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몸에도 좋지 않은 걸 왜 자꾸 먹으려는 거야?”
자장면이 최고의 고급 음식으로 손꼽히던 시절, 중국집을 하던 친구 아버지의 이 한마디에 까까머리 중학생은 인생의 변곡점을 맞았다. ‘내가 만든 식품은 맛있으면서도,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는 신념은 이때부터 생겨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 소년은 어엿한 사업가가 돼 자기 뜻을 하나하나 실천해 가고 있다.
㈜파르팜(Parrfarm) 김현창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어렸을 땐 배가 고픈 시절이었다. 당연히 식품의 퀄리티가 중요했던 시절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경제개발을 이루고 나면 사람들은 ‘질’을 따지게 된다. 이후에는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욕구를 마주하게 된다”며, “이 단계를 뛰어넘으면 음식도 문화가 된다. 바로 식품이 발전하는 과정이다. 파르팜은 이 단계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창업 결심
김현창 대표는 자기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그 시절 누구나 그랬듯이 졸업 후 대기업 취업의 길에 올랐다. 그나마 식품에 관심이 있어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에 취업한 그는 그곳에서 대기업과 중소제조업체 간의 부조리함을 마주하곤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김 대표는 “대기업에 OEM 납품을 하고자 하는 중소제조업체가 많다 보니 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납품단가나 여러 요구 조건이 중소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좋은 제품을 만드는 중소제조업체 대표들과 힘을 합쳐 일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1996년 탄생한 브랜드가 ‘해강산’이다. 새로운 세상이라는 뜻의 ‘햇강산’에서 이름을 따온 해강산은 ‘좋은 제품’이라는 포지셔닝은 가져올 수 있었지만, 결국 소비자에게 최종 선택을 받지 못해 4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좋은 제품만 있으면 된다는 일념으로 일했다. 업체에도 인정받아 현대백화점, 롯데마트, 까르푸 등 대형 유통업체에 입점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결국 선택은 소비자의 몫 아닌가. 제품력으로 바이어는 설득했을지 몰라도, 소비자에게 최종 선택을 받지 못하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다시 식품회사에 입사한 김 대표는 열정만 충만하고, 경험은 부족했던 자신의 과오에 대해 생각하고,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중소규모 식품회사가 지닌 시장에서의 입지, 타깃 선정부터 마케팅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한 후 다시 사업에 뛰어들었다.
“상상하라”…단체급식 시장 고급화 전략이 통했다
2010년 6월 파르팜을 설립한 김현창 대표는 ‘좋은 제품,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회사 모토는 그대로 가져가되, 대기업과의 차별성을 뒀다. 시장규모가 작거나, 손이 많이 가거나, 특수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케팅 방법도 구체화했다. 정확한 타깃과 명확한 마켓 플레이스 안에서 판매할 때 영역 확장도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현창 대표가 생각한 시장이 단체급식 시장이었다. 하지만, 제품 가격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제품은 좋은데 비싸서 힘들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던 탓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희망을 봤다고 한다.
김 대표는 “제품은 좋은데 비싸서 못 쓴다는 말은 이들이 예산의 여유가 있으면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라며, “결국 제품이 좋으면 쓸 수밖에 없다. 특히 학교의 경우에는 고품질 제품을 쓰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김 대표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4년 동안 매출이 없었던 파르팜 제품에 대해 업계의 반응이 하나, 둘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 번씩 파르팜 제품을 사용해 봤던 업체나 제품 테스트 후 좋은 인식을 두고 있던 업체가 하나, 둘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반복 구매가 일어났다. 그러자 다른 제품에 대한 구매까지 늘게 됐다”며, “지금도 파르팜 제품은 1.5~2배 정도 비싸다. 하지만, 파르팜 제품이라고 하면 케이터링이나 급식시장에서는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뿌듯해했다.
“식품은 문화”…3~4년내 ‘K-푸드’ 지금보다 더 뜬다
파르팜의 사훈은 ‘상상하라’다. 김현창 대표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내용도 ‘상상과 공감’이다. 상상은 어떤 일을 진행할 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품을 개발할 때 한계를 규정짓지 않게 해준다. 공감은 소비자의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라는 의미다.
이런 지점은 파르팜의 제품 퀄리티를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제품개발팀, 레시피팀, 영업팀이 혼연일체가 돼 ‘소비자 공감’을 얻기 위해 ‘상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직원은 ‘비싸도,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파르팜과 거래하는 전문생산업체 역시 파르팜과 결을 같이 한다. 작은 업체라도 믿을만하다고 생각되면 함께 공장설비도 논의하는 등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해가며 제품 개발에 힘을 쏟는다. 그리고, 이런 관계는 계속 이어져 신뢰관계를 쌓아나간다. 즉, 작지만 탄탄한 곳을 찾아 상생의 구조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런 면모는 코로나19때 빛을 발했다. 급식시장뿐만 아니라 모든 시장이 주춤했던 2020년, 파르팜의 매출은 전년 대비 60%를 달성할 정도로 선방했다. 그리고, 2021년도에는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
김현창 대표는 “안정성과 퀄리티에 대한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던 때라 우리 제품이 많이 나갔다고 생각한다”며, “매년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는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했고, 올해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B2B 기반의 파르팜은 3년 전부터 B2C를 겨냥한 온라인 시장에도 진출했다. 또, 2019년에 호주에 양파 음료, 애플 음료 등 한국식의 음료로 수출문을 열었고, 2020년부터는 디저트 강국 일본에도 감자빵, 와플, 크로플 등의 디저트를 수출하고 있다. 내년 이후에는 펫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사실 K-푸드 제품을 보면 인스턴트 라면, 김, 김치가 주종이다. 이외에 떡볶이, 핫도그, 김밥류가 주목받고 있을 뿐이다. 아직 제품이 다양화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말은 여전히 K-푸드는 초입 단계라는 뜻”이라며, “외국에서 한국의 지지고, 볶고, 끓이는 문화에 눈을 뜨면 지금보다 더 K-푸드 바람이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는 파르팜의 강점을 살려 냉동식품을 지금보다 더 다양화해 수출 품목을 늘려나갈 것”이라며, “디저트가 부실했던 우리 급식 식탁에 이전에 없던 크레이프, 마카롱 등을 선보였듯이 제품 개발을 통해 K-푸드를 다각화할 예정이고, 외식업과도 연결해서 사업 확장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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