계획서가 통과되기까지 7개월이나 기다렸어야 했는데 감사하게도 연구소에서 단 두 달 만에 개발을 끝내줬다. 다행히 사업계획서가 통과돼 개발비를 줄 수 있었다”며, “제품을 만든 후 미국에 있는 회사에서 펀딩도 받을 정도로 반응이 있었다”고 뿌듯해했다. 

이후 화장품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안영주 대표는 2021년도 인천대 뷰티산업학과에 진학하며 석사학위를 밟았다. 특히 그는 화장품의 질감과 향에 관심을 기울였다. 

안 대표는 “공부하다 보니 향료 때문에 화장품 트러블이 나타날 확률이 60~70%나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화장품 산업이 환경에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향료 때문이다. 향료를 넣는다는 것은 화학적인 과정을 거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서울시 뷰티비즈니스 아카데미에서 맞춤형 화장품을 실험을 통해 가르쳐준다는 소식을 듣고, 12주간 수업을 들었다. 

그러며, 화장품에는 화장품 원료에서 나는 특유의 베이스취라는 것이 있고, 베이스취를 덮기 위해 향료를 넣는 것이 화장품 제조의 기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즉, 무향이라고 해도 뭔가의 향을 넣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안영주 대표는 1년간 레시피를 연구한 끝에 비건 화장품을 개발했다. 보습에 좋고 피부장벽은 강화해 주면서 흡수가 빨라 끈적이지 않는 베이비 크림, 바디 크림 등이 대표적이다. 젖몸살케어와 단유 시 가슴 관리에 사용하는 캐비지 크림도 인기다. 캐비지 크림은 양배추 추출물 85.6%와 민감한 피부에도 좋은 보습 성분인 파테놀, 소염 진정 케어에 도움을 주는 자주개자리추출물, 브로콜리추출물, 밀싹추출물, 유채추출물이 함유돼 있다.     

제품 중 유일하게 향이 들어가는 제품은 올해 3월 중 출시 예정인 고체 향수 3종이다. 알레르기 성분을 걸러낸 논알레르기 퍼퓸으로, 그 안에서도 최대한 향을 배제했다고 한다. 

안 대표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또, 엄마들이 잘 씻지 못할 때도 많다. 게다가 아이랑 있다 보면 화장품의 자극적인 성분이 신경 쓰이기도 한다”며, “고체 향수는 문질러서 립밤처럼 바르면 되기 때문에 뿌리는 것보다 공기의 퍼짐이 적어 아이에게 가는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소개했다.

손목, 발목, 골반 등 산후 보호대 3종은 나이대를 불문하고 관심을 받는 제품이다. 특히 접힘이나 박음질이 있으면 사용감이 불편하고, 압박되는 부위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 점에 유의했다고 한다.

안영주 대표는 “오프라인 행사를 나갈 때마다 완판된다. 국내 생산, 국내 제조라는 믿음도 있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기능성이 첨가되거나 저가의 보호대인 경우 잘못하면 압박은 잘 안되고 오히려 뼈가 아픈 경우가 있다”며, “우리 제품은 4cm의 밴딩 사이즈로 보정력은 좋으면서 활동성은 강화했다. 특히 50~60대 어머니들이 좋아한다”고 자신했다.

행사장을 다니면서 중장년 여성의 폭발적인 관심과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현재 무릎 보호대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안영주 대표는 오는 4월 안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찬물에도 잘 녹는 커피, 캡슐로 간편히 즐기는 티

지금의 라인업이 구축된 시기는 2022년 12월이다.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반응은 뜨겁다. 특히 루이보스, 캐모마일, 생강차 등 티캡슐 3종과 커피 등 식음료 제품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안영주 대표는 “젊은 여성들에게는 디톡스 차로 많이 알려졌지만, 유기농 루이보스 차가 양수를 맑게 해준다. 실제로 입덧에도 도움이 돼 병원에서도 권해 임신했을 때 많이 마셨다”며, “또, 캐모마일과 생강도 원물 자체에 카페인이 없고,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와 있으면 물을 끓이는 것조차 부담스럽다. 게다가 아이가 돌아다니다가 끓는 물에 다칠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며, “코로나19 이후에 한국에 머신이 많이 보급됐는데, 이참에 차를 끓이지 않아도 되도록 캡슐화했다”고 티캡슐을 개발한 이유를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임신성 당뇨나 임신중독증을 염려하는 산모들을 배려해 생강차에는 꿀이나 설탕을 넣지 않았다. 특히 티캡슐 개발 시 안영주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컵에 담기는 양이다. 

