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된 키오스크 해결 “무인화기기 통합관리”

소상공인 IT기기 안심하고 쓸 수 있도록…(주)위젯누리 최승환 대표 

 

“이거 또 멈췄어요! 빨리 와주세요.”

키오스크 기기 담당자가 점주들로부터 흔히 받는 전화 내용이다. 코로나19 이후 무인화 서비스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식당이나 커피숍 등 일반 점포에서는 키오스크 주문이 당연시되고 있다. 대기시간을 줄여주고 인건비를 저감할 수 있어 키오스크를 들이는 매장이 늘고 있지만, 기계다 보니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럴 때 대다수의 업주는 PC를 사용할 때처럼 기기를 껐다 켜거나, 키오스크 담당자에게 급하게 SOS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담당자 역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현장에 방문하면 그만큼 진단하고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무한반복되는 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스마트체커(Smart Checker)’다. 

위젯누리(WidgetNuri) 최승환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이 안 되거나 키오스크 내 프로그램 충돌이나 외부장치가 먹통일때, 메모리 소비가 과하거나 하드웨어 디스크 용량이 꽉 찼을 때 혹은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나 기기의 성능 저하 등으로 인해 키오스크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럴 때 장애에 대한 객관적인 원인과 정보가 부족하면 제대로 된 기술지원을 제공하기 어렵고,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체커는 원격으로 장애 원인을 분석해 진단하고 조치해주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가 가능하다”며, “궁극적으로 인터넷 장비, CCTV 등 모든 IT 서비스가 무인화로 가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좀 더 편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케어해주는 플랫폼 전문 업체로 발전해 우리나라의 소상공인이 안심하고 IT기기를 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능형 보안 솔루션’ 만들고 싶었던 개발자, 창업으로 현실의 ‘벽’ 넘다

최승환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실생활에서 마주한 불편함을 IT로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데 재능을 보였다. GPS를 활용한 실시간 자판기 관리 아이디어로 제1회 서울벤처창업경진대회에서 입상하며 업계에서 인정받기도 했다. 

최 대표는 “자판기에 재고가 떨어지면 사람이 직접 와서 확인하고 물건을 채우더라. 당연히 재고 확인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실시간으로 자판기 현황을 공유하고, GPS를 활용해 동선까지 짜주면 자판기 담당자도, 고객도 더 편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2009년에는 서비스되기 시작한 ‘위젯’이 앞으로 붐을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에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얹을 수 있는 위젯 서비스를 활용한 아이디어로 서울경제진흥원(SBA)에서 주관한 지원 프로그램에 뽑혔다.

당시에는 “한창 개인 쇼핑몰들이 많이 나올 때였는데, 이 쇼핑몰들을 한데 모아서 자신이 원하는 취향을 입력하면 위젯에 해당 쇼핑몰을 노출해주고, 클릭하면 해당 쇼핑몰로 안내해 결제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서, “하지만 개발만 할 줄 알았지 세일즈나 마케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했다”며 창업이 실패했던 이유를 분석했다.

이후 네트워크보안 솔루션을 만드는 IT 기업에 취업한 최승환 대표는 엔드포인트(End-Point) 파트의 개발자로 일했다. PC의 변화나 이상행위를 재빨리 탐지해 조치할 수 있는 지능형 보안 솔루션을 만들고자 회사에 제안했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지 못하면서 창업을 마음먹게 됐다. 

2014년 9월 퇴사하자마자 ‘위젯누리’를 창업한 최승환 대표는 대학교 때부터 15년간 함께 해왔던 후배 2명과 함께 회사를 점차 발전시켜나갔고, 2017년 7월에 법인을 새로 만들엇다. 

최 대표는 “2년 반동안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했다. 퇴직금을 다 들이부어야 했던 상황에서 월급까지 주지 못하니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래도 2년 이상 버티다보니 일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초창기 어려움을 전했다.

