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의 조은하 대표 안내에 따라 들어선 사무실은 곳곳마다 보라색 아이템으로 꾸며져 있었다. 자칫 단조롭고 평범해 보이는 사무실에 과하지 않게 살짝 보라색으로 포인트를 줬을 뿐인데 기품 있으면서도 신비로운 색채가 발산됐다. 여기에 보라색 셔츠를 걸쳐 입은 조 대표까지 함께 서 있으니 ‘보라(BORA)’의 정체성이 확연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회사명인 ‘보라’가 단순히 색깔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초록 초록’한 플랜테리어는 보기만 해도 사람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데, 이런 플랜테리어의 매력을 ‘바라보다’, ‘와서 보라’라는 의미도 함축돼 있다고 한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조은하 대표는 “이런 플랜테리어의 좋은 기운을 좀 더 이 사회와 나누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오랜 사업의 노하우를 취약계층과 함께 나누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세웠다”며, “식물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맞춤 식재 및 교육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모두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 창업가…한순간 찾아온 번아웃으로 ‘전환점’ 맞아
조은하 대표는 가드닝·플랜테리어 업계에서도 실력 있기로 이름난 사업가였다. 2013년부터 시작한 개인사업이 꽤 잘 돼 월 수천만원의 이익을 냈다. 그가 판매했던 ‘다육이 선인장’이 맘 카페에 입소문이 나면서 공동구매하는 일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그의 다육식물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다고 한다. 이후 가드닝 클래스를 시작하면서, 인테리어를 전공한 그의 손재주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2014~2015년에 한창 가드닝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가만히 업계를 살펴보니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 판교에 쇼룸을 냈다”며, “주로 창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클래스를 했는데 일주일에 10타임을 할 정도로 잘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에 500평대의 농장과 판교에 위치한 40평대의 가드닝 쇼룸을 왔다 갔다 하며 일에 매진했던 그는 가드닝 클래스만 500회 이상 진행했고, 가드닝 창업 전문가반 수료생 40팀의 창업 오픈을 지원했다. 특히 자체 제작교재와 교육 커리큘럼을 보유할 정도로 실력파였던 그는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롯데백화점 분당점의 문화센터 가드닝과 플라워 클래스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계기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재정적인 어려움과 남편의 교통사고였다.
조 대표는 “2019년도에 사업 규모를 2배로 키워 확장했고, 무리해서 카페까지 열었다”며,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갔고, 그만큼 전환율도 빠르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남편이 교통사고까지 크게 나면서 번아웃이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그 당시 스트레스로 온몸에 피부병이 걸릴 정도로 힘들었다. 병원에서는 쉬라고만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럴 상황이 안 됐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갚아야 할 빚만 수억원에 달했다는 조 대표는 당시를 돌아보며 “1~2년 정도 여유를 가지고 했어도 늦지 않았을 텐데 그만 섣부른 판단이 마이너스로 돌입하게 만들었다”며 실패의 원인을 분석했다.
실패의 경험…사회적기업 설립하며 새로운 도전 꿈꾸다
이런 실패의 경험이 그에게 좌절만을 안겨준 것은 아니었다. 조 대표가 마음속으로 계속 꿈 꿔왔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일을 하게 만드는 발판이 됐기 때문이다.
입양으로 가족이 된 동생 세 명을 둔 조 대표는 가정환경으로 인해 평소 남을 돕는 일에 관심이 많았고, 사업을 하면서도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사업을 할 때는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보니 ‘나눔’에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것이 사회적기업이다.
그는 “사회적기업으로 나아가면 아이들과 호흡하면서 비즈니스까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했다”며, “2021년도에 사회적기업 육성팀을 시작했고, 그해 8월에 법인을 설립했다. 어떻게 보면 40대에 접어든 나이에 도전 아닌 도전을 시작한 셈”이라고 말했다.
보라는 ▲가드닝 교육 ▲농장 운영 ▲식물 유통 ▲창업컨설팅 서비스 ▲B2B·B2C 플랜테리어와 조경 등을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성남시가 지원한 판교 백현동 카페거리 수국 축제와 강남구가 지원한 도곡2동 주민센터 플라워 축제를 총괄 담당했다. 200만 유튜버인 ‘디바 제시카’의 사무실과 대치동·목동 일대 유명 학원의 플랜테리어도 담당하는 등 다양한 곳에 보라의 손길이 녹아있다.
여기에 기업의 사회적 미션을 함께 실천하는 것이 보라의 목표다. 우선, 자립준비청년과 함께 하며 그들을 더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이 사회적 독립을 할 수 있도록 밑받침이 돼 주는 것이 1차 목표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미혼부·모와 입양가정, 보육원 친구들이 함께 삶을 나눌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조 대표는 “올 상반기 안으로 작업장 및 교육장을 오픈할 계획이고, 5월에는 자립준비청년도 4~5명 더 채용할 예정”이라며, “이 친구들을 작업장의 중간관리자급으로 키울 계획이고, 훗날 이 친구들이 독립할 때 자격증이라도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가드닝 관련 민간자격증 협회도 만들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그의 목표는 ‘돈 잘 버는 사회적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소셜 미션은 좋은데 돈은 못 버는 사회적기업이 많다”며, “기업인 이상 성과는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후에도 꾸준히 매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특히 올해는 전년도 대비 200% 이상 매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조 대표는 “식물은 미관상 좋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을 더욱 쾌적하고 신선하게 만들어주는 청정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조성한다”며,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회사 안에서 직원들과 단순히 일하는 관계가 아닌, 가족의 의미를 찾고 싶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그는 “자립준비청년들이 보라를 공동체처럼 편한 곳으로 인식하면 좋겠다. 이 안에서 그들과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힙’하게 놀고 싶다”며, 보라가 ‘꿈’을 꾸는 청년의 브리지(bridge) 역할이 되기를 기대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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