그는 “기존에 나와 있는 커피 캡슐을 에스프레소로 추출하면 소주잔용 종이컵에 1/3정도 나온다. 룽고(Lungo)로 내려도 큰 종이컵의 반 정도밖에 안 찬다”며, “한국인 정서상 차를 마신다고 하면 머그잔을 떠올린다. 우리 제품은 특수공법으로 원물을 가득 넣었고, 4~5명이 함께 티타임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여러 번 추출이 가능해 가성비 면에서도 뛰어나다”고 자신했다. 참고로, 티백에 들어있는 원물 함량은 0.3~0.5g 정도인데, 주에서 나온 생강차의 경우 5.7g이다.  

커피도 분말로 된 커피만 넣으면 얼음물이라도 사르륵 녹아내리기 때문에 편리성과 맛을 모두 잡았다. 이런 노력으로 작년에 참가한 세계 최대 식품전시회 중 하나인 타이팩스(THAIFEX ANUGA ASIA 2023)에서 파이널리스트 2023(Finalist 2023)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안 대표는 “타이팩스에서 얼음을 준비하지 못해 그냥 찬물에 보여줬는데 커피가 금방 녹아내리는 것을 보고 되게 신기해했다”며, “태국에서는 진하고 뜨거운 커피만 먹는 줄 알았는데, 엘리트를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가 많이 알려졌고, 한국처럼 아이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기술력이 없어서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든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현지 반응을 설명했다.  

차 역시 마찬가지다. 캐모마일의 향에 그 넓은 행사장에 있던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박람회에 참가했던 글로벌 식품업체에서도 어떻게 만든 거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였다. 

생강차 역시 너무 쓰지도, 맵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달지도 않아 좋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한다.

현재 주에서 나온 제품은 온라인 자사몰과 아마존, 이베이, 라자단, 쇼피 등 글로벌 쇼핑몰에서 만날 수 있다. 티캡슐과 커피는 인천공항 면세점에도 입점했다. 올 3월 안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도 입점할 계획이다. 

“임신·출산 명품브랜드 될 것…환경에도 도움을”

임신·출산을 겪은 엄마와 아기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주에서 나온 제품의 모든 패키지는 사탕수수로 만든 어스팩(earth pack)과 심층 해수 특정 온도에서 생분해되는 튜브로 만들었다. 

캡슐도 옥수수전분으로 만들어 일반쓰레기로 버리거나, 원물은 음식물 쓰레기로 배출하고 나머지는 일반 쓰레기로 버려도 된다. 티캡슐의 경우 캡슐을 꽂아놓는 컨테이너도 사탕수수 종이로 만들었다.  

안영주 대표는 자신이 힘들었던 만큼, 임신과 출산 과정이 힘들었던 모든 사람에게 빛이 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내보였다. 

그는 “임신, 출산 관련 제품 하면 딱 떠오를 정도로 믿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며, “세 엄마여서 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이제는 다른 엄마들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싶다. 그런 뜻에서 미혼모, 한 가족 가정 등을 비롯해 많은 분에게 작게나마 도움의 손길을 주는 기업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업을 하며 평소 그가 가지고 있던 지론도 공유했다. 

안 대표는 “우리는 국내에서 OEM으로 제조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공장을 하지 않냐고 묻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늘 연구소까지만 하고 싶다고 말한다”며, “전문적으로 OEM 하는 공장은 수백, 수만 가지의 연구원과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다. 이거야말로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신생업체들이 완성도 있는 기획을 만들어내고, 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술력을 가진 업체와 협력할 때, 더 좋은 제품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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