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_ 우린 중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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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몇 개로 믹스커피를 뽑아 먹을 수 있는 ‘저렴이 커피’의 대명사 자판기 커피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대신 한 잔의 가격대가 1500원 정도 하는 저가 커피브랜드가 자판기 커피를 대신하고 있다.
품질은 비슷하면서 가격대는 다양해진 이러한 커피시장에서 사람들의 손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보다 특색 있는 셀링 포인트가 있어야만 하는데, 플랜즈 커피는 포화상태인 커피시장에서 무인 커피시스템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맛있는데, 저렴한 커피’가 콘셉트인 플랜즈 커피는 사내 무인카페로 확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사양산업 편견 깨고, ‘자판기 커피’를 ‘무인카페’로 변신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인이 매년 마시는 커피는 평균 353잔이다. 밖에 나서면 기본적으로 커피전문점에 들러 커피를 마신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두 집 건너 한 집은 커피전문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커피산업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적지않다.
플랜즈 커피 최준혁 대표가 대학생이었던 2017년만 하더라도 그나마 설치돼 있던 교내 자판기 커피가 모두 빠지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모두가 이처럼 자판기 커피를 외면할 때, 시스템·디자인적으로 ‘자판기 커피’를 ‘무인카페’로 변신시킨 회사가 바로 플랜즈 커피(Planz coffee)다.
플랜즈 커피는 원래 대학교 창업팀으로 시작했다. 최 대표가 경희대 재학시절 ‘비즈니스 모델론’이라는 수업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발표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이때 커피에 대한 사업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제가 다니던 단과대의 카페가 비싼데 맛까지 없기로 소문난 곳이었거든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성비 때문이었어요. 이러한 생각이 지금의 무인카페 시스템으로 연결을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포항공대에 재학 중이던 친구에게 자문을 구하며 사업모델을 좀 더 구체화했고, 이후 홍익대 전자전기공학과 석사 친구와 경희대 후배와 함께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해 커피 스테이션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지금 플랜즈 커피의 시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투자 받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자판기=사양산업’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낮게 평가해 투자금을 받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오히려 프레젠테이션 후 비판을 받기 일쑤였죠. 지금 받은 투자금과 지원금은 전부 두 번, 세 번 부딪혀서 얻어낸 결과입니다.”
플랜즈 커피가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원동력은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한의 기능을 담은 시제품)를 만들고 나서다. 생맥주 용기를 활용한 것으로 맥주 탭을 열면 기계 안의 액상이 커피를 제조해 주는 간단한 구조였다.
“100만원을 주고 구입한 철판에 드릴로 직접 구멍을 뚫고 페인트칠을 하는 등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얼음 장치가 없어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얼음이 필요한 학우에게는 따로 퍼주기도 했어요. 아메리카노 한 잔에 1800원으로 14oz(톨과 그란데의 중간 크기)로 제공했는데, 클래식한 디자인에 맛과 가격이 학우들의 마음에 들어맞았는지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그 달에만 350만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 모델을 계기로 정부지원부터 SK청년비상 프로그램 수상, 엔젤투자 유치, 팁스 선정에 이르기까지 각종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맛, 가격, 위생 문제 해결…업체 이용, 재구매율 상승
현재 플랜즈 커피의 주 영업대상은 기업체다. 사업 초창기에는 대학교 위주로 영업을 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학교 문이 닫히자 법인영업으로 방향을 틀게 된 것이다.
기기의 완성도도 높였다. 고장이 나지 않는 기계, 고장이 나더라도 원격으로 바로 해결 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한 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특히 위생문제에 신경을 썼다. 기계는 비위생적이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기 때문. 하지만 액상커피의 특성상 가루가 날리지 않기 때문에 찌꺼기가 쌓이지 않는다. 따라서 액상이 지나다니는 관만 잘 컨트롤하면 된다. 플랜즈 커피는 이 컨트롤 기술을 개발해 특허등록까지 마쳤다. 여름철 단골뉴스인 제빙기 얼음의 위생문제도 걱정 없다. 균 조사결과, 무균임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유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회사 측은 추정했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한 결과 분당두산타워, 냅튠, 공유오피스 패스트 파이브, 한국벤처투자 등이 플랜즈 커피를 이용하고 있고, 반도체 회사와 공단지역의 기업에서도 서비스 이용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로봇카페와 비교했을 때 플랜즈 커피의 미래경쟁력은 어떨까. 최 대표는 로봇카페와는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고 말한다. 로봇카페의 목표는 로봇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추구하는 것이고, 플랜즈 커피의 목표는 카페의 경험을 그대로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라 했다. 마치 바리스타가 신선한 커피를 빠르고 저렴하게 많은 스폿에서 제공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구현하는 것이 플랜즈 커피의 방향이다.
플랜즈 커피는 기계를 설치한 이후에도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플랜즈 커피에 따르면, 서비스 이용 기업의 직원 중 최소 1/3 이상은 매일 플랜즈 커피를 이용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 수만큼 커피 잔 수가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기계를 통해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소비자 편의성 증대
이용자들이 말하는 플랜즈 커피의 매력은 모던한 기계 디자인이 큰 몫을 차지한다. 아무리 기계를 통해 추출하는 커피라도 감성이 빠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회사원들이 누리는 특유의 놀이문화도 기계 안에 녹여냈다. 기계 모니터에 사다리 타기 등 각종 이벤트 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비록 차가운 기계일지라도 사람들 간의 소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이것이 앞으로 플랜즈 커피가 꿈꾸는 미래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는 얼마 전 출시한 ‘팀 카드지갑’이다. 대부분 팀제로 이뤄진 회사 특성상 팀별로 커피를 사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팀별로 가상계좌를 만들어 커피 구매를 좀 더 편리하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나만의 레시피’를 개발할 수 있도록 개인화 서비스도 개발 중에 있다. 두 가지 이상의 커피를 혼합해 새로운 향미를 가진 나만의 커피블렌딩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어느 블렌딩이 더 맛있는지 별점을 매기고, 댓글도 달 수 있는 시스템도 장착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는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타 회사의 친구에게도 커피 선물을 줄 수 있다. 전용 텀블러 제작도 계획 중이다. 환경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나가겠다는 의지다.
현재 아메리카노 3종류, 스페셜티 커피 2종류, 라떼 6종류 이외 시럽류 커피를 합쳐 총 15가지의 커피를 제공하고 있는 플랜즈 커피는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차선책’이라는 뜻의 플랜 Z에서 이름을 따왔지만, 이젠 소비자 편의성을 증대한 무인카페로서의 역할로 확장하고 있다.
최 대표는 고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커피 맛과 서비스를 계속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무인으로 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비용 절감에 대한 니즈가 강하지만, 플랜즈 커피는 반대의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제가 소비자 입장이었던 시절에 느꼈던 니즈를 충족하고자 했던 것이 회사의 출발점입니다. 앞으로 플랜즈 커피는 이를 기반으로 미국, 일본, 중국 등 글로벌 시장 문도 두드려 전 세계에 플랜즈만의 맛을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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