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빚어 굽고 장식한 공예품을 만드는 ‘도자공예’에 대해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흔히 영화나 TV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을 떠올리곤 한다. 그중에서도 개봉한 지 30년도 더 된 영화 ‘사랑과 영혼’이 여전히 도자공예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명장면으로 꼽히며 온·오프라인에서 패러디되고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이 도자공예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현 세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세 젊은이가 모였다. 이들이 바라본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공을 살려 작가로서 활동을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야드(Yard)의 서진혁·이다원·장현나 세 대표는 “젊은 신진작가들이 제대로 꿈을 펼칠 수 있는 시장 자체가 조성돼 있지 않다. 특히 공예작업은 오프라인에서 거의 진행되고, 도제식 교육으로 전승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노하우나 기술적인 부분에 의존하며 이어져 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온라인 환경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드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공’을 살리고 싶지만…기회조차 없는 젊은 작가들
“어떻게 하면 전공을 살리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세 대표가 졸업을 앞두고 했던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한다.
이들에 따르면, 많은 전공자가 전공을 살려 작가 활동을 하고 싶어 하지만,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장 분위기나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아 다른 길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즉, 전공했다고 해서 모두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환경은 일반인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미쳐 공예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어려운 예술활동으로 비치게 한다. 실제로 식탁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공예제품을 흔하게 접하고 있는데도 공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서진혁 대표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시장에 소개하고, 시장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할 수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온라인 환경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까지 이어지게 한다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대 도자공예학과에 다니고 있던 서 대표는 당시 성신여자대학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있던 장현나 대표와 함께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공감했고, 이들과 같은 뜻을 품고 있던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이다원 대표와 만나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구상했다.
자신들과 같은 전공자들이 직면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국민대 창업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지원금을 받아 관련 서비스를 하나 하나 만들어 나갔다. 그러면서 예비창업패키지, 사회적기업육성사업과 같은 국가 지원사업에도 선발되며 서비스를 좀 더 구체화했고, 사업규모 역시 점차 커지게 됐다.
이들은 “처음부터 창업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당면한 이슈를 함께 논의하고, 해결해 보자는 마음에서 모였다. 하지만, 물 흐르듯 오다 보니 어느새 졸업 후까지도 창업이 이어져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들의 뜻에 공감하고, 이런 서비스에 목말라했던 전공자들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작업 공간부터 마케팅·유통까지 이어줄 수 있다면”
우선 이들이 가장 이루고 싶었던 첫 번째 목표는 공예창작자들이 모여 함께 만들고, 확장해 나가는 공예플랫폼이다. 물론, 디자인이나 페인팅 등 예술분야에는 다양한 커뮤니티가 존재해 왔지만, 공예커뮤니티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그나마 있는 커뮤니티라 하더라도 도자, 금속, 유리, 가죽 등 모든 공예분야를 아우르는 커뮤니티는 드물다.
이에 세 대표는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면 좀 더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야드를 설립했다고 한다. 이 공간을 통해 창작자들의 기술이나 기법, 재료상 등 모든 것을 소통하고, 더 나아가 창작자 간 전승·계승·개발하고 싶은 모든 것을 나누는 장이 되는 것이다. 동시에 작가들이 필요로 하는 판매 플랫폼까지 연결함으로써 정보 전달과 작품 판매를 함께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신진작가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현실적인 ‘통로’가 되는 것이다.
장현나 대표는 “공예전공자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작가활동을 하며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며, “전공하면서 배운 기술로 아르바이트 같은걸 하고 싶어도 그런 공간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졸업 후 작업하려면 작업공간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클래스를 하더라도 수강생 인원수만큼 도구를 마련하는 것도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제 막 졸업한 신진작가나 젊은 작가는 이런 것들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야드는 온라인 외에도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한 공예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서울시 중구 퇴계로에 있는 23평(약 76㎡)의 야드 공간을 구역별로 나누고, 도구를 공유함으로써 전시와 판매, 클래스가 한 공간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콘텐츠도 함께 상의하고, 사진 촬영과 홍보도 함께 진행한다.
