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_ 우린 중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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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 해결은 ‘잘 버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폐기물을 제대로 분리해 배출하면, 이를 가공해 재활용하기가 용이해져 탄소 절감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날로 늘어나는 플라스틱 문제는 언제나 골칫거리다. 플라스틱은 썩지 않기 때문에 각종 오염의 원인이 되고,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해양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플라스틱을 올바로 처리하기 위한 첫 발걸음은 분리배출이다.

이는 이노버스(Inobus, Innovative business solution)가 꿈꾸는 미래이기도 하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장진혁 대표는 이노버스에서 개발한 ‘쓰샘’을 통해 플라스틱을 제대로 분리배출 할 수 있는 사회적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얼마나 잘 버리세요?”…분리배출이 시작

이노버스는 2019년 11월 화려하게 업계에 등장한 ‘스타트업계 아이돌’이다. 장진혁 대표가 회사를 설립하기 이전인 2019년에만 이노버스는 13개의 수상을 거머쥐었고, 지난 6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인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2019년 당시만 하더라도 공대생이 취업해도 나쁘지 않은 경기였거든요. 하지만, 취업 전에 꼭 한번 창업해보고 싶었어요. 휴학이나 재수 없이 바로 졸업한 케이스라서 다른 졸업생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2살이 더 어렸던 점이 창업에 대한 용기가 되었습니다. 2~3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사회적으로 늦지 않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최근 들어 정부나 기업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정책과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이미 선진국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 결과 현재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말도 안 되게 벌어진 상태다. 장 대표는 이에 대해 시민의식의 부재보다도,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폐기물이 재활용되기 위해서는 분리배출이 먼저 잘 돼야 하는데, 애초에 우리나라에서는 분리배출을 올바르게 할 수 없는 환경으로 자리 잡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폐기물을 재활용의 시각으로 보기보다는 폐기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어요. 하지만,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선진국들은 국가적으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데 포커스를 맞춘 거죠. 그러다 보니 일상적으로 재활용 문화가 자리 잡혀 있습니다. 분리배출을 많게는 15가지로 세분화해 하고 있고, 플라스틱도 재질별로 하고 있죠. 그 결과 일본의 재활용 비율은 70%가 넘고, 독일은 95%나 돼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30%도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독일의 경우에는 페트병 보증금제를 시행하고 있어, 물을 살 때 페트병 보증금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물 보다 더 비싼 것이 페트병’이라는 우스갯 말이 있을 정도다. 그 결과 길거리에는 페트병을 찾아볼 수 없고, 누구나 당연히 페트병은 분리배출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장 대표는 이전에 잘 하지 않았던 페트병 분리를 앞장서 하기 시작했고, 사회적 인식을 넓히기 위해 이노버스를 설립해 ‘쓰샘’을 개발했다.

투명 페트병만 넣으면 재활용에 동참…리워드 혜택도

‘쓰샘’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쓰샘’은 ‘리컵(Recup)’이다. 컵의 내용물을 비우는 것부터 세척해 분리 및 분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리컵은 도심의 미관을 가장 많이 해치는 폐기물 중 하나인 일회용 플라스틱 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

두 번째 쓰샘은 2022년 6월에 세상에 선보인 ‘AI 페트병 리사이클 로봇 쓰샘’으로 일명 ‘리펫(Re PET)’이라 불리는 페트병 자원화 로봇이다.

190cm 높이에 해당하는 리펫은 대개 음료수 자판기와 크기가 비슷한데, 최대 800개의 페트병을 수집해 선별, 압출까지 한다. 페트병을 넣은 즉시 AI가 페트병인지 아닌지 선별하고, 만약 재활용이 안 될 것 같은 페트병은 AI 스스로 한곳으로 모아두는데, 이 모든 과정이 6~7초면 끝난다.


사용방법도 간단하다. 이노버스의 앱인 ‘리턴’을 다운로드받으면 개인별 바코드가 생성되는데, 그걸 리펫 상단에 찍으면 된다. 혹은 제스처 모드를 활용하면 손만 움직여도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열린 문 사이로 페트병을 넣기만 하면 이후부터는 쓰샘이 알아서 분리배출을 도와준다.

페트병 크기와 라벨 유무에 따라서 포인트를 상이하게 주는 기술력도 지니고 있다. 포인트가 쌓이면 기부를 할 수도 있고, 다양한 상품들에 응모할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진다. 장 대표는 앞으로 OK캐쉬백이나 배달앱 포인트로 전환하는 식으로 좀 더 리워드 혜택을 확장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리펫 개발에 7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현재 모델을 좀 더 개발해 페트병 처리 속도는 더 올리고, 정확도는 더 올릴 것입니다. 현재 리펫은 저희 생각에 충분히 똑똑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 학습 효과로 지금보다 훨씬 똑똑해져 선별률 정확도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쓰샘이라는 이름은 ‘한 번 써봐! 쓰셈(‘써보세요’를 짧게 줄임말)’이라는 신조어와, ‘쓰레기 선생님’을 줄인 단어로부터 만들어졌다. 그 이름이 가진 뜻처럼 더욱 다양한 사람들이, 더 많은 곳에서 제대로 쓸 수 있어야 개발 본연의 의미가 빛이 날 것이다.

현재 ‘리컵’은 국회의사당을 비롯해 전국에 50대 정도 운영되고 있다. ‘리펫’은 휴게소에 집중적으로 들어가 있다. 한 달 뒤에는 제주도 우도에 설치할 예정이고, 올 하반기에는 서울시 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 위주로 설치할 계획이다. 또, 내년 야구 시즌에는 한화이글스의 야구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이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또는 문제를 스타트업이 해결해주는 사업인데, 당시 한화이글스에서 야구장에 페트병이 너무 많이 나온다며 페트병을 올바르게 처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구장에 도입하는 것을 과제로 내걸었어요. 마침 저희가 그런 사업을 하고 있었으니까 1등이라는 수상의 영예도 안았고, 저희 제품을 야구팬들에게도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리펫의 설치 비율을 점점 높여 나가고 있는 이노버스는 현재 25대 정도 운영되고 있고, 올해 50대, 내년에는 누적 개수 500대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리펫에 대한 피드백도 긍정적이다. ‘이런 제품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우리 동네에도 있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이 꾸준히 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구매 요청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회사 성장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져 이노버스 매출은 연간 5배씩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바른 분리배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장진혁 대표는 생활계에서 나오는 모든 플라스틱 종류를 자동으로 선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플라스틱을 실질적으로 자원화하기까지 앞단에 있는 모든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노버스는 우선 서울·인천·경기를 중심으로 제품을 빠르게 확대한 뒤, 폐기물 문제가 심각한 동남아시아권에도 진출할 계획을 하고 있다.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구조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플라스틱은 용기마다 종류가 다 다르거든요. 하지만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으로 통칭해 버려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사람이 일일이 다 분류하는 것도 힘들고, 오차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쓰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쓰샘을 통해 정확하고 빠르게 플라스틱 재질을 분류부터 재활용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나가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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