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기타를 배우고 연주를 할 수 있도록

‘기타’ 입문자들의 길라잡이…그랩더기타 오재형·임혁 대표 

 

취미로 악기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악기가 있다. 바로 어쿠스틱 기타다. 별도의 전기장치 도움 없이도 풍부한 소리를 낼 수 있고, 들고 다니기도 쉬워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다양한 기법으로 연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선택을 받는다. 

하지만, 기타를 정식으로 배우기도 전에 기타 연주를 포기하고 만다. 나에게 맞는 기타는 무엇인지, 어떤 기타를 사면 되는지부터 고민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어렵게 기타를 구입했다고 하더라도 악보의 장수가 너무 많고, 코드조차 제대로 나와 있지 않아 노래 한 곡을 미처 연주하기 전에 지쳐버리는 경우도 태반이다. 

그랩더기타(GRAB THE GUITAR)는 이런 기타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라 할 수 있다. 55만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그랩더기타는 SNS를 통해 무료 강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자체적으로 연구·개발한 어쿠스틱 코드 악보와 타브(Tab) 악보 등을 출판하고 있다. 또, 기타 초보자들이 궁금해하는 사소하지만, 큰 의문점들을 SNS 플랫폼을 통해 가감 없이 알려준다.

서울시 합정동의 그랩더기타 사무실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오재형, 임혁 대표는 “기타에 대한 기초 정보나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기타 종류와, 액세서리부터 보기 쉬운 악보와 기타 강의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기 위해 시작했다”며, “기타 입문자에게 만족감을 주면 이들이 동네의 교습소나 학원과 같은 오프라인 강의를 찾을테고, 이런 식으로 시장의 파이가 넓어지면 다양한 영역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음악가로서 겪은 현실적인 한계와 시행착오

기타를 전공한 오재형 대표는 거미, 바비킴, 휘성 등 유명 가수들의 세션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밴드를 여럿 가지고 있던 기타리스트였다. 하지만, 겉으로 보였던 화려함과 달리 불안정한 경제상황과 스스로 느낀 한계로 인해 음악을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오재형 대표는 “방송이나 세션 쪽 일을 계속했다면 경제적으로 괜찮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 음악활동을 하고 싶어 어쿠스틱 팝 밴드, 퓨전 재즈 음악, 록 음악 밴드 등 여러 밴드 활동을 했는데 쉽지 않았다”며, “서른 살안에 음악적으로 뭔가를 이뤄보자고 다짐했고, 29살이 되던 해에 앨범을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힘든 작업에 비해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연주는 내 길이 아닌가 보다 생각했고, 결국 다 내려놓고 호주로 건너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런데 신기한 점은 호주에서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자신감이 다시 붙었다. 그러면서 하나 깨달은 점이 있었다”며, “그동안 세션 활동을 할 때는 선배들에게 의지해서 일을 받아오고, 학원에서 수업하는 것도 어딘가에 취직해서 수익을 내는 것 아닌가. 하지만, 앞으로는 나 혼자 힘으로 뭔가를 해보고 싶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전환됐다. 오롯이 내 힘으로 일어서보겠다고 다짐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오재형 대표가 호주에 가 있는 동안 임혁 대표 역시 기타 연습만 하면서 힘든 생활을 묵묵히 견뎌내야만 하던 시기였다. 

임혁 대표는 “나는 형(오재형 대표)처럼 A급 가수들의 세션 활동보다는 보컬학원에서 공연하거나 어떤 기관에서 행사할 때 연주자로 나서 연주하곤 했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 해외 밴드의 록 음악을 듣고 기타 소리에 매료됐다는 임혁 대표는 고등학교 때 드럼을 연주하던 친구를 따라 교회에서 기타를 독학해 연주하며 실력을 쌓아 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음악 전공 대신 경영학과에 진학한 그는 군대 제대 후 밴드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고향인 대전을 떠나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임 대표는 “처음에는 고시원에서 생활했는데 월세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않은 생활비 지출이 많았다. 이렇게는 음악활동을 하지 못하겠다 싶어 알바를 하면서 학원에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학원에서 기타를 배우던 시기에 고향 친구로부터 기타를 가르치던 오재형 대표를 소개받았다. 알고 보니 우리 모두 고향이 대전이더라. 신기했다”고 털어놨다. 

2010년 그렇게 기타라는 매개체를 통해 안면을 튼 두 대표는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다.

임 대표는 “형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기까지 올라왔다. 그러다 보니 기타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고, 공감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러다 보니 강의하거나, 악보집을 만들 때 이들의 편에 서서 한 번 더 고민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오히려 부족한 점이 우리만의 장점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입소문만으로 유튜브 가입자 50만명 ‘훌쩍’

호주로 떠났던 오재형 대표가 2014년 여름에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두 대표는 다시 뭉쳤다. 마지막 보루로 선택한 것이 온라인으로 통기타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네이버카페로 처음 시작한 이 둘은 유튜브도 개설해 영상을 올렸는데, 마침 유튜브 붐이 일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오재형 대표는 “사실 네이버카페는 개인레슨을 모집하려고 시작했다. 그런데 입소문을 타면서 카페도 커지고, 유튜브 채널도 함께 급성장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당시 별다른 홍보마케팅을 하지도 않았는데 네이버카페 가입자 수가 9만명을 넘었고, 카페 회원들의 참여도도 높아 카페 활성화가 잘 됐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 구독자도 점점 늘었다. 그랩더기타는 유튜브 구독자가 10만명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하게 됐다.

