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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만들었다면서 왜 이렇게 비싸요?”

“종이박스 안에 종이가 또 있네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페이퍼팝(PAPER POP) 박대희 대표가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라고 한다. 대부분 가구의 가격이 2~3만원대로 일반 가구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종이’로 만든 박스와 같은 개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자들이 최근 들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말 친환경적인 거 맞죠?”, “포장에 왜 비닐이 들어가 있어요?”, “환경가치를 지킨다면 가격은 조금 높여도 상관없어요”와 같은 피드백들이 훨씬 많아졌다.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면서, 일상에서도 친환경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페이퍼팝은 가구 회사이지만, 그 정체성은 명확하다. UN총회 의제인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12번 항목인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을 목표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도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게 ‘종이’로 가구를 만들어 판매한다.

‘박스’를 사랑한 청년의 지속 가능한 생각

박 대표가 페이퍼팝을 설립한 이유 역시 ‘환경’에 대한 이슈가 컸다. 그 전환점은 전역 후 아버지 지인이 운영하던 박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부터다.


“여러 사진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사진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2009년도만 하더라도 박스를 만들 때 철판에 이미지 틀을 만들어 종이에 찍어내는 형식이었는데, 마치 필름을 현상하는 과정을 연상시켰어요. 박스에 더 애정이 갔던 이유도 제 취미와 비슷해서였습니다.”

그렇게 그는 박스 회사에서 4년 동안 근무를 했다. 그리고 박스의 재활용에 대해 고민을 하던 시기도 이때였다.

“SPC그룹이 마트에 빵을 납품할 때 사용하는 패키지를 담당하는 일이었죠. 하지만 그 박스들이 정말 좋은 재질로 만들어진 최고급의 박스들인데,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것을 보면서 종이로 다른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해외의 사례에서도 종이 가구의 미래성을 봤다고 한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쉘터(Shelter)에 종이로 만든 침대가 사용됐다는 것을 알게 됐고, 2012년도에 출장 차 떠났던 독일의 전시회장에서 2~3m를 훌쩍 넘는 전시구조물과 부스들이 종이로 제작된 것을 보고 큰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종이로 가구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책장을 출시했다. 하지만, 창업 후 1~2년이 흐르다 보니 자신의 미션과는 전혀 다른 포스트잇이나 파일박스와 같은 그저 ‘돈 되는 것’은 뭐든지 만드는 회사로 변질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고민 끝에 소셜벤처라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기존 사업장은 폐업을 하고, 2018년도에 새로 주식회사 페이퍼팝을 창업했다.

페이퍼팝의 타깃 포인트는 명확하다. 자주 이사를 다닐 수밖에 없는 1인 가구를 메인 소비자층으로 잡았다. 제품은 90% 이상이 재활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제품의 품목도 책장에서 연필꽂이나 책꽂이 등 문구류로 확장했고, 작년에는 침대 프레임, 올해는 소파를 출시했다. 소파의 경우 프레임뿐만 아니라 쿠션에도 신경을 썼는데, 캔버스 가방 소재로 많이 쓰이는 면으로 만들어 업사이클링이 가능하도록 했다.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는 1인 가구의 특성을 고려해 고양이 장난감과 같은 일회용성이 큰 물품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생산하고 있다.

“일반 가구의 경우 폐기될 때 매립이나 소각의 방법으로 처리가 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좋은 가구를 사서 10~20년 사용하는 것이지만, 1인 가구들이 자주 이사를 반복하면서 그러기는 쉽지 않죠. 저가 가구의 경우 요즘 유행하는 중고매매도 거의 없죠. 그래서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닌 다시 쓰일 수 있는 가구를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목표입니다.”

종이 종류만 수천…나무 대용으로 사용되기도

종이 가구를 처음 접한 소비자들은 ‘오래 쓸 수 있을까?’, ‘과연 튼튼할까?’, ‘물에 젖으면 못 쓰는 거 아니야?’와 같은 의심을 처음에는 하게 된다. 하지만 박 대표는 가구 안정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장담한다.

같은 종이라 할지라도 원지, 함량 비중, 발색에 따라 수천 가지로 종류가 나눠진다. 페이퍼팝은 원지 중에서도 가장 튼튼한 크라프트지를 사용해 내구성을 갖췄다. 자동차 엔진블록이나 중화물 포장재를 만드는 소재인데다 하중을 분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무거운 무게를 견디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종이 책장의 경우 눌렀을 때 180kg까지 견딜 수 있다. 실제 하남시에 위치한 공장에서 제품의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또 비에 완전히 침수되지 않는 이상 마른 걸레로 닦아낸 후 말리면 원상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물에 묻은 뒤 쭈글쭈글해지는 종이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라 생각하면 된다.

최근에는 컬러감 있는 소재의 가구도 반응이 좋은 편이다. 아무래도 화사하면서 비비드 한 색채가 집안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또 책상 위 혹은 손이 자주 닿는 부분에 색을 넣으면 가구의 강도가 더 세지기도 한다. 컬러가 있는 가구 역시 재활용은 가능하다. 종이에 별도의 코팅지를 입힌 가구이기 때문에 재활용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라는 질문에 박 대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종이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걸리긴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재활용은 가능합니다. 또 커피숍의 컵 코팅과 비교해 걱정하는 거라면 안심해도 됩니다. 종이컵의 비율은 대부분이 코팅이지만, 가구는 종이가 99%이기 때문입니다.”


가볍고, 쉽게 조립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나사나 못이 없이 손으로 조립이 가능하고, 모든 제품이 화물 배송이 아닌 택배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도 된다. MDF(중질 섬유판, medium density fibreboard)나 저가 중국산 제품보다 저렴하지는 않지만, 일반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만약 이케아에서 침대 프레임을 배송할 경우 약 15만원이 들지만, 페이퍼팝은 싱글사이즈 기준 9만원이 안 된다.

포름알데히드 문제에서도 좀 더 자유로운 편이고, 재활용이 가능해 버리기 쉽다는 점도 강점이다. 부분 교체도 가능해 생각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다. 6년 전에 구입한 책장을 여전히 사용하는 소비자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원래의 목적과 다른 용도로 가구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박 대표는 당부한다. 가령 책장을 계단 대용으로 사용한다거나, 침대 프레임에 맞는 매트리스 대신 얇은 토퍼를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청소를 할 때는 물 청소보다는 마른 걸레나 청소기를 추천한다.

무수한 장점 때문인지 페이퍼팝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박 대표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1년 매출이 3~5억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3배 이상 더 커졌다고 한다. 3~4명이었던 직원 수도 20명을 훌쩍 넘는다.

이런 여세를 몰아 페이퍼팝은 리빙부터 야외에서 사용되는 등받이 의자와 같은 캠핑 용품, 반려동물 용품 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다음 목표는 해외시장 진출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일본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두 번 진행했었는데, 한 달간 약 1000만원의 후원이 이뤄졌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진행했는데도 반응이 좋아 해외에서도 시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친환경적인 소재를 더 늘려 해외에서도 각광받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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