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데이터’ 수집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설문조사 플랫폼 ‘픽플리’…㈜알투씨컴퍼니 김동호 대표 

 

‘전국의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습니다.’

‘서울의 20대 대학생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으레 ‘아! 설문조사했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저 대상자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설문조사에 참여한 걸까?’라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불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리서치가 필요한 기업이나 기관도 벽에 부딪히곤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누구를 섭외해서 조사를 해야 할까’ 막막함에 빠지기 때문이다. 

㈜알투씨컴퍼니(RtoC Company)는 이런 의문점으로부터 시작했다. 김동호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설문조사의 응답들은 그 시대를 보여주는 정보다. 그러나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이 잘못되면 품질이 낮은 데이터가 수집될 수밖에 없다”며, “누구나 쉽게 고품질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돕고, 데이터를 제공하는 리서치 참여자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줌으로써 시장의 생생한 응답을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알투씨컴퍼니는 김동호 대표가 대학시절 느꼈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했다. 경영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김동호 대표는 대학시절 과 특성상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많이 진행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힘들고 불편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1~2학년 때는 지하철역에서 인쇄물을 직접 나눠 주기도 했고, 대학생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같은 곳에 구글폼 링크를 뿌리거나 오픈 카톡방이나 SNS 채널에 올리는 등으로 많이 진행하곤 했다”며, “하지만, 노력한 것에 비해 얻어지는 결과는 충분하지 않았고, 그 과정도 너무 힘들었다. 주변에도 물어봤더니 친구들도 하나같이 힘든 경험을 토로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가만히 살펴보니 이런 어려움은 비단 대학생만 겪는 문제는 아니었다”며, “기업도 어쩔 수 없이 큰 비용을 써가며 하고 있었고, 소상공인을 비롯해 다양한 직업군에서도 인터뷰 참여자를 모집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데이터로써 수집하는 과정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며, “2020~2021년 이때가 우리나라에서 학생 창업이 가장 핫하던 때였는데,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설문조사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에 창업에 도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동호 대표는 창업동아리 친구들과 2021년 하반기에 아이템을 구상해 준비기간을 거쳐 2022년 6월에 법인을 설립했고, 같은 해 9월에 서비스인 픽플리(Pickply)를 정식 출시했다. 

‘데이터 품질’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다섯 잔을 추첨을 통해 드립니다.’

설문조사 링크를 받아본 대다수 사람이 함께 받는 메시지다. 설문조사 자체에 그리 큰 동기를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라도 커피를 준다는 말에 혹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김동호 대표는 “이런 메시지를 받고 설문조사를 진행한 사람 중에 막상 경품을 받아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경품을 주는지 안 주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이런 불투명한 부분 때문에 설문조사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게 되거나 불성실하게 참여하는 문화가 몇십 년에 걸쳐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대충 전화번호만 입력해 놓고 설문에 대한 응답을 마무리 짓거나, 다른 사람의 이름을 입력해 놓고 전화번호는 자기 번호로 올리는 방법으로 중복 참여를 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런 경우 응답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당연히 수집된 데이터도 품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존의 리서치 기업들은 기업 자체적으로 패널 서비스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즉, 고정된 패널들을 계속 붙잡아 두고 같은 대상자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이다. 시대가 바뀌는 만큼 대상자도 움직여줘야 하는데, 패널로 고착화된 데이터 수집은 장기적으로 신뢰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설문조사나 리서치에 대해 믿지 못하게 된 것”이라며,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면 억지로 묶어 두는 패널 서비스보다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형태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살아있는 ‘설문’…커뮤니티형 플랫폼의 시작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한 기본단위는 ‘커뮤니티’다. 성별, 직업, 연령대에 따른 커뮤니티로 세분화해 잘 관리하고, 보상도 합리적인 체계로 바꿔 운영하는 플랫폼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픽플리는 설문조사뿐만 아니라 인터뷰, 좌담회 등의 참여자 모집부터 제로-파티 데이터(Zero-Party Data), AI 관련 데이터까지 수집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를 위해 대학생·대학원생과 관련된 커뮤니티부터 맘카페를 비롯해 다양한 커뮤니티, 웹사이트와 협업을 맺고 있고, 새로운 대상자를 타깃으로 한 의뢰가 들어오면 관련 커뮤니티와 협업이나 제휴에 대해 논의하면서 관계를 맺는다고 한다. 또한, 상시로 커뮤니티 형태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보니 플랫폼 자체가 점점 성장하면서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기도 한다. 

현재, 알투씨컴퍼니와 협업을 맺은 기업이나 단체는 100여 곳이 넘는다. 또한 50곳 이상의 대학생과 관련된 학회 및 동아리와 별도의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도달 범위로 따지면, 100만명 이상의 국민에게 도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100건 정도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채 6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개인 맞춤형 제품 제공을 위한 ML 학습 데이터’ 1200건 수집, ‘2030 세대 타깃 서비스 개발을 위한 사전 조사’ 500건을 수집하는 데 5~7일이면 된다. 