하지만 아무리 콘텐츠가 좋다고 하더라도 입소문만으로 구독자를 늘린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두 대표는 운도 좋았지만, 콘텐츠 제작 시 구독자들이 뭘 원하는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재형 대표는 “사람들이 배우고 싶은 게 뭐길래 우리 채널까지 찾아왔을지 영상을 보는 고객의 목소리에 집중해 그들이 원하는 니즈를 찾아갔다”며, “당시에도 잘 나가던 유튜버들은 있었다. 그런데 이들을 분석한 결과, 유튜브에 올라오는 기타 영상은 연주 영상을 심플하게 잘 만들어서 업로드하거나, 말로 강의하는 영상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우리는 그동안 분리돼 있던 두 영상 스타일의 장점만 취합해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했다.

임혁 대표는 “그 당시에 노래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하는 유튜버들이 없었다. 우리만이라도 완곡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사실 이런 아이디어는 구독자에게서 나왔다. 댓글로 연주 끝까지 보여달라는 니즈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의 영상을 올리면서 기타로 한 곡을 온전히 연주한 영상도 올리다 보니 구독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유튜브 구독자 10만명까지 3년이 걸렸는데, 10년도 되지 않아 50만명이 넘은 것이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해외 유저들도 꾸준히 찾는다고 한다. 600만뷰를 기록한 영상도 있는데, 이는 기타 연주 영상으로서는 드문 수치다.

‘기타에만 집중’을 할 수 있는 악보로 ‘인기

그랩더기타의 성장 배경에는 코로나19라는 특수성도 한몫했다. 사람들이 외출을 하지 못하던 시기, 취미생활로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MZ 사이에 어쿠스틱 기타 붐이 불었기 때문이다.

오재형 대표는 “그랩더기타의 주 매출 구도는 출판사업과 악기 판매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2017년도부터 시작한 악보집이 코로나19 시기와 맞닿으며 더 많이 팔렸고, 이전부터 준비했던 악기 판매사업도 2020년도에 심해진 코로나19와 맞물려 급속도로 신장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그랩더기타의 매출은 코로나 19가 터지고 난 후 이전보다 300%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분야라고 하더라도 대중의 마음을 끈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랩더기타가 출판사업을 하게 된 계기 역시 ‘사람들에게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그랩더기타의 영상을 보는 구독자들이 ‘악보를 한 곳에서 보고 싶다’는 의견을 댓글로 줬고, 이를 계기로 그랩더기타만의 악보집을 만들었다.

특히 높은 가독성으로 인기가 높다. 실용음악에서는 주로 코드를 보고 연주하는데, 초보자들이 코드만 보고 연주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정확한 기타 주법을 나타내는 것이 타브 악보다. 타브 악보는 기타의 6줄을 숫자로 표기해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타 입문자는 타브 악보를 보고 연습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타브 악보를 보며 한 곡을 다 연주하려면 악보의 수가 상당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임혁 대표는 “나도 초보자 시절에 악보를 보다 보면 ‘이런 게 왜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며, “너무 악보의 장수가 많아지면 연주하면서 넘기기도 불편하다. 그래서 그랩더기타의 악보는 기존 악보의 단점을 보완해 가독성을 높였다. 또, QR코드도 있어 즉석에서 연주 영상을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소개했다.

오재형 대표 역시 “그랩더기타의 첫 타브 악보집은 67곡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책 중에 수록곡이 가장 많다. 평균적으로 일 년에 한 권씩 내는데 최소 45곡 이상씩 넣는다. 그리고 난이도별로 수록돼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쉬운 곡들로 구성해 초보자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고, 뒤로 갈수록 난이도를 조절해 스스로 기타 실력이 발전하는 기쁨을 느끼도록 했다”며, “수록곡도 출판할 당시 트렌드에 맞는 곡들로 선정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구매자의 대부분은 10~20대가 차지한다. 또한, 일반 음악학원에서 수업할 때 활용도가 높아 호평이라고 한다. 그랩더기타는 지금까지 총 5종의 악보집을 출판했다. 악보집은 일반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고, 자사 쇼핑몰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21년부터는 도서로만 팔던 악보를 개별 음악만 담아 PDF 악보로도 만들었다. 이에 1만8000~2만3000원 하던 악보집을 곡당 3000~4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외에 어쿠스틱 기타와 기타 연주에 필요한 가방, 기타 줄, 튜너, 카포 등 액세서리도 판매한다. 특히 그랩더기타를 찾는 고객 특성상 10~20만원대의 입문용 악기가 가장 많이 나간다. 

뮤직 크리에이터 그룹…좋은 콘텐츠 제공할 것

두 대표는 기타 연주 스타일도 시대별로 많은 변화가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기타를 생각할 때 7080의 포크송을 떠올리거나 록 밴드의 연주를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요즘 MZ 세대는 R&B 음악을 기타로 연주한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를 다 소화할 수 있는 악기가 기타라고 자랑했다.

그러며 초급자들에게 좋은 기타도 추천했다. 오재형 대표는 “입문용 악기는 한국 브랜드를 추천한다”며, “요즘에는 한국 브랜드들이 정말 좋아져서 퀄리티가 다 괜찮다. 이왕이면 같은 퀄리티에 가격대는 저렴한 한국 브랜드가 가성비 면에서 훌륭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랩더기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도 전했다. 

오 대표는 “지금은 우리 회사가 기타라는 악기에 한정돼 있지만, 앞으로는 음악이라는 정체성을 더 확장해 키우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뮤지션들이 생각보다 돈을 버는 쪽에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돈에 관심을 가지면 속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크다. 이런 문화를 타파해 앞으로 많은 뮤지션들과 공동작업이나 협업을 통해 사업 분야를 넓혀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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