이어 “창업 초기에 지능형 보안 솔루션을 구체화해 만들었지만, 영업의 문제로 회사 존속까지 힘들어졌다. 그때가 2015년 말이었는데, 한창 랜섬웨어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였다. 그래서 랜섬웨어 사전 차단 솔루션을 만들었다”며, “덕분에 금융권에서 융자도 받고, 고객사도 점차 늘어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이후 수익이 개인사업자로 가는 것보다 법인으로 가게 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 법인을 새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오스크 고장이 빈번해진다면”…‘장애 원인 분석’이 빠졌기 때문

각종 행사를 다니며 엑셀러레이터를 만나고, 독립한 전 직장 동료나 선배들을 찾아가 아이템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진 최승환 대표는 보안 솔루션이 절실한 분야를 알게 됐고, 궁극적인 문제점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 

최 대표는 “보안 솔루션을 계속하다보니 안정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디바이스에서 장애가 나면 어떤 장애가 났는지 알고 현장에 출동하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런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무인화기기 통합관리 플랫폼인 스마트체커는 보안에 예민한 은행에서 처음 인정받았다. 2020년 광주은행의 자동화기기 종합관리시스템(ATMS) 구축 사업 대상자 선정 입찰에 참여한 위젯누리는 2021년도부터 ATM기기 650대에 스마트체커를 구축했다. 이후 무인화 바람이 불면서 키오스크가 점포마다 퍼져 나갔고, 이 시점에 최승환 대표는 소상공인이 마주한 문제점을 파악하게 됐다.

키오스크 결제를 대행하는 업체인 밴(VAN) 대리점이 키오스크를 관리하는데, 바쁜 소상공인 업소 특성상 신속하게 기기를 재개하도록 해야 한다. 이에 현장방문을 하더라도 임시조치 형태의 기술지원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최 대표는 “빨리 결제가 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장애의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면 장애가 반복적으로 나고, 장애 횟수 역시 빈번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비싼 키오스크를 매번 교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밴 대리점을 찾아가 스마트체커에 관해 설명하며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그 시간만 1년 6개월이 소요됐다고 한다. 

처음 밴 대리점을 찾아갔을 때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기존에 있던 인력으로 하겠다, 배우기 힘들다, 괜히 일 만드는거 아니냐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며, “이후 관련 보도자료를 본 한 밴사에서 밴사도 이젠 변해야 한다며 연락이 왔다”고 했다. 

이후 밴 대리점의 피드백을 받으며 좀 더 고도화시킨 위젯누리는 2022년 수도권 매장의 키오스크 500대에 스마트체커를 설치했다. 지금은 4곳의 밴 대리점과 파트너를 맺고 전국의 1000군데에 설치했다. 올 9월에는 전국에 15만 가맹점을 가지고 있는 대구 지역의 밴 대리점과 파트너 계약을 맺었다. 

위젯누리의 매출도 계속 상승곡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1억5000만원의 매출이 올해에는 2배 이상 뛰었고, 내년에는 10억원으로 훌쩍 오를 것으로 최 대표는 예상했다. 

스마트체커로 소상공인 생태계 바꿀 것…목표는 ‘글로벌’ 진출

실시간 모니터링은 물론, 원격제어 관리, 디바이스 장애 데이터 수집·분석, 디바이스 장애 등급별 진단, 상황별 장애 조치 및 분석 등을 제공하는 스마트체커는 95%의 장애 예방률을 자랑한다. 위젯누리가 밴 대리점 한 곳을 10개월간 모니터링한 결과, 업무 처리 시간은 50% 절약됐고, 출동 건수는 70%, 업무 처리 비용은 80%가 낮아졌다.  

최 대표는 “소상공인이 참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모르니까 비용적으로도 손해를 보는 일들이 많았다”며, “앞으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IT케어 서비스를 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그중 하나가 QR로 메뉴, 주문, 결제를 패키지로 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다. 최 대표에 따르면, 한창 점포에 설치됐던 태블릿 오더는 한개에 1만2000원~1만8000원으로 단가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 전선배치, 배터리 충전 등 관리에 대한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이미 유럽이나 동남아는 QR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최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의 차별점은 사용자에게 자율도를 줬다는 것”이라며, “관리자가 메뉴 카테고리나 메뉴 순서 등을 원하는 대로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스마트체커와 패키지로 가면 더욱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QR 서비스의 차별화를 위해 다른 외식 분야 기업과 연동해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다양한 쿠폰 혜택을 구독노트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야미펀, 식자재 자동재고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니즈, 주방 시스템 세팅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원썬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내년에는 디지털 옥외 광고에도 도전한다. 최 대표는 “엘리베이터의 광고물에 장애가 발생해 동작이 멈춰버리면 광고비 손실만 엄청나다”며, “현재 윈도우 버전으로 돼 있는 스마트체커를안드로이드 버전도 개발해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며 “안드로이드 버전이 완성되면 셋톱박스에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최승환 대표는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가 나더라도 사람의 개입없이 장애가 해결되는 것”이라며, “가게를 여는 소상공인 사이에 스마트체커가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 솔루션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종국에는 중국이나 동남아처럼 국토 면적이 큰 나라 등에도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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