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인공위성 분야에서 후발주자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계속 인공위성을 활발하게 만들어와서, 시험장비라든지 이런 것들이 많이 개발돼 있는데 한국은 아직 부족하죠.”
㈜메카티엔에스의 김경규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주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현 위치를 설명하며, 우주산업에 투자되는 금액이 전세계적으로 연간 700조원을 넘어서고 있고 미래산업인 우주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주산업의 투자 확대에는 다양한 배경이 있지만, 스페이스X나 스타링크와 같은 유명한 프로젝트를 보면 과거와 달리 민간의 영역과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특이사항이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국가 기관 위주의 올드 스페이스였다면, 지금은 민간 위주인 뉴 스페이스로 바뀌고 있다”고 최근의 트렌드를 짚었다.
한국 역시 지난 5월 누리호 3차 발사에서 보듯 우주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발사체와 같은 핵심기술 국산화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발사체뿐만 아니라 인공위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산화가 시급히 필요하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주요 부품이나 장비를 구매해 사용하다가는, AS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수리 비용이 너무 비싸 장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사례도 여러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메카티엔에스는 인공위성 등에 사용되는 부품이나 시스템이, 임무 수행 중 겪게 되는 우주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우주환경을 모사하는 시설을 만들고 있다. “마이너스 75도에서 125도 사이에 온도가 이렇게 급격하게 바뀌는 우주환경을 모사하고, 이 환경에서 정상 작동한다는 시험을 통과된 제품만 인공위성에 부착되도록 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테스트는 발사환경 시험과 궤도환경 시험, 전자파환경 시험 등 다양한 단계가 있다. 발사환경 시험은 위성이 발사할 때 발생하는 진동, 충격 및 소음을 모사해 우주 부품과 시스템을 검증하는 시험이다. 궤도환경 시험은 위성의 궤도환경이 고진공과 극한 온도환경을 모사해 우주 부품과 시스템을 검증한다.
메카티엔에스는 우주부품 시험용 열진공 챔버(설비) 등 다양한 챔버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공급할 대규모 시험시설의 테스트를 완료해 공급이 진행되는 단계라고 한다. 지난 9월에는 원자력연구원에 우주환경 모사장치를 납품하기도 했다. 인공위성 부품 국산화를 위한 기반시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기계분야 20년 베테랑…끊임없는 연구개발 매진
메카티엔에스라는 사명에 대해, 김경규 대표는 메카니컬 토탈 엔지니어링 솔루션의 줄임말이라고 설명했다. 기계 장치와 관련된 통합솔루션을 제공해준다는 의미라고 한다.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자동화 시스템(우주항공 시스템, 물류자동화 시스템 및 공장자동화 시스템) 전문업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03년부터 20년째 기계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2011년 메카티엔에스를 설립하기 이전부터 핵융합 관련 챔버 제작으로 기술을 닦아왔다.
회사 설립 초창기에는 프랑스의 핵융합 프로젝트에 참여해, 프랑스에서 직접 사업을 따오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장비들을 실물보다 작은 크기의 목업(mockup)으로 만들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한 바 있다.
핵융합 분야에 쓰이는 챔버 제작은 김 대표가 여전히 강조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현재도 메카티엔에스는 한국 등 총 35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부산에서 열린 국제 핵융합 및 플라즈마 컨퍼런스(iFPC 2023)에 참석한 캐리 포레스트 위스콘신 교수와 트로이 카터 UCLA 교수는 진주에 위치한 메카티엔에스를 기술교류 차 방문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두 교수와 챔버류 관련해 앞으로 협력할 방법을 모색하자는 대화가 오갔다고 밝혔다.
메카티엔에스는 이밖에도 자동화 시스템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개발을 진행해오고 있다. 물류와 관련해서는 매장 안에 설치해 물건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옮기는 풀필먼트 시스템을 개발해 하나로마트 일부 지점에 공급하기도 했다.
이 밖에 양팔 로봇, 인체를 스캐닝해서 3D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스캐닝 장비, 적재시스템 등 분야도 다양하다. 또, 기존에는 정해진 틀대로만 적재하는 시스템이 있었는데, 메카티엔에스는 다양한 형태의 파레트를 분류하고 적재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이처럼 연구개발을 다양하게 진행해왔지만, 문제는 상용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이 상용화로 이어지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유망한 연구개발이 진행되면, 보다 규모가 큰 기업들이 유사한 개발을 해서 더 활성화시켜버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금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계속 투자를 해서 업그레이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도 우주산업 활로는 협업과 인재양성이 답
해답은 협업에 있었다.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우주산업은 항우연과의 협업을 통해 확대할 수 있었다. 2015년경부터 항우연과 작은 부품 단위의 설계에 대한 교육 등으로 교류를 이어오다 조금씩 신뢰가 쌓이면서 시스템 단위로 규모가 커지고, 이제는 해외에 의존해온 장비의 국산화를 함께 모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항우연으로부터 우주환경 모사 관련 기술과 특허를 이전받기도 했다.
우주관련 장비 국산화는 비용 절감으로 연결된다. 김 대표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회사들이랑 붙어서 이길 수 있는 방안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메카티엔에스의 경쟁력을 가격에서 찾았다. 초창기에는 메카티엔에스의 장비가 상대적으로 비쌌음에도 이윤이 남지 않았다. 시장이 크지 않고, 글로벌 기업에 비해 원가를 낮추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 일을 하는 제작업체들과 원가절감 방안을 모색하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메카티엔에스는 풀옵션을 갖춘 장비를 제공해, 옵션이 기본으로 적용되지 않은 글로벌 기업들의 장비와 금액적으로 경쟁력이 더 생기게 됐다는 설명이다.
스스로가 협업으로 성장하다보니, 김 대표는 우주산업 전반의 생태계 조성에도 관심이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력양성에 기여하고픈 마음이 크다. “메카티엔에스의 장비를 도입하더라도, 이 장비를 활용하고 유지보수할 담당자가 각 회사에 필요하다. 그런데 우주환경 관련해서는 인력이 부족하다”며, 김 대표는 인력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 스스로도 우주 분야의 신규 인력채용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제는 유명한 대학교에서도 관련 학과가 많이 신설되고 활성화되고 있지만, 장비 관련해서는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한다. “특히 엔지니어가 힘든 부분”이라며, 메카티엔에스가 직접 인력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찾고 싶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우주산업의 향방에 대해 “국내에서 개발한 부품이나 장비는 성능이 부족하지 않더라도 신뢰도나 실적 같은 부분이 부족할 수 있다”면서도, “산업 육성이나 발전을 위해서는 관이든 민이든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래산업인 우주산업의 미래를 위해, 대기업과 기관들이 국산화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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