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특화 보건시스템 구축…의료복지 사각 해소”

선박 특화 안전보건 토털서비스…브이엠에스홀딩스 김지석 대표 

 

“어종이 뭡니까? 참치 잡아요?”

배를 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통의 사람들이 이렇게 묻는다. 해마다 선원들의 숫자가 줄고 있는데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공무원, 기업조차 관심이 적다보니, 배가 어떤 종류인지 그리고 그 배 안에서 선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인 무관심 속에서 평균 6개월 이상 집을 떠나 있는 선원들의 보건복지 서비스는 육지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브이엠에스홀딩스(VMS)는 이처럼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선원들을 위해 탄생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김지석 대표는 “선원들의 업무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매년 선원 기피현상은 극심해지고 있다”며, “선원들이 배를 타고 나간 순간부터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이에 적시성 있게 의료서비스를 투입할 수 있도록 해운업계에 특화한 보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직접 배를 타며 ‘의료 서비스’의 한계를 느끼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 해사수송과학부(현 항해과)를 졸업한 김지석 대표는 선박 검사관이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4년6개월 동안 배를 탔다고 한다. 하지만, 육상이었다면 간단하게 해결됐을 질환이 바다 위에서는 심각한 상황으로 번졌던 경험을 한 후, 실질적인 의료서비스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김지석 대표는 “배와 선원 모두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예방 체계가 매우 중요하다. 한번 배가 뜨고 나면 사고에 대한 대응이 힘들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선박 시설부터 승선하는 선원들을 다각적으로 검사하는 검사관을 꿈꿨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1년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던 시절, 게실염 탓에 죽다 살아났던 경험이 김 대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는 “사실 게실염은 항생제만 쓰면 쉽게 낫는 병이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19가 워낙 극심하다 보니 입국을 거부당해 병원에 갈 수 없었다”며, “그렇다고 선박에 의약품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재고가 있다고 떴던 타이레놀조차 실제로는 없던 상황일 정도로 의약품 관리도 제대로 안 돼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이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만성질환으로 인해 고혈압 약을 복용해야만 했던 지인조차 국내 약사법상 90일 이상 약을 처방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선원은 대리 처방 대상자도 아니어서 결국 제대로 약을 처방받지 못했다”며, 직간접적으로 마주했던 업계의 문제를 꼬집었다. 

김지석 대표는 선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중요하다고 봤고,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업계의 발전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2022년 7월 항해사를 그만두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초기 치료·예방 초점…선박 특화 보건서비스 구축

김지석 대표에 따르면, 해양은 육상에 비해 사망·사고율이 5배 이상 높다. 그런데도 선원을 위한 의료서비스가 빈약했던 이유는 그동안 선박 내 운영시스템을 관성처럼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김 대표는 선원을 위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기존의 시스템 매뉴얼에 의료적인 부분을 커스터마이징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국내 선박회사들을 설득해야만 했는데, 그가 집중적으로 공략한 포인트는 최근 들어 선박회사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탄소중립 과제였다. 

현재 2050년까지 모든 선박회사는 넷제로(Net-Zero)를 현실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신주 발주를 하지 않으면 2050년이라는 기한을 맞추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선사 입장에서는 자금 유입이 중요한데, 국영자금만으로는 충당이 어려워 민간자금이 절실하다. 

김 대표는 “현재 금융권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ESG 경영이다. 하지만, E(Environmental) 부분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선박의 설비를 바꿔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S(Social)와 G(Governance)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브이엠에스의 시스템을 통해 사회, 지배구조 개선을 충족한 후, 이를 바탕으로 환경적인 부분까지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이 돼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이엠에스의 서비스는 ‘승선 전~승선 후~하선 후’로 돌아가는 전주기적인 형태다. 즉, 선원이 선박 위에서 최소한의 건강 유지를 할 수 있도록 예방 차원, 초기 치료 차원, 응급실 차원, 하선 후 건강관리적인 차원에 이르는 모든 서비스가 함축돼 있다. 

이를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 및 상급종합병원 등 약 20곳이 브이엠에스와 함께하고 있다. 더불어 현행법에서 요구하는 필수 의약품과 함께 권고 의약품들을 선박에 비치함으로써 질환이 중증으로 가지 않도록 시스템화했다. 브이엠에스에 따르면, 이런 시스템의 완비만으로도 선원의 질병 발병률은 3개월간 80% 감소했고, 선원비는 700만원을 절감했다. 

브이엠에스의 사전 예방~진료~사후 관리를 해주는 ‘개인건강기록 기반 비대면 건강상담솔루션’은 선박회사뿐만 아니라 공단, 노인 요양, 도서지역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브이엠에스의 건강상담솔루션은 최근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 매각했다. 

의약품 공급·관리·폐기 한눈에…비대면서비스 준비

김 대표는 중증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선원이 의약품을 제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약품 오남용과 폐기 부분도 함께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브이엠에스는 의약품의 위치부터 입출 상황, 소진된 의약품의 양 등 의약품 공급, 관리, 폐기에 이르는 관리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선박에서는 폐의약품을 처리하는 방법이 정립돼 있지 않은 데다, 폐기물 수거업체에서도 반기지 않는 관계로, 대부분의 폐의약품은 바다로 버려지곤 했다. 김지석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더불어 의약품 오남용 문제를 막기 위해 선원 개인이 먹는 의약품도 함께 관리될 수 있도록 토털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누가 약을 먹었는지 알 수 없도록 개인정보 관련 보안도 철저히 하고 있다.  

또한 항해 중에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의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케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선박 특성상 이전에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미리 계획된 항로를 벗어나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김지석 대표는 “해양 특화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통해 선박회사의 부담을 줄여주려 한다”며, “의료진이 응급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면 선사의 의사결정 과정이 좀 더 수월해진다. 또한, 가까운 항구에 있는 협력병원에서 이송계획, 처치계획, 치료계획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고, 선사에서는 교대계획을 재빨리 세워 대체 근무자도 신속하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이엠에스는 올해 안에 이런 시스템을 현실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를 위해 필리핀의 병원 두 곳과 협력하고 있고, 앞으로 글로벌 협력병원 숫자도 더 늘릴 예정이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뛰어난 한국의 의료 인프라를 지금보다 더 많이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는 “한국의 의료 수준은 어느 국가보다도 뛰어나다. 선원이 좀 더 안전하고 훌륭한 퀄리티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국의 의료 인프라가 좀 더 적극적으로 연계되면 좋겠다”며, “더 나아가 타 업계의 뛰어난 기술도 많이 투입돼 해양업계가 좀 더 발전하길 바란다”는 희망도 전했다.

이어 “선원을 위한 전문 특화병원이 만들어지면 좋겠고, 덩달아 선원이라는 직업도 사회적으로 인정받길 바란다”며, “그때까지 우리의 서비스를 통해 선원들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심리적인 장벽을 낮추도록 하겠다. 글로벌 해양시장에도 우리의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실질적인 개선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바랐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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