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_ 우린 중기인

아프고 힘들고 지친 ‘마음’ 또한 운동이 필요하다
명상으로 ‘마음근육’을 키워라…마음챙김 명상앱 ‘마보’ 유정은 대표 



“기업인들은 항상 힘들어요. 사업이 잘 될 때도 ‘언제 상황이 바뀔까’ 불안하고, 안좋으면 그 나쁜 상황을 타개하느라 또 힘들죠. 이러한 고민을 잠깐 내려놓고, 그 생각 주위로 자신의 관점을 넓히는 마음의 훈련을 해보면 어떨까요?”

기업인들 뿐이겠는가?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마음이 아프고 힘든 시대다. 일상의 스트레스 강도가 커지는 다양한 갈등 관계에서부터 사회적으로 심각해지는 무의식적인 폭력성 등에 노출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지쳐가고 황폐해져 가고 있다. 지친 마음을 달래고 평온을 찾기 위해 ‘마음의 건강’을 되찾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마음챙김 명상앱 ‘마보’를 개발해 국내 명상문화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유정은 대표는 신체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듯 마음챙김 명상은 마음의 근육을 훈련시키는 마음운동이라고 말한다.

“마음챙김 명상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인지 나를 바라보는 훈련입니다. 고민을 하는 것만으로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기 어렵죠. 샤워를 하거나 산책을 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듯 마음챙김 명상으로 마음의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유정은 대표는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마음 검색 명상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애플리케이션으로 제작해 도입했다.

유 대표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삼일 PwC와 IBM GBS에서 인사조직 컨설턴트로 근무하며, 국내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직·인사 컨설팅 업무를 해 오면서 한국의 다양한 조직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직장인의 경우 일생의 상당 부분을 직장 조직생활로 보내고 있지만, 조직 내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유 대표는 조직 구조나 시스템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결국 개개인의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조직문화도 바뀔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유 대표는 본격적으로 서울대학교 조직심리학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구글의 엔지니어 출신인 차드 멩 탕(Chade Meng Tan)의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Search inside yourself)’라는 저서를 접하게 된다.

“실용적이며 과학적인 마음챙김 명상 콘텐츠”

유 대표는 차드 멩 탕의 저서를 접하고, 구글의 내면 검색 프로그램을 꼭 국내에 도입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직접 차드 멩 탕에게 프로그램 도입을 요청했고, 구글의 직원 명상 프로그램에 기반한 SIYLI(Search Inside Yourself Leadership Institute) 공인지도자 인증을 받은 뒤 국내기업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명상 관련 강연을 하면서, 집에서 혼자 명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강연 참가자들의 질문이 많았어요. 당시 국내에는 명상 관련 앱이 없고 영어로 된 해외서비스가 있었는데, 사용자들이 언어 면에서 불편함을 호소해서 한국어로 된 명상앱을 만들어보자 결심했죠.”

2016년 개발된 마보는 처음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론칭해, 목표금액의 730%를 달성하며 호응을 얻었다. 현재는 50만명이 다운로드하고, 30만 유료가입자가 있다. 마보를 처음 출시하고 현재까지 특별한 홍보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마음건강을 돌아보고자 하는 간절한 사람들의 수요가 있었고, 언제 어디서나 상황에 따라 쉽게 명상을 할 수 있는 마보의 유저 친화적 서비스가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 유 대표의 설명이다.


마보는 현대인의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에 대한 과학적 효과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구성했으며, 콘텐츠 개발에 참여한 사람들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특히 명상 커뮤니티는 마보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느낌과 소감을 서로 공유하는 일은 명상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나눌 수 있고, 그 자체로도 충분한 치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보의 강점은 실용적이면서 과학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점입니다. 마보의 개발단계에서부터 추구해온 원칙은 과학적 검증을 바탕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올바르게 알리고 대중화시키는 것이죠.”

마보 앱에서는 300여개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마보 7일 기초훈련’, ‘주의력 집중훈련’, ‘기분별 마음보기’, ‘상황별 마음보기’, ‘마보에서 온 사연’ 등으로 분류되며, 종교적인 색채를 배제하고 명상에만 집중해 초보자도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또, 명상을 이미 해왔던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숙련자용 명상도 준비돼 있다. 마보의 콘텐츠는 국가트라우마센터, 서울의료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서울강북삼성병원 정신과 등에 제공되고 있으며, 체계적인 마음챙김 명상으로 그 과학적 효과를 인정 받았다.

“사회적으로, 자신의 감정과 친해지는 과정 필요”

유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마음챙김 콘퍼런스인 위즈덤2.0의 코리아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다. 위즈덤 2.0은 매년 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명상 콘퍼런스다. IT계의 저명인사들과 의학·심리학계의 명상 지도자들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다. 링크드인 대표 제프 와이너를 비롯해 당시 포드자동차 회장이었던 빌 포드 등이 강단에 올라, 마음챙김 명상이 자신의 인생과 그리고 회사의 문화를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유 대표는 미국 콘퍼런스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같은 맥락의 명상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단순히 명사들의 얘기를 듣는 차원을 넘어, 어떻게 하면 타인들에게 좀 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그리고 사람들끼리의 ‘연결’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의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마음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영국에서는 2018년 ‘외로움’ 문제를 담당하는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했다. 외로움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국가차원에서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영국정부는 마음챙김 명상을 아이들 교과과정에 도입해 자신의 마음을 다루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2월 내각에 고독·고립 대책 담당실을 설치하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유 대표는 우리 정부도 효율성에 입각한 경제성장에서 잠시 벗어나, 사회적인 기반을 단단히 하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마음의 문제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아이도 어른도 꼭 명상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내 감정과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명상이라는 것이 소수 사람들의 문화였는데, 마보가 출시되고 6년간 조금씩 대중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지금까지 명상의 대중화를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음챙김 명상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확장을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마보는 또 한편으로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500개 정도의 명상앱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이 영어다. 유 대표는 영어를 번역해 목소리 좋은 사람이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명상 전문가가 현지의 언어로 전문적이고 쉬운 명상을 보급할 수 있도록 자신의 언어를 가진 나라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대표는 “지금 이 기사를 접한 독자라면 속는 셈치고 명상을 시작해보시라”고 권했다. 운동은 건강하고 건전한 삶을 위해 남녀노소 누구라도 해야 하는 것이고, 마음 또한 운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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