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곡식으로 떡을 빻고 기름을 짜내는 방앗간은 ‘건강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줄 순 있지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아무리 요즘 ‘할매니얼 음식’이 유행한다고 하더라도 MZ들의 발길은 동네 방앗간을 찾기보다는 좀 더 다양한 메뉴가 있고, SNS에 업로드하고 싶을 정도의 인테리어가 갖춰진 트렌디한 곳으로 발길을 돌리기 마련이다.
10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의 떡방앗간 아들이 이런 현 세태에 도전장을 냈다. 4대째 내려오고 있는 떡방앗간의 노하우와 건강한 음식에 대한 고집은 그대로 지켜내면서, 젊은이들에게 감성·재미·맛을 부여할 수 있도록 최신 트렌드에 맞게 방앗간을 재해석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빵앗간며느리 안준성 대표는 “97년의 역사를 안고 있다 보니 한국 전통의 음식과 문화가 이 방앗간에 녹아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소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빵앗간며느리는 이런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해소해 줄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맛까지 보장할 수 있도록 최적의 레시피를 만들고 있다”고 자신했다.
부모님의 ‘방앗간’을 새로운 브랜드로 탄생시키다
국제경영학을 전공한 안준성 대표는 매출 1조원 규모 전자회사의 해외영업팀에서 근무하다, 화장품 회사로 옮겨 18년간 국내영업과 해외영업을 담당해 온 베테랑 영업맨이다. 롯데의 롭스(LOHB'S)와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랄라블라(Lalavla)에서 2019년과 2021년에 최우수 파트너상을 수상할 정도로 영업실적도 좋았다.
그러다 한 코스메틱 회사에서 브랜드를 론칭할 때 브랜드 스토리부터 디자인,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총괄을 담당하다 보니 ‘나중에 내가 밖에 나가서도 일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한다. 그동안 ‘부모님이 가진 유산을 가지고 브랜드를 기획하고 싶다’는 막연했던 그의 희망사항이 현실 속으로 한 발짝 더 들어오게 된 셈이다.
안준성 대표에 따르면, 그의 부모님이 하는 ‘감곡 떡방앗간’은 일제 강점기때부터 계속 한 자리에서 떡방앗간을 해왔다.
그는 “인근에서도 감곡면의 안씨네 방앗간이라고 하면 다 여기로 알고 찾아올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방앗간 일이라는 게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다”며, “부모님은 당신들보다 편하게 일하라고 해외에서 공부도 시키며 뒷바라지를 해줬지만, 내 생각에 100년이라는 숫자는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소비자의 선택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기에 놓치기가 아까웠다. 서울에 있을 때도 방앗간에서 참기름 같은 걸 짜서 주변에 가져다주면 다들 맛있다며 칭찬 일색이었다. 그걸 보고 ‘내가 관심 좀 가져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방앗간 일에 대한 노하우는 대부분 어머니, 즉 며느리들이 가지고 있다. 내 세대에서는 정량화시켜 정해진 시스템대로 일을 하지만, 어머니는 손으로 집어내기만 해도 깨의 습기 상태가 어떤지, 어느 정도 볶아야 하는지 감으로 다 안다. 이런 걸 보면서 오랫동안 맛집으로 내려오던 이 노하우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의미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브랜드 이름도 이런 며느리들의 애정과 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빵앗간며느리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서서히 사업구상을 하던 안 대표는 법인 설립 2년 전부터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며 감곡 떡방앗간의 4대 며느리인 그의 부인과 업계에서 만난 동료 두 명과 함께 뭉쳐 빵앗간며느리 브랜드를 완성했다.
특히 식품을 전공한 후 제과제빵 일과 태권도 사범 생활을 했던 서유석 전무는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대체의학을 배운 케이스다. 이후 식이요법과 체형 교정을 통해 사람들의 몸을 바르게 잡아주는 운동센터를 운영했었는데, 안 대표 부모가 운영하는 감곡 떡방앗간에서 나온 참기름을 경험해본 후, 평소 그가 강조하던 ‘바른 먹거리를 먹어야 운동을 해도 건강해진다’는 신념과 맞아떨어져 함께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한다.
“몸에 좋고, 건강하더라도 맛이 없으면 외면을 한다”
빵앗간며느리가 내세우는 철학은 ‘바른 몸, 바른 먹거리’다. 하지만,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 하더라도 맛이 없으면 사람들은 사 먹지 않는다.
안 대표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좋은 음식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몸을 궁극적으로 건강하게 한다는 거다. 이에 상품을 개발할 때마다 레시피와 재료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아무리 몸에 좋고, 건강하다 하더라도 맛이 없으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우리는 건강한 식재료와 식단을 사용하지만, 맛은 포기하지 않는 최적의 레시피를 구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빵앗간며느리가 20~30대 젊은이들에게도 통하는 가장 큰 이유도 건강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그 비결은 좋은 식재료, 다른 문화를 한국 전통의 아이디어와 결합해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하는 능력에서 발현한다.
