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아동·지역상권에 도움주는 따뜻한 식사앱”

‘불편한 식사’ 인프라를 바꾼 플랫폼…㈜나눔비타민 김하연 대표 

 

“아동 급식카드 쓰고 있는데, 정말 불편해요. 진짜 이런 서비스가 생기면 좋겠어요.”

“가맹점이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어렵게 찾아간다 해도 알바생이 ‘잠시만요, 이 카드가 되는지 확인해 보고 알려드릴게요’라고 할 때마다 내가 왠지 불청객이 된 것 같아 속상해요.”

나눔비타민 김하연 대표가 작년 7월과 11월에 ‘경기도 공공데이터 활용·분석 아이디어 공모전’, ‘범정부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했을 당시, 결식우려 아이들과 부모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김하연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대회 기간 실제 결식우려 아이들의 댓글이 많이 달렸고, 국민들의 응원도 많이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봉사활동을 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바뀌면 좋겠다고 느꼈던 점을 들고 나갔는데, 국민들이 직접 단 댓글과 반응을 보고 아이디어로만 끝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나눔비타민을 창업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오프라인에서 발생한 복지제도의 한계 ‘한 끼의 불편함’

김하연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잘 가르치는 학생’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전교 1등의 성적우수자이기도 했지만, 아나운서 못지않은 정확한 발음과 또래 친구들이 이해하기 쉽게 잘 가르치던 ‘기술’ 덕분에 친구들로부터 ‘하연이에게 배우면 시험시간에 기억이 잘 난다’는 칭찬을 듣곤 했다. 이런 이유로 김 대표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교내에서 ‘또래 교사’로 활동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조례 전에 약 15분 정도 전날 배웠던 내용을 브리핑해주고, 퀴즈를 내는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가 가르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래 교사를 하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다녔던 지역의 공부방에 붙어있던 선생님 모집 공고가 생각났다. 그곳에서도 나의 역할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봉사활동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교육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교육의 힘’을 믿었던 김하연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6년간 교육봉사를 해왔다. 그러다 보니 멘티(mentee)인 학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됐고, 대부분의 아이가 한부모 가정 혹은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이들을 보면서 ‘급식카드와 같은 여러 가지 복지혜택이 있는데, 밥 한 끼 먹는 게 왜 이리 힘든 걸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김하연 대표는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좋은 제도가 있어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환경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김하연 대표는 “대다수 아이가 급식카드 가맹점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다. 게다가 급식카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무상으로 식사를 지원해 주던 ‘선한 영향력 가게’가 전국에 3700곳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이런 정보조차 알기 어려웠고, 알아도 가기 어려워했다. 급식카드를 내밀 때 부끄럽고, 눈치가 보이는 등 심리적인 낙인감과 부담 때문에 잘 쓰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즉,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복지제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던 것이다. 웹사이트에 올라가 있는 급식카드 가맹점 지도는 일 년에 두 번밖에 업데이트되지 않아 정보의 정확도가 떨어졌고, 식당 업주 입장에서는 좋은 마음으로 가맹점으로 등록하고 싶어도 구청에 가서 서류 작업을 직접 해야 하는 등 바쁜 자영업자의 생활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인해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몇 년 전부터 주점 이외 모든 일반음식점은 급식카드 가맹점에 속하도록 정부 방침을 바꿨지만, 부작용이 발생했다. 업주들이 자신의 가게가 가맹점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오히려 급식카드를 쓰는 아이들에게 상처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급식카드를 쓸 수 있는 품목도 한정돼 있었다. 급식카드 사용내역에 도시락, 삼각김밥, 컵라면이 가장 많은 이유다. 김하연 대표가 현장 인터뷰 당시 ‘지금 쓰고 있는 신용카드가 어떤 건 결제되고, 어떤 건 결제가 안 된다고 생각해 봐라. 심지어 그 카드가 저소득층에게만 나오는 카드라서 나에 대한 편견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떤 느낌이 들겠나’라는 하소연도 종종 들었다고 한다.

김하연 대표는 우선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개선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전국에서 아동 급식카드 제도가 가장 잘 돼 있는 경기도가 주최하는 대회에 나갔다고 한다. 그 기간 동네 정보 앱 혹은 직접 수소문해서 80명이 넘는 결식우려 아이들과 부모를 인터뷰했고, 보육원에도 찾아가 이들이 느꼈던 불편한 점과 필요한 점을 물었다. 그리고, 정보의 정확성과 접근성이 낮은 현실을 개선하고, 프레임이 씌어질까봐 걱정하는 아이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미리 확인하고, 결제까지 이뤄진다면 훨씬 더 편하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 결과 ‘경기도 공공데이터 활용·분석 아이디어 공모전’, ‘범정부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에서 각각 경기도지사상과 대통령상을 받았다. 아이디어의 효용성과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이는 결식아동이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역 가게들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구체화해 2023년 4월에 나눔비타민을 설립하는 시초가 됐고, 지금은 8명의 팀원이 함께하는 회사로 발전했다.

