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카페업계의 애플이라면, 우리는 카페업계의 안드로이드가 되겠다.”
‘내 근처 좋은 카페 찾기’라는 콘셉트로 지난 6월 설립한 니어라운드(nearound) 이태후 대표가 자신 있게 외쳤다. 이 대표가 말하는 ‘좋은 카페’란, 고품질의 원두와 이를 잘 로스팅해 최상의 맛을 구현하는 곳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이 비싸서도 안 된다.
이태후 대표는 개인 카페 중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을 묶어, 소비자가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하기 위해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한다. 면 단위까지 침투한 대형 프랜차이즈의 홍수 속에서 위태롭게 하루를 넘기고 있는 실력 있는 개인 카페에는 든든한 연합군이 생긴 셈이다. 또한, 평소 커피 맛에 예민해 단골 카페를 만들기 쉽지 않았던 고객에게도 이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다.
그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맛·가격·공간 어느 것 하나 뒤지지 않는 개인 카페와 연합해 하나의 버추얼(virtual) 프랜차이즈처럼 움직일 것”이라며, “추후에는 스타벅스와 경쟁할 정도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존의 카페 시장을 파괴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아쉬워”
사진을 전공한 이태후 대표는 국내 굴지의 숙박·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한 경험이 있다. 2년간 ‘야놀자’의 핵심부서인 여행콘텐츠사업부와 기획실 신규사업기획 업무를 거쳐 ‘제주패스’에서 8년간 일하면서 사업본부장과 모빌리티 본부장을 지내며 전문성을 쌓았다. 그중에서도 그가 제주패스 근무시절에 만든 서비스 중 하나인 ‘카페패스’가 카페업계에 발을 들인 원동력이 됐다.
이태후 대표는 “카페는 렌터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제주도 렌터카의 경우 일 년에 한두 번 올까 말까 하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보니 리텐션 마케팅이 쉽지 않다. 게다가 가격에 따라 서비스 이용률이 달라져 고객 충성도도 약한 편”이라고 했다. 반면, “카페는 사람들이 매일 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전국구 규모로 확장이 가능하다. 그런데 큰 시장 규모에 비해 제대로 된 플레이어가 없다”며, 서비스를 개발한 취지를 밝혔다.
이어 카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도 꼬집었다. “자본가들이 시장에 유입될 때 프랜차이즈 브랜드 형태로 들어온다. 이는 기존의 시장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전체 카페 중 약 80%가 개인 카페인데, 기존 시장을 도와주면서 비즈니스를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는 제주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현재 제주도에만 31개의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국내 최대의 리저브 전용매장이 들어서면서 근처 카페는 비상사태에 직면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대표가 생각한 방법이 개인 카페를 한데 뭉치는 것이다. 이들이 힘을 합치면, 대형 프랜차이즈에 버금가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개인 카페 네트워크를 활용한 버추얼 프랜차이즈가 콘셉트”라며, “우리가 프랜차이즈 본사는 아니지만, 개인 카페의 매장과 메뉴를 활용해 마케팅이나 판매 방식에 있어 연합군처럼 함께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NS에서도 없는 정보·혜택 제공…‘매출·고객 경험’ 늘린다
니어라운드의 지향점은 고객의 방문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단골 손님을 확보하거나 입소문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우선 고객이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인 가격에 메리트를 부여함으로써 소비자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개인 카페로 유도하고 있다. 현재 각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이용권을 발행하고 있는데, 세트 메뉴를 시중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고, 아메리카노 5잔을 구독하면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한정 수량의 메뉴를 프로모션 형태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오는 12월에는 지역의 카페를 협동조합처럼 묶어 모바일 상품권을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론칭한다. 통합 서비스인만큼 가장 대중적인 메뉴인 아메리카노 가격을 통일된 가격에 제공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최근 기프티콘으로 통칭하는 모바일 상품권이 프랜차이즈 매출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프랜차이즈가 상품을 유통하는 주요 방법의 하나는 기프티콘이다. MZ 사이에서는 온라인 중고 거래서비스를 통해 모바일 상품권의 거래가 활발히 이뤄질 정도다. 하지만, 개인 카페는 모바일 상품권을 활용한 마케팅이 불가능하다. 개별 매장이라 상품권의 효용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 서비스가 출시되면 이런 개인 카페의 고민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이 대표는 내다봤다.
여기에 개인 카페가 지닌 세부정보도 함께 전달한다. 현재 제주도에만 2000여개가 넘는 개인 카페가 있는데, 아무리 온라인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카페의 디테일한 정보를 찾기란 쉽지 않다. SNS에서는 사진 위주의 단편적인 정보밖에 볼 수 없고, 온라인 검색창에 나오는 카페는 대부분 광고다.
이태후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잘 찾기 힘들고, 카페 입장에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콘텐츠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며, “카페도 공간소비라는 범주로 봤을 때 호텔 비교 플랫폼처럼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니어라운드에서는 ▲노트북 활용 여부 ▲화장실 정보 ▲주차 공간 및 전기차 충전소 유무 ▲디카페인·두유 등 메뉴 옵션 ▲키드존 및 애견 동반 여부 ▲블루리본 선정 여부 등을 상세히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픽업 서비스, 배달 서비스 등 카페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많이 생겼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의 문제는 개인 카페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우리 소비층은 명확하다. 좀 더 좋은 커피를 마시면서, 공간도 쓰길 원하는 소비자들이다. 이에 개인 카페가 지닌 한계는 해결해 주면서 강점은 살리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한 곳당 니어라운드 카페 5~6곳 세울 것”
8월에 정식으로 출시한 니어라운드 앱에 가입한 카페 수는 제주도에 150여곳, 서울에 20여곳이다. 가입자 수도 하루 평균 20~30명씩 꾸준히 늘고 있다. 니어라운드가 회원 카페를 선정하는 기준은 맛과 품질이다.
이태후 대표는 “요즘에는 직접 로스팅하는 로스터리 카페들이 많이 생겼고, 원두 자체도 스페셜티 원두를 쓰는 곳이 많다. 눈여겨볼 점은 로스팅을 직접 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어 가격도 합리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형 프랜차이즈는 맛, 품질, 공간에 있어 최상은 아니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도를 부여한다. 이것이 개인 카페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주범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즉, 프랜차이즈가 커피부터 디저트, 샌드위치류 등 모든 것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백화점이라면, 개인 카페는 커피는 유명하지만 디저트는 안 파는 곳, 디저트는 있지만 샌드위치류가 없는 가게 등 가게마다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니어라운드의 목표는 스타벅스가 있는 곳에 니어라운드에 속해 있는 매장이 대여섯 군데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러면 고객이 스페셜티 커피를 원할 때, 디저트를 원할 때 등 그때 상황에 맞춰 원하는 최상의 콘텐츠를 골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태후 대표는 많은 사람이 니어라운드 서비스를 통해 삶의 공간이 확장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인에게 카페는 집, 직장 다음으로 중요한 제3의 공간”이라며, “이런 공간이 다양해질수록 우리 삶의 공간도 확장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더 많은 공간을 찾아다니기 쉽도록 정보와 메리트를 줘서 자신에게 맞는 공간을 쉽게 찾아다닐 수 있도록 우리가 그 허들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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