메인상품 중 하나인 ‘수제 그래놀라’를 보면 알 수 있다. 수제 그래놀라 오리지널은 유기농 귀리, 피칸 등의 건강한 곡물을 기름에 튀겨내지 않고 프랑스산 르갈버터로 구워냈다. 그래놀라와 한국의 블랙푸드를 콜라보레이션 한 블랙 그래놀라인 K-블랙놀라는 우리의 곡식을 전통방식으로 조리한 후, 프랑스산 르갈버터로 구워낸 국내 최초의 전통방식 그래놀라다.
안 대표는 “그래놀라는 서양에서 나온 조리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전통 블랙푸드인 검은콩, 검은깨, 흑미 등과 같은 곡식에 우리만의 방식을 옮겨와 그래놀라 방식으로 접목해 아이디어를 냈다”며, “그러다 보니 그래놀라를 먹더라도 기존의 그래놀라와 다르게 한국적인 느낌이 난다. 이런 그래놀라는 전 세계에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수제 그래놀라 오리지널과 K블랙놀라는 1인 가구를 비롯해 사람들이 간편하게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도록 1인분(50g)씩 포장해서 내놨고, 5끼 정도가 나오는 대용량(250g)도 선보이고 있다. 안 대표는 그래놀라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그릭요거트나 우유에 타 먹는걸 추천했다. 특히 온라인에서 평점 5점 만점을 기록할 정도로 소비자 반응이 뜨거운데, 이런 K블랙놀라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컬러 테라피를 적용한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다음 버전으로는 레드와 그린을 생각하고 있다고 안 대표는 부연 설명했다.
미숫가루 쉐이크와 K-블랙 선식 쉐이크도 신제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귀리, 맵쌀, 찹쌀, 보리쌀, 흑미, 현미 등 6가지 곡식이 들어가며, 이 제품 역시 각각 45g, 40g 등 한 끼 식사 대용 분량으로도 소포장해 판매할 예정이다.
‘비법 맛장’도 빼놓을 수 없다. 삼천포 죽방멸치 액젓으로 만드는 이 액젓은 전성분이 천연 죽방멸치액젓과 천일염 딱 두가지다. 안 대표는 깊은 맛을 원할 때 한 두 방울 떨어뜨려 넣어주면 요리의 풍미를 살려준다고 설명하며, 자신은 라면에도 이 비법 맛장을 넣어 먹는다고 귀띔했다. 용량은 250ml, 300ml로 구성돼 있고 1인 가구, 배달 음식족, 캠핑족 등이 들고 다니며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75ml의 미니사이즈도 준비했다. 화장품 회사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용기 디자인도 화장품 용기에서 착안해 심미성을 살렸다.
하절기 시즈널 제품으로 전통 김부각도 있다. 국산 재래김에 국산 찹쌀풀을 바르고 기름 산패냄새가 나지 않도록 튀겨냈다. 오리지널, 어니언, 갈릭, 와사비 맛을 판매하고 있는데, 특히 직접 키운 양파와 마늘로 시즈닝을 첨가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했다.
10월부터는 합성감미료와 물을 첨가하지 않은 수제 막걸리인 감성곡주도 선보일 예정이다. 항아리에서 전통방식으로 발효주를 만드는 장인과 협업해 개발한 이 막걸리는 술빚기를 한 번으로 그쳐 한 번만 발효하는 단양주다. 3개월이 지나면 발효가 끝나면서 생을 다한 효모들이 그대로 가라앉아 시중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막걸리가 완성된다. 여기에서 2주에서 1개월이 지나면 깔끔한 쌀의 내음을 풍기며, 마치 고급 포도주를 먹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고 한다. 판매는 오프라인부터 시작하며, 훗날에는 제조시설도 본사에 설치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최근 아스파탐에 대한 이슈가 많은데, 우리는 힘들지만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을 잡기 위해 아스파탐 없는 막걸리를 제조하고 있다”고 했다.
100년 한국 전통 맛,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2023년 4월에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해 제품을 판매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업계와 소비자의 반응은 뜨겁다. 이에 판로도 더 확장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현재 온라인 판매를 좀 더 구축해 놓고 공동구매, 대리점 시판 등의 체계를 구축한 다음, 마트나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와 면세점에도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과 동남아 등 해외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빵앗간며느리는 방부제를 안 쓰고 천연물질을 포함하는 항균 조성물 관련 특허를 이전해 온 상태다. 올해 말 적용할 예정인 이 기술은 쉽게 말해 천연방부제인 셈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고, 곡식을 먹고 소화를 못 시키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새로 리모델링한 떡방앗간 건물 2층에 약 한 달 전부터 카페방앗간 & 펍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운영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동네사람뿐만 아니라 곤지암, 경기도 하남시, 충북 청주시의 업계 관계자들이 방문해 지점을 오픈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오기도 했다.
안 대표는 시스템을 좀 더 구축한 후, 공간구성 및 레시피 등을 정리해 앞으로 50개점의 매장을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온라인을 필두로 카페와 각 유통사에 진입할 것을 예상해, 빵앗간며느리는 올 매출 목표액으로 3억8000만원을 잡았다. 2024년에는 50억원, 2025년에는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 대표는 “건강과 맛, 재미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며, “앞으로도 좋고 건강한 식재료를 가지고 식단을 짜서 우리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좀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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