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으로 ‘엄마’ 잡고, 캐릭터로 ‘아이’ 세계관 키운다

어린이집 낮잠이불 세탁전문…깔끔한남자들 조태식 대표 

 

“어린이집 낮잠이불을 뭐로 준비하면 될까요? 사용성도 좋으면서, 세탁도 쉬우면 좋겠어요.”

맘카페에 올라온 한 엄마의 질문에 두 돌 아이 엄마부터 입소 5년 차를 자랑하는 엄마들까지 자신의 경험담을 정성스레 달아준다. 이처럼 낮잠이불은 어린이집 입소 준비물의 완결템으로 불릴 만큼 엄마들이 가장 신경 쓰는 품목 중 하나다. 

문제는 세탁이다. 낮잠이불 특성 상 단독세탁·자연건조를 해야 하므로 집 공간을 많이 차지할 뿐만 아니라, 빨래하는 시간도 6~7시간 정도 걸려 하루를 온전히 빨래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금요일에 세탁해 월요일 아침 아이와 등원할 때 어린이집에 건네줘야 하는데, 부피가 커 들고 다니기도 힘들다. 

깔끔한남자들 조태식 대표는 아이를 둔 엄마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했다. 조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0~3세 아이를 둔 가정이 낮잠이불 세탁에 투입하는 시간이 평균 주 6.5시간”이라며, “금요일에 어린이집에서 낮잠이불을 수거해 주말 동안 세탁 후 월요일 오전에 배송해 줌으로써 가족이 함께 보내야 할 소중한 주말 시간을 우리가 보장해 주겠다”고 자신했다.

이어 “다음에는 사업 영역을 넓혀 성인을 대상으로 한 빨래 서비스와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라이선싱 사업도 생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는 꿈과 사랑을, 어른들에게는 위생에 대한 믿음을 주고 싶다. 더 나아가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식판은 해주는데, 왜 이불에는 이런 서비스 없을까?”

조태식 대표는 세탁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영상공학을 수료한 그는 금융권을 거쳐 엔터테인먼트사와 음악서비스사에서 IT 기술과 콘텐츠 파트너십 및 서비스 기획 등의 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다 몇 군데의 스타트업을 거치며 창업에 대한 꿈을 꾸게 된 그는 생활 속에서 아이템을 찾은 케이스다. 

조 대표는 “평소 세탁할 때 색깔 있는 것과 흰색을 구분해 세탁기에 넣는 정도의 노력만 기울였다. 그러다 문득 의류마다 붙어있는 라벨 부호를 봤는데, 지금껏 유의사항을 따라서 빨래를 해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다 어린이집에 식판 세척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때부터 어린이집을 타깃으로 시장 파악을 하기 시작했다”고 세탁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조태식 대표에 따르면, 서울시를 기준으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의 수는 약 16만6000명이고, 전국 기준으로 109만명 정도다. 조 대표가 음악서비스사에 다니던 시절, 유료회원 15만명이 한 달에 결제하던 금액만 12억원 정도였다고 하니 여전히 시장성은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시장조사를 하면서 ‘5만원, 10만원도 상관없다. 누가 깨끗하게만 빨아다 주면 정말 좋겠다’, ‘일주일에 두 번씩 해줬으면 좋겠다’ 등 학부모들의 피드백을 받은 그는 ‘엄마, 아빠들이 아이에게는 공을 많이 들이는구나’라고 깨닫고 시장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도 ‘식판은 해주는데, 왜 이불에는 이런 서비스가 없을까?’라는 의견을 들으며, 시장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한다. 

“금요일에 맡기면 월요일에 받아요”…수거-세탁-배송

‘세탁’을 테마로 창업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작년 7월 사업자를 낸 조태식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세탁기능사 필기시험을 따는 일이었다. 이후 어린이집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다녔다고 한다. 

조 대표는 “등원시간에 맞춰 어린이집 앞에 서서 설명하고, 안내문을 나눠줬는데, 부모에게 말조차 시키지 말라며 엄격하게 제재하는 곳도 많았다”며, “하지만, 낮잠 이불 세탁의 필요성을 느낀 원에서는 설명회를 열어 주는 곳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깔끔한남자들의 서비스는 ‘수거-세탁-배송’으로 이뤄진다. 엄마들이 원에 두고 간 낮잠이불을 깔끔한남자들이 수거하고, 세탁·건조해 월요일 오전까지 원으로 가져다주는 ‘구독 시스템’이다. 월 1만29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과 집에서 낮잠이불을 단독으로 세탁할 필요가 없다는 부모의 부담감을 줄여줘 점점 고객사도 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위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와 어린이집의 니즈를 반영해 영유아 전용세제를 사용하고, 자외선 소독시스템으로 세균, 미생물, 바이러스 등을 철저히 살균한다. 

