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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광교산 자락에 자리한 한식당 ‘얼씨구절씨구’는 따뜻한 집밥이 그리운 날 찾게 되는 익숙한 마을식당이다. 이 가게가 유명한 건 맛있고 푸짐한 음식 외에도, 지역사회에서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을 보듬는 마을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극·길남주 부부가 운영하는 얼씨구절씨구 식당 앞에는 누구라도 무료로 꺼내 먹을 수 있는 공유냉장고가 있다. 남편 노무극 씨는 어려운 사람들이 한끼라도 굶지 않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어떻겠냐며 아내가 제안해, 4년 전부터 공유냉장고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길남주 씨는 식당에서 사용할 하루 음식을 장만하면서 넉넉하게 만들어 공유냉장고에 음식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아침에 가득 채워두면 점심때 즈음이면 냉장고가 동이 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누군가의 따뜻한 한끼가 되었다면 두 부부의 마음도 따뜻해진다고 말한다.

서울에서 대형 뷔페식당 요리사였던 노무극 씨는 2009년 일하던 곳의 경영악화로 명예퇴직을 하면서 수원으로 와 자리를 잡았다. 얼씨구절씨구는 푸짐하고 맛깔스런 음식으로 광교산 등산객과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통한다.


주거환경 개선활동…지역봉사단체 ‘한사랑길봉사단’

길남주 씨는 지역봉사단체인 한사랑길봉사단의 회장이기도 하다. 평소 봉사활동을 활발히 해왔던 길씨는 2017년 함께 봉사하던 사람들과 비영리단체를 만들었다. 가까운 곳에서 주도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얼씨구절씨구는 한사랑길봉사단의 본부이자, 봉사단에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저희 부친께서도 평소 봉사를 많이 하셨고, 저도 어려울때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세 아이를 이제 다 키우고 나니 내 시간을 좀 더 의미있는데 사용하고 싶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죠.”

한사랑길봉사단은 주로 지역의 소외된 이웃의 주거환경 개선 활동을 한다. 집안환경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청소를 하고 도배, 장판, 샷시 등 공사를 해준다. 화장실, 주방의 고장난 곳을 수리하는 등 보다 쾌적한 환경으로 바꿔주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고 다 잘사는 거 같아 보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주변에 독거노인이나 차상위계층, 미혼모, 한부모 자녀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 많아요.”

봉사단은 최근 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의 집을 찾았다. 장애를 가진 큰아이와 초등학생 둘째와 함께 생활하는 여성의 집은 넘쳐나는 쓰레기와 벌레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집을 깨끗이 치우고 책상이 없는 초등학생 아이를 위해 SNS를 통해 책상을 기부받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며 보람을 느꼈다고 길씨는 전한다.

정부 손길 미치지 못하는 곳에 전하는 따뜻한 손길

“TV에서 보면 집안 가득 쓰레기 쌓아 놓은 집 있잖아요. 그런 곳이 실제로 꽤 많아요. 치우고 나면 쓰레기가 몇톤씩 나오죠. 얼마전에는 아이를 낳았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는 미혼모가 있어서 그 집에도 미역국도 끓여주고 아기도 돌봐주고 아기용품을 기부받아 전달하기도 했어요. 사실 나라에서 도와주면 가장 좋지만, 이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무슨 서류를 내라고 하고 어떤 기준을 갖춰야한다고 하니 도움을 포기하게되고, 또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죠. 저희 봉사단은 그렇게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우리 식당으로 먼저 연락이 와요.”


길남주 씨는 한사랑길봉사단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모두 지역주민이고, 자기 일을 하면서 시간을 내 봉사활동을 한다고 소개했다. 봉사단은 회원들의 회비로 필요한 물품과 장비를 구입해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후원을 통해 이웃을 돕고 있다.

길 씨는 봉사도 또 하나의 일상처럼, 습관처럼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것,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주변의 이웃을 자신의 재능으로 도울 수 있다면 좀 더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노무극·길남주 부부는 오늘도 광교산 자락에서 소외된 이웃을 찾아다니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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