서비스 사용자를 분석해 보면, 대학생 중에서는 경영, 마케팅, 사범대 학생들이 과제, 팀플, 공모전의 용도로 많이 사용하고, 뷰티·패션 분야처럼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산업 분야에서 많이 진행한다고 한다. 설문조사 질문도 시대적 흐름이 있는데, 최근에는 AI와 관련된 설문조사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곳과 협업을 맺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크다. 기존의 거대 리서치 업체들이 설문조사를 진행할 때는 획일적인 부분이 많아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면, 알투씨컴퍼니의 서비스는 워낙 다양한 주제와 주체들이 진행하는 설문조사나 리서치가 많다 보니 다양성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설문조사를 하는 기업의 만족도도 크다. 현재 유료 결제를 진행한 B2B 고객사 수는 200여 곳이다. 알투씨컴퍼니의 설문조사 비용은 1만원대부터 몇천만원까지 다양한데, 특히 1만9800원에 최대 100건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 대기업에 비해 예산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환영을 받고 있다. 대기업들도 특정 대상자의 흐름을 정확히 알 수 있어 많이 이용한다. 네이버, 삼성 계열사, 이랜드를 비롯해 독립 언론사, 공공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설문조사를 하는 과정은 단순 반복노동에 가깝다. 여기에 낭비하는 자원들을 우리가 효율적으로 개선해 주면 이곳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일들에 투자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에서 충분히 인류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해 프라이드를 갖고 일하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살아있는 설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강점으로 인해 알투씨컴퍼니의 매출도 급상승 중이다. 서비스를 출시한 2022년과 2023년을 비교했을 때 매출 증가율은 1500%를 상회했다. 올해 역시 그 이상의 성장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조사방식 변화…데이터 수집 ‘혁신’을 꾀하다

김동호 대표는 설문조사나 데이터를 수집하는 환경, 더 나아가 폐쇄적인 리서치 시장과 문화가 이젠 변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명도 ‘Ready to Change’라는 뜻의 R2C(알투씨)로 지었다. 

우선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에 변화가 필요했다. 김동호 대표에 따르면, 예전에는 A라는 기업에서 설문조사가 필요할 경우, 중간에서 대행해 주는 업체를 통해 설문조사 관련 기획부터 결과분석, 보고서까지 한 패키지로 계약하고, 설문 내용을 중간업체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배포가 되는 간접적인 방식이 많았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 구글 설문지나 네이버폼을 이용해 누구나 설문지를 만들 수 있게 됐고, AI 등이 워낙 잘 돼 있어 데이터 분석도 직접 하는 걸 더 좋아하는 곳도 많다. 물론, 필요한 경우 알투씨컴퍼니가 컨설팅이나 보고서까지 제공하지만, 골자는 의뢰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김동호 대표는 “설문조사에 대한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설문조사나 리서치 대상자와 직접 연결해 주고, 데이터가 오고 가는 것을 안전하게 관리해 주고 있다”며, “쉽게 말해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형태 면에서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운수업체나 숙박업소를 끼고 진행했어야 했던 부분들을 수요자와 제공자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혁신을 만들어낸 것처럼 알투씨컴퍼니 역시 데이터가 오고 가는 부분에 있어 혁신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또한, “사실 이 부분에 있어 많은 사람이 체감하는 영역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의 방식대로 설문조사에 참여하더라도 그 데이터를 받는 곳이 실제 의뢰를 한 곳인지, 리서치 업체인지 참여자들은 알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설문조사를 필요로 하는 곳과 참여자를 직접 연결해 준다는 것이 사소해 보이지만 아주 큰 차이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을 줄일 수 있다. 김동호 대표에 따르면, 이전에는 전화번호를 기재하면 경품을 추천으로 주겠다면서 사이비종교에 악용되는 케이스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알투씨컴퍼니의 보상체계는 설문조사 의뢰자 견적의 일부 금액이 유저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일례로, 설문조사 총예산에서 일부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보상으로 전환해 1/n로 전달하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정보 수집 문항들이 현저히 줄었다. 

“통계청 능가하는 ‘데이터 허브’를 구축할 것”

알투씨컴퍼니가 바라보고 있는 미래는 설문조사나 리서치의 혁명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선, 설문조사나 리서치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을 더욱 보강할 계획이다. 조사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이고, 이렇게 모인 결과는 정보라는 큰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설문조사나 리서치에 참여했을 때 받는 보상이 지금은 평가절하됐다고 생각한다”며, “설문조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것도 작은 부업이라 생각했을 때 최소한 최저임금 수준의 보상을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데이터의 품질관리가 잘 안 돼 있다 보니 기업들도 데이터의 가치를 그렇게까지 높게 보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젠, 데이터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질이 중요해진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알투씨컴퍼니가 이런 부분부터 개선해 나감으로써 업계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알투씨컴퍼니의 목표는 통계청 이상의 데이터 허브를 구축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통계청 안에 수많은 설문조사 결과와 엄청난 데이터들이 들어가 있다. 일반 사람들 역시 통계청에 대해 익히 알고 있고, 통계청에서 나온 가공된 자료를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며, “문제는 내가 필요한 정보나 데이터만 쏙쏙 뽑아보고 싶을 때는 정작 없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도 미리 아카이빙 돼 있으면 직접 데이터들을 바로바로 수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럼으로써 ‘픽플링(Pickpling)’이라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밝혔다.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 사람들이 구글링(Googling)하듯이 필요한 데이터가 있을 때 ‘픽플링’을 하게 만들겠다는 말이다. 픽플리의 단어도 잘 살펴보면 이런 의미가 내포돼 있다. 픽플리(Pickply)의 서비스명은 ‘Pick+People+ly’를 합쳐 만들었다.  

김동호 대표는 “이 아이템으로 글로벌적인 성공을 거두고 싶다. 실제로 설문조사나 리서치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이나 미국의 대학생들도 똑같이 느끼는 어려움”이라며, “단순히 우리나라에만 있는 데이터를 모으는 게 아니라 세계와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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