서진혁 대표는 “이 공간에서 작품 판매뿐만 아니라 클래스를 통해 작가와 소통하면서 재료에 대한 이해, 기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일반인에게는 공예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와 경험을, 작가에게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이다원 대표는 “이외에도 출강도 할 수 있다”며, “최근 공공기관이나 일반 사기업, 중고등학교에서 출강 문의가 꾸준히 오고 있다”고 밝혔다.
공예, 단순히 소비하던 것에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2020년 12월에 시작해 2022년 10월 법인 전환한 야드는 현재 온라인숍을 비롯해 팝업스토어와 같은 오프라인을 통해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알리고, 판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마케팅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플랫폼 웹앱도 론칭할 예정이다. 동시에 각종 전시와 마켓, 클래스를 열어 공예를 좀 더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까지 79명의 작가와 함께 공예 트렌드 페어를 비롯한 행사와 팝업 마켓, 체험행사, 전시 등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수원 AK갤러리에서 열린 아트페어 행사에도 참여했다. 특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주관으로 매년 5월 열리는 국내 최대규모의 공예축제인 ‘공예주간’에도 참여해, 전시·마켓·체험을 포괄하는 프로그램으로 2022년 공예주간 인기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이 뿐만 아니라 머그잔이나 접시 등 야드 자체 브랜드 상품도 생산하고 있다. 캐스팅 기법을 이용해 모두 손으로 작업해 생산까지 한다. 제품의 강점은 디자인적으로 심미성을 강조했으면서도 실용적이라는 점이다.
도자 작가로 활동하면서 테이블웨어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는 서진혁 대표는 원래 식기류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실용성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는 “식기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작은 부분 중 하나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그 사람의 감각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색깔이 들어간 테이블웨어 브랜드를 만들면 그런 것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맞춤 정장처럼 좀 더 다양한 상황과 개인에 맞는 맞춤형 브랜드로 나아가고 싶다”며, “일례로 일식에 어울리는 식기, 한식에 어울리는 식기, 흰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할 수 있는 식기 등 개인에게 좀 더 맞춤화된 브랜딩을 하고 싶다. 그리고, 시스템을 간소화해 생산까지 빠르게 할 수 있는 브랜드를 추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야드의 세 공동대표는 이런 활동을 이어가면서 클래스에 좀 더 집중할 계획이다. 클래스를 통해 작가를 포함한 좀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인에게는 공예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세 대표는 클래스를 통해 전공자로서 알기 어려웠던 대중의 생각과 니즈를 알게 됐고, 더불어 클래스가 작가와 대중이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이 될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서진혁 대표는 “공예를 접하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전에는 다른 곳에서라도 클래스 같은 활동을 통해 한 번쯤은 해봤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아 놀랐다”며, “클래스를 통해 비전공자들이 직접 재료를 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새로운 경험으로 공예를 신기하고 재미있어한다. 작가들 역시 이런 공간이 더 많아지면 공예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좀 더 커질 수 있으니까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클래스를 통해 일반인이 가장 놀라워하는 점은 제품 상태일 때와 다르게 흙 상태일 때 매우 부드럽고 촉촉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컵을 예로 들면, 석고틀이 있고 그곳에 흙물을 부어 보디를 형성한다. 손잡이까지 붙여 850℃로 8~9시간 동안 초벌구이를 한다. 다 구워지면 유약을 발라 한 번 더 굽는다. 이를 재벌 소성이라고 하는데, 1250℃에서 12시간 정도 굽는다. 이후 사인을 붙이는 등의 추가적인 작업 후 다시 한번 800℃에서 4~5시간 구워주면 비로소 완성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야드의 매출도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회사 설립 후 첫 2년간은 온라인과 팝업 활동을 통해 작품 소개를 주로 했다면, 올해부터는 좀 더 공격적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 또한 이와 관련해 커뮤니티성 목적으로 유료 모임과 같은 수익을 낼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다원 대표는 “처음 창업을 마음먹었을 때, 대단한 결심을 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활동 자체가 친구들끼리 뭔가 만들고 키워나간다는 느낌이 있어 의미 있고, 재밌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 대표는 “앞으로도 신진작가들이 서로 전문적인 정보를 교류할 수 있고, 이들의 꿈을 펼쳐나갈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이들의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시장에 진입해 판로까지 확보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 플랫폼으로 나아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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