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_ 우린 중기인

‘펫푸드 셰프’라는 여성 시니어 직업을 만들다
‘행복한 노인 일자리’ 확장 기대하며 ‘엑싯’…개로만족 한아름 대표 



창업가의 가장 큰 목표 가운데 하나는 회사의 매출을 올려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애초에 비전으로 삼았던 기업의 가치가 변하기도 하고, 스케일업에 치중한 나머지 무리한 욕심을 부리는 일도 잦다. 이러한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서 창업가는 해당 기업이 사회에 존재하는 이유를 잊지 않고 지속해서 성공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개로만족 한아름 대표는 2019년 처음 개로만족을 시작했던 취지와 비전을 이어가기 위해 엑싯(exit)을 선택했다. 기관과 함께 손을 잡으면 노인 일자리의 질적 성장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중기이코노미는 창업한 지 3년여만에 성공적으로 엑싯을 이끈 한아름 대표와 만나 그가 꿈꾸는 개로만족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개(犬)로(老)만족’…강아지도 할머니도 만족하는 펫푸드

개로만족의 큰 주체는 강아지와 할머니다. 그래서 이 둘을 모두 만족시키는 기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를 담아 기업명도 ‘개(犬)로(老)만족’으로 지었다고 한아름 대표는 말한다.

“대학교 2학년 때 인액터스(Enactus) 코리아라는 글로벌 소셜벤처 창업동아리에 들어갔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곳이다 보니, 사회문제와 소비자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했어요. 당시 관심 있었던 점들을 나열해 봤더니, 할머니의 일자리 창출 문제와 안전하고 정성이 깃든 강아지 간식이라는 두 테마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한 대표가 시니어 여성 일자리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계기는 맞벌이로 바쁜 부모 대신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덕분이다. 어린 마음에도 얼핏 할머니들이 일자리를 얻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고, 능력과 무관하게 일자리에 제한이 있는 것도 불공평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리고 인생의 반 이상을 반려견과 살아온 그는 간식을 잘못 먹고 토하는 강아지를 보면서 믿을 수 있는 간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여성 시니어의 고용 창출과 안전한 강아지 먹거리’를 기업의 가치로 잡은 개로만족은 금방 관련 업계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한 대표는 사업에 함께 참여할 어르신을 구하기 위해 대한노인회와 노인복지기관들을 직접 찾아갔고, 마침 노인 일자리 아이템이 필요했던 기관들과 뜻이 맞아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었다.

“저희는 개로만족의 아이디어를 기관에 제공하고, 기관들은 할머니들을 소개해줌으로써 서로 윈윈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들의 관심도 어마어마했어요. 어떤 경로당에서는 그곳에 계신 할머니들이 모두 다 지원할 정도였죠.”

40년 이상의 주부 경력을 가진 할머니들이다 보니 요리에는 일가견이 있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경쟁력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10명 정원에 70명이 넘게 지원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았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개로만족의 제품은 소비자에게도 만족감을 안겨줬다. 특히 우리나라 전통음식인 한과를 메인 콘셉트로 잡았다는 점이 큰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했다.

“할머니의 고풍스러운 이미지와 한과가 잘 매치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한과만큼 손이 많이 가고, 만들기 까다로운 음식도 없어요. 이런 측면에서 우리 제품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소비자에게 설득력 있게 잘 전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도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떠올릴 수 있던 점도 강점이었죠.”

그 결과 처음 제품을 공개했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3주간 850만원의 성과를 올렸는데, 이는 당시 강아지 수제간식 품목 중 1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할머니들이 손주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강아지를 위해 간식을 만든다는 셀링 포인트와 함께, 제품마다 투박하지만 정성스러운 할머니들의 손 편지를 동봉해 소비자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재구매율은 15%에 달했다.


2019년 3월 프로젝트로 시작해 8월 개인사업자를 내며 본격적으로 사업화한 개로만족은 작년 8월에는 법인으로 성장할 만큼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매출도 일취월장했다. 창업 첫해에는 월 매출이 30만~50만원이었지만, 1년 만에 1000만원의 월 매출을 올렸다. 이러한 매출 성과는 그대로 할머니의 월급으로도 돌아갔다. 할머니들의 월급은 기본적으로 기관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충당하지만, 개로만족에서 수익금이 생기면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저 시급이 8000~9000원 사이였던 시절에도 개로만족 할머니들은 1만원~1만1000원의 시급을 가져갈 수 있었다.