또한, 일체형과 분리형으로 형태 면에서 나뉘어 있고, 사계절용, 여름용, 겨울용 등 소재가 다양한 낮잠이불 특성상 판별 기술을 통한 공정의 최적화는 세탁 효율성 면에서 필수적이다. 이에 깔끔한남자들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분류 시간을 60% 이상 줄였다. 더불어 3D 리컨스트럭션(3D Reconstruction) 비전 알고리즘을 활용해 오염도 및 소재를 더 쉽게 구분하도록 했다.

조태식 대표는 “지금은 고객사가 서울권에 주로 분포돼 있지만, 전국으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세탁 장소도 지금 세 군데에서 하고 있는데, 좀 더 확장하기 위해 경기도에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탁 콘셉트의 ‘쇼룸’과 ‘캐릭터’ 통해 사업 확장 노린다

낮잠이불 세탁에 대한 수요와 시장의 니즈는 확인했지만, 문제는 출산율 하락으로 인해 원의 아이들이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시장 규모가 최대 1700억원인데, 앞으로 시장이 더 커질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조태식 대표는 락인(LOCK-IN) 전략을 내세웠다. 우선 영유아의 ‘애착 관계’에 집중했다. 

조 대표는 “아이들에게 애착 이불은 매우 중요한 존재다. 한번 마음에 들면 이불이 다 떨어져도 갖고 다닐 정도로 애착을 형성한다”며, “세탁 세계관을 가진 캐릭터를 개발해 이불 커버부터 시작해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엔터테인먼트사와 다양한 스타트업을 거치며 콘텐츠의 힘과 라이선싱(licensing)의 중요성을 몸소 느꼈던 조태식 대표는 세탁 세계관을 가진 캐릭터를 구축했다. 캐릭터는 세제, 물, 세탁 볼, 섬유유연제, 비눗방울을 이미지화한 5명을 묶어 ‘워시즈(WASHZ)’로 명명했다. ‘세상의 모든 더러운 것들을 세탁해 세상을 정화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이들은 단순 세탁뿐만 아니라 누군가 우울할 때 마음을 씻겨주는 용사들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워시즈는 세탁기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이들이 세탁기 안으로 들어가면 워시즈의 세상이 펼쳐지는데, 그 안은 제2의 지구”라며, “워시즈를 통해 지구 환경의 소중함을 아이들에게 강조하고, 더 나아가 지친 현대인의 삶과 마음까지도 워시즈가 깨끗하게 세탁해 준다는 위로의 의미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깔끔한남자들의 워시즈 캐릭터는 서울경제진흥원(SBA)의 ‘2024 홍콩국제라이선싱쇼(HongKong International Licensing Show)’ 서울관 참가기업으로 선정돼, 이달 말에 홍콩 현지에서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워시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5월 중순에는 서울 이태원에 워시즈 캐릭터를 활용해 세탁을 콘셉트로 한 쇼룸도 세운다. 이곳에서는 캐릭터 기반의 의류, 인형, 키링, 와펜 등을 판매할 예정이고, 세탁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올해 3분기부터는 캐릭터를 활용한 이불 커버도 제작할 예정이다. 영유아 특성상 침을 많이 흘리는데, 위생을 생각해 생분해되는 일회용 이불 커버로 방향을 잡고 있다. 다음에는 성인을 위한 세탁 시장까지 확장할 계획도 있다. 

조태식 대표는 “3세 영유아의 부모를 설득했다는 것은 그만큼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세탁하는 곳이라는 인증을 받은 셈”이라며, “성인은 아침에 이불을 맡기면, 퇴근할 때 가져갈 수 있도록 당일 이불 빨래서비스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태식 대표는 관련 인프라가 갖춰지면,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대단한 수익은 못 드리더라도, 소일거리도 하면서 경제활동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가장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라는 바람을 전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