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가 있어도 ‘온라인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쇼핑 플랫폼…㈜와들 박지혁 대표 

 

정교한 사고가 필요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사람처럼 대화하는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Chat GPT)는 스스로 언어를 생성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IT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이처럼 기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지만기술혁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만 같은 이야기다.

 

와들(WADDLE)은 기술혁신 혜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신념 아래 세워졌다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박지혁 대표는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모든 사용자가 온라인 쇼핑을 할 때 느끼는 장애물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아이언맨 수트 로봇’ 동경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으로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를 거쳐 KAIST에 진학한 박지혁 대표와 조용원 CSO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과학적인 기량과 창의력을 마음껏 기를 수 있는 최적의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박지혁 대표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 R&E(research & education) 과제를 수행할 때 영화 아이언맨2’를 보고 재활공학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처음엔 사람의 신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트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호기심과 동경이 있었습니다생물인 인간과 무생물인 기계가 합쳐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개념 자체에 매료됐었거든요아이언맨 수트를 좀 더 인류에 좋은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카이스트 신경재활연구실의 지도교수님을 만나게 되면서 재활공학이라는 분야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그 시절 뇌 병변 환자를 위한 보행 보조재활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재활공학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박 대표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 대학교도 전자공학과로 진학했다이후 1학년 여름방학때부터 7개월간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하는 기업인 닷(dot)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한 그는 시각장애인들을 동료이자 고객으로 만나게 되면서 디지털 소외계층의 현실에 눈 뜨게 됐다.

 

일상적인 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던 이들이 앱이나 컴퓨터 OS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거예요특히 대부분의 정보가 시각적인 형태로 돼 있어 정보적으로 많이 뒤처지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복학 후 관련 프로젝트를 계속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는 2018년 2월 학내 동아리이자 와들의 전신인 와들랩을 결성했고이후 동아리에서 하던 일을 좀 더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2019년 4월 법인으로 전환하며 지금의 와들로 성장했다.

 

시각장애인에게 온라인 쇼핑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다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을 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페이지는 상품 상세페이지다이미지를 확대해 제품을 파악하기도 하고세부적인 사항을 꼼꼼히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하지만시각장애인에게는 이런 온라인 쇼핑몰의 구조가 쇼핑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된다그래서 필요한 기술이 화면에 있는 글자들을 읽어주는 소프트웨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가 만능이 아니다 보니 텍스트로 된 것만 읽어준다는 데 있다그렇다 보니 상품정보옵션가격 정도는 알기 쉽지만상품 크기나 디자인색상 등 세부사항들은 알기 어려워 시각장애인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쇼핑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물론일부 발전된 형태의 소프트웨어들은 이미지 내부에 있는 글자까지 읽어주지만정확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어서 시각장애인 스스로 새로운 상품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는 여전했다와들은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그래서 탄생한 AI 기술 기반의 배리어프리(Barrier-free) 쇼핑 앱이 소리마켓이다.

 

소리마켓은 이미지로 돼 있는 상품정보라 하더라도 전부 텍스트로 변환해준다만약 상품과 무관한 정보들이 있다면 필터링까지 해준 후텍스트들을 듣기 좋은 음성의 형태로 실시간으로 변환해 제공한다박 대표는 온라인 쇼핑 단계마다 시각장애인들이 느꼈던 문제점들을 해결함으로써 그들에게 최적의 접근성을 제공해 온라인 쇼핑이라는 하나의 흐름을 완료할 수 있게끔 개발과정에서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소리마켓은 오픈마켓 11번가의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맺고 서로 상생하는 구조로 나아가고 있다쇼핑할 때도 11번가의 모든 상품이 연동돼 있어 11번가에 올라와 있는 모든 상품을 검색하고구매할 수 있다.

 

조용원 CSO는 소리마켓을 알리기 위해 대전에 있는 시각장애복지관부터 시작해 시각장애인들이 모이는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접점을 늘려나갔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직접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제품을 개선해나갔다고 한다그 결과사용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특히 재구매율이 88~90%로 충성 고객층이 높다. ‘소리마켓을 통해 처음으로 아들에게 선물을 사줬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 사용자도 있다.

 

이처럼 소리마켓의 기술은 단순히 부족한 생필품을 채우는 쇼핑몰에 그치지 않고시각장애인에게 스스로 필요한 걸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했다는 데서 더 높은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초고령화 사회가 요구하는 디지털 기술 선두주자 될 것

 

현재 와들은 OCR(AI 기반의 이미지 문자 변환 기술작업과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환점에 있다먼저기존의 모바일 앱과 웹의 형태를 벗어나 챗GPT처럼 대화를 통해 상품의 정보를 파악하고찾아주는 대화형 커머스를 시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이를 통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경험을 사용자에게 부여함으로써 코어 사용자인 시각장애인부터 인접 사용자인 시니어나 다른 유형 사용자들의 문제까지 포용하겠다는 것이다이는 지금보다 더 넓은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며 박 대표는 기대감을 표했다.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수가 26만명이거든요하지만시니어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법적인 기준과는 무관하게 스마트폰의 글자를 보기 어려울 정도의 경증 시각장애인의 비율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따라서 고령화 사회에서는 대화형 커머스가 중요한 서비스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박 대표는 현재 와들이 사용자가 정말 좋아하는 형태의 대화형 커머스가 무엇이고이것만의 장점이 무엇인지또한 그 장점들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계속 찾아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그런 측면에서 와들은 항상 외부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인공지능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상황에서 쇼핑 시장에서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민첩함과 기민함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목적에 따라 활용도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우리는 쇼핑이라는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가져갈 생각입니다사실 사용자별로 쇼핑하는 행태나 행동양식이 각양각색이잖아요이런 다양성이 기존의 쇼핑 앱이나 웹을 디자인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었습니다우리는 대화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사용자 개인 맞춤을 정말 잘하는 기술을 만들 것입니다.”

 

사용자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그 불편을 대화형 커머스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얼마나·어디까지 해결 가능한지 검증한 후사용자가 대화를 통해 구매하는 상품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 더욱 다양한 형태의 쇼핑몰로도 나아갈 수 있다예를 들면좀 더 다른 형태의 종합쇼핑몰이 될 수도 있고특정 상품군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특화몰과의 제휴도 있을 수 있다박 대표는 와들이 다시 한번 사용자들에게 또 다른 가치를 제공할 시기에 있다고 말했다.

 

와들은 뒤뚱거리며 걷다라는 사전적 의미 외에도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미지의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의 도전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저희는 계속해서 혁신하고새로운 시도를 할 것입니다뒤뚱뒤뚱하면서도 안 넘어지고 계속 걸어가는 펭귄처럼 계속 도전할 것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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