한 대표는 행복하고, 보람 있는 시니어 일자리를 위해 돈도 중요하지만, 소통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깨달음도 얻었다고 한다. 20대 중반인 한 대표가 40살 나이 차를 극복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던 요인이기도 하다. 할머니들의 개인 면담을 통해 일하면서 힘든 점을 경청한 후, 할머니별로 역할과 담당을 정했다. 또 조직의 지향점을 설명한 뒤 할머니들끼리 존댓말을 쓰게 하는 등 꾸준히 교육을 진행했다.

“할머니 대부분이 회사라는 곳에 들어갔던 경험이 없기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경력 단절로 짧은 기간 근무했던 분들이 많아 일하면서도 회사라는 생각보다는 편하게 친구처럼 두루두루 지내려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할머니들끼리 다투는 경우도 더러 있었죠. 그래서 조직문화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엑싯’이라는 쉽지 않은 여정…회사설립 가치를 돌아보다

한 대표는 지난 6월29일에 인천광역시 동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 회사를 매각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그가 매각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처음 개로만족을 설립했을 때 회사가 지녔던 가치를 좀 더 확장하고, 사회적으로 시니어 일자리에 대한 인식을 넓히기 위해서다.

“처음부터 매각이 목표는 아니었어요. 처음 회사를 창업했을 때의 제 목표는 대한민국의 모든 할머니가 펫푸드 셰프를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거였어요. 그런데 3년 동안의 회사 성장궤도를 살펴보니 계단처럼 올라가는 게 보였거든요. 저희 생산 및 유통 시스템이 안정화됐고, 수요도 꽤 있다는 것을 수치로 확인한 거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가 뭘까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찾아왔습니다.”

한 대표는 자본을 쏟아 부어 회사의 덩치만 키우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안정화된 시점에서 개로만족의 가치 모델을 사회적으로 널리 퍼트릴 수 있는 기관에 매각하는 것이 회사의 가치 추구를 위해 더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매각할 때 사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을 선택한 것도 그 이유다.

하지만, 매각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관심 있어 하는 기업과 미팅을 한 뒤, 서로 간의 상황을 검토하는 과정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심지어 계약서가 나오고 나서도 무산된 적도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 대표가 포기할 수 없던 단 한 가지는 ‘내가 팔고 싶은 곳에 팔아야 한다’는 다짐이었다.

“작년 11월부터 매각할 곳을 찾기 시작해서 최근에 매각했으니 회사 규모에 비해 엄청 오래 걸린 거죠. 몰랐는데 매각이라는 게 원래 오래 걸리는 일이더라고요. 그 기다리는 시간이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습니다. 미팅하면서 우리의 뜻을 계속 이어가지 못할 것 같다고 느끼게 하는 곳도 있었고, 상대편에서도 개로만족이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등 동상이몽의 시간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잘 맞는 짝궁을 만나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가 매각을 성공리에 마친 뒤 느낀 점은 창업을 시작할 때부터 마무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상상’으로라도 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업이라는 게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갈림길이 나오겠지만, 구체적으로 자신의 머릿속으로 방법들을 구상하며 그려보는 것이 그때그때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매각이 목표라면 ‘얼마에 팔겠다’라는 것과 ‘회사를 매각함으로써 어떤 임팩트를 내겠다’라는 목표를 세우고 창업하면, 자신이 목표한 그 길에 더 빨리 다다를 수 있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 대표는 그러한 의미에서 개로만족이 꿈꾸는 ‘행복한 노인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매각한다고 해도 제가 파운더(founder)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 사업 아이템은 공공의 이익을 따지는 것이 더 맞는다고 생각해서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노인 일자리 부분은 정부에서도 많이 노력하고 있는 분야이니까, 우리가 함께 손을 잡는다는 개념으로 나아가면 제가 꿈꿨던 개인적인 목표를 빨리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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