결식우려 아동 위해 시작…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져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및 정보문화학(컴퓨터공학·디자인 연합전공)을 전공하고 있는 김하연 대표는 나눔비타민 활동을 위해 4학년 1학기까지 학업을 마친 후, 3학기째 휴학 중이다.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김하연 대표와 팀원들은 직접 발로 뛰어다녔다고 한다.

먼저, 기존에 좋은 마음을 갖고 활동하고 있던 업주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선한 영향력 가게’와 MOU를 맺었다. 

김하연 대표는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높지 않은가. 선한 영향력 가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폐업하면서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으니까, 사장님들이 선한 영향력 가게를 탈퇴하는 것을 깜빡할 때가 종종 있다. 우리를 통하면 실시간으로 폐업한 가게와 선한 영향력 가게 간에 연계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사장님들의 여건에 맞게 동참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예를 들어, 특정 시간대에 참여하고 싶거나 할인율을 조정하고 싶을 경우, 사장님 앱과 포스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9월에는 ‘나비얌’ 앱도 론칭했다. 급식카드를 등록하면 나눔비타민만의 다양한 ‘할인가게’ 정보와 나눔가게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 또,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결제해 현장에서는 티켓만 보여주면 바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앱 구성을 했다. 

현재 나눔비타민과 협업하고 있는 가게는 선한 영향력 가게를 비롯해 청년밥상문간 등 전국에 1700곳이 있고, 이용자 수는 2000명이 넘는다. 가게 종류도 일반 식당부터 마라탕 전문점, 카페까지 다양하다. 이는 비단 결식우려 아이들을 위한 것만이 아닌,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김하연 대표는 “우선 비고객이었던 결식우려 아이들이 찾아가니까 매출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후원금 식사권을 통한 추가매출이 발생하기도 하고, 착한 소비자들로 인해 ‘돈쭐 효과’가 일어나기도 한다. 온라인에 나비얌과 함께하는 가게를 소개하는데, 그걸 보고 손님들이 많이 찾아간다고 들었다”며, “아무리 착한가게라도 실제적으로 효익이 있어야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주기만 하는 관계는 영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소비자들이 더 많이 찾아갈 수 있는 방향을 연구해 설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 위한 ‘한 끼’…일반인도 동참하는 ‘발자국’ 만들 것

나눔비타민은 착한가게의 마음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 선착순 식사나눔이 진행될 경우 업주 입장에서는 ‘현재 몇 번째 손님인지’ 미리 알 방법이 없었고, 손님 입장에서도 ‘내가 몇 번째 순서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에 오는 2월부터 나비얌 앱 내에서 이런 내용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할 계획이다.

김하연 대표는 “기업체에서 청년밥상문간 쪽에 후원을 할 경우 종종 선착순 나눔행사가 열리곤 한다. 만약 ‘김치찌개 50개 나눔합니다’라고 공지할 경우, 손님 입장에서는 내가 몇 번째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나비얌을 통하면 내 순서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지역단위로 어떤 나눔행사가 열리는지도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스탬프’ 제도도 만들 계획이다. 김 대표는 “좋은 가게들이 더 잘 되려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야 한다”며, “나비얌 앱을 통해서 스탬프 투어로 식당을 방문할 경우 혜택을 주고 ‘착한 소비자 배지’를 지급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나눔비타민은 서울특별시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들어오는 기부금 100%를 아이들을 위한 식사권으로 활용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캠페인과 다양한 기관과 ESG 사회공헌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서울대기술지주와 임팩트스퀘어로부터 4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최근 김하연 대표는 이런 지역사회와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실천한 노력을 인정받아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김하연 대표는 처음에는 결식우려 아이들이 잘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그 범위를 넓게 가져가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18세가 넘어가면서 자립준비청년이 되는 사람들까지도 품을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이들이 잘 먹기 위해서는 어떤 가게라도 잘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반겨줄 수 있고, 혜택도 줄 수 있는 좋은 가게들이 많아져야 한다. 결국 더 많은 소비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며, “나비얌이 결식우려 아이들만 쓰는 결식아동용 앱이 아니라 일반인도 함께 쓸 수 있는 따뜻한 식사앱이 되고 싶다. 그래서 지역 사회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착한 소상공인도 따뜻해지는 앱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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