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먼저 알아봤다, 뷰티템 흥행작으로 매출↑

강소 브랜드 이끌며 득템 ‘성지’로 떠오른 의외의 장소 

 

“처음엔 저렴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써보니 저렴한데 품질도 괜찮아서 부담 없이 사용해요.”

“계속 사용해 봤는데 아쉬운 점이 없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제품도 좋아요.”

브랜드명도, 회사명도 생소한 한 화장품 회사의 클렌징 제품을 써본 유저들이 화장품 리뷰 사이트에 올린 반응이다. 이 브랜드는 고객과 함께 제품을 개발했다며, 유명 브랜드 못지않은 제품력을 지녔음을 강조했다. 

고물가 시대, 다시 ‘가성비’ 붐이 불고 있다. 브랜드의 가치나 이미지가 판매율에 큰 영향을 끼치고, 한번 입소문만 타면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화장품 업계에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저렴하다고 해서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일명 ‘갓성비’ 제품으로 인정받아야만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실패 없는 쇼핑’을 원하는 고객의 심리가 내포돼 있다.  

“브랜드 광고 말고, ‘소비자 평가’ 보고 살게요”

최근 갓성비 제품으로 떠오른 브랜드를 살펴보면 대부분 인지도가 낮은 국내 중소기업의 제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명성보다는 실속을 보겠다는 고객의 의지가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고객의 입김이 강하게 표출되는 곳은 온라인 공간이다. 제품을 써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타나는 냉혹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살벌한’ 공간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받으며 차곡차곡 입지를 다진 곳이 있다. 

‘대한민국 1등 뷰티앱’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뷰티앱 ‘화해’는 누적 다운로드 수 1200만건, 월간 활성 이용자 수 100만명, 33만여개의 화장품 정보와 830만건의 리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 화장품 정보 플랫폼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2018년에 화해 쇼핑을 론칭했는데, 론칭 6년 만에 누적 거래액 1600억원을 달성하며 소비자 사이에서 믿을 수 있는 쇼핑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 뷰티 플랫폼 화해를 운영하는 버드뷰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화해쇼핑은 성분분석 플랫폼으로 시작해 유저들을 모았다. 이에 따라 진성 고객들이 대거 늘었다”며, “화해의 리뷰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타 쇼핑몰 대비 반품률이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인 커머스의 주문수 대비 취소·반품률은 10~20%에 달하지만, 화해쇼핑은 0.63%로 낮다. 

화해쇼핑에 입점한 브랜드는 이름도, 브랜드도 낯선 제품이 많다. 하지만, 리뷰에서 보이는 소비자의 만족도는 큰 편이다. 실제로, 화해 쇼핑을 이용하는 연령층은 화장품계의 큰 손으로 알려진 20~30대가 80%를 차지한다. 

버드뷰 관계자는 “화해쇼핑은 이미 유명한 상품들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커머스가 아니다. 인지도가 낮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의 상품을 화해가 가진 콘텐츠와 정보를 바탕으로 소개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여러 혜택을 기반으로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를 부여하는 디스커버리 커머스를 표방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인생템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안겨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해 쇼핑은 네이버 최저가에도 오픈돼 있지 않다. 즉, 화해에서만 볼 수 있는 상품들과 구성, 가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며, “비플레인, 라운드랩, 린제이, 코스알엑스, 이즈앤트리 등 인디 브랜드들이 사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런 인디 브랜드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기민하게 캐치해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하는 데다, 품질도 좋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명성보다 실속’…화장품 ‘맛집’으로 등극한 의외의 곳

의외의 화장품 득템 성지는 오프라인에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국민 가게’로 알려진 다이소다. 동네마다 한 군데씩은 꼭 있기 마련인 이곳은 생활제품을 최저가로 구입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이곳이 20~30대의 ‘화장품 맛집’으로 불리며 인기몰이하고 있다.

실제로 다이소몰의 베스트 제품 10위권에 ‘VT 시카 슬리핑 마스크’와 ‘바세린 마스크팩’, ‘에그 캡슐팩’이 올라가 있다. 물티슈, 수납 보관함, 우산 등 생활용품이 가득한 이곳에서 의외의 선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중 VT 시카 슬리핑 마스크와 짝꿍으로 알려진 ‘VT 리들샷’의 경우 피부과에서 시술받은 듯 피부에 따끔한 미세 자극을 주면서 흡수를 돕는 홈케어 제품으로 품절 대란을 낳은 다이소 효자 상품이다. 특히 인플루언서들의 사용 후기를 본 소비자들이 호기심 반으로 구매하다 입소문이 퍼진 케이스다.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에서 만난 30대의 직장인은 중기이코노미에 “다이소 매장은 어디를 가든지 근처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며, “가격도 저렴해서 평소에 내가 쓰던 제품이 아닌데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부터 가계 소비가 위축되면서 요즘 관심은 돈을 모으는 것이다. 이자율도 올라 예상하지 못했던 지출이 있다 보니 화장품을 구매할 때도 원료와 후기를 보고 가격이 괜찮은 제품 위주로 선별해 구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이소 화장품이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25년 넘게 지켜오고 있는 ‘균일가’ 정책 때문이다. 다이소의 균일가는 화장품 판매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균일가란 모든 상품을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총 6가지 가격으로만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즉, 900원, 1900원인 상품은 없다는 뜻이다.

㈜아성다이소 언론홍보팀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일반적인 유통채널에서는 상품 원가에 마진을 더해 판매를 하지만, 아성다이소에서는 판매가를 먼저 정해두고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상품은 화장품 품질이 검증된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에서 생산한 상품”이라며, 책임판매업자, 제조업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 화장품 전문 기업의 상품을 공급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이소에서 화장품을 구매한 연령층을 살펴보면 20~40대가 주 고객층일 정도로 팬심도 두텁다. 다이소 멤버십 데이터 기준으로 화장품을 구매한 연령대별 비율을 살펴보면, 10대 약 3%, 20대 약 21%, 30대 약 22%, 40대 약 30%, 50대 약 17%, 60대 이상 약 6%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점은 다이소는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해 별도의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롯이 입소문의 결과인 셈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기초와 색조 화장품 매출이 2022년 대비 2023년에 85% 신장했다”며, “평소 꾸준히 하면 좋다고 알려진 팩이나 마스크 제품들도 반응이 좋다. 이 제품들이 워낙 가성비가 뛰어나다 보니 소비자들도 부담 없이 구매하는 것 같다”고 인기 이유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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