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게 좋아 한식레시피 소개하다 라면회사 차렸죠”

맛있고, 건강한 ‘식물성 식품’…㈜인스텔라 조미령 대표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기분 좋은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산업단지가 몰려 있는 인천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인스텔라(INSTELLA)의 사무실은 라면 회사답게 라면 샘플로 가득했고, 회사 곳곳에 배어 있는 매콤하면서도 구수한 내음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식을 했을지 가늠하게 했다.   

조미령 대표는 인터뷰 내내 한식에 대한 사랑을 내보였다. 그리고, 다채롭고 맛있는 한식을 좀 더 다양한 사람이 경험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이것저것 레시피를 만드는 것을 즐겼다. 대학 때 전공했던 영문학도 살릴 겸 외국인들에게 직접 만든 한식 레시피를 소개하다, 회사까지 차렸다”며, “좀 더 다양한 비건 식품을 개발해 환자가 먹었을 때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어린아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식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소개한 한국식품 만들어 달라”…구독자 요청에 사업 뛰어들어

조미령 대표는 ‘좋아하던 일’을 취미로 하다 직업으로 발전하게 된 케이스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일반 기업에서 번역 업무를 하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요리에도 관심이 많아서 주말마다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을 즐겨 했다고 한다.

조 대표는 “레시피를 만들고, 영어로 녹음을 해서 외국인에게 한식 레시피를 알려주는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렸다. 레시피를 만드는 게 재밌기도 하고, 번역을 하면서 머리도 환기가 되니까 유튜버로 활동하는 게 삶의 활력소였다”며, “그러다 보니 더 잘 찍고 싶고, 요리를 더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숙명여대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와 한식 디저트 과정을 수료했다. 그때부터 요리 실력이 일취월장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미국과 일본 등 외국인 구독자가 70%를 차지할 정도로 꽤 관심을 받았고, 연예인이 아닌데도 1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할 정도로 인기도 얻었다. 그중에서도 19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히트했던 영상은 ‘치즈볼 레시피’였다. 

조 대표는 “해외의 치즈볼은 대개 뻥튀기 같은 과자에 치즈 시즈닝이 묻혀 있는 게 전부로 짠 맛이 특징인데, 우리나라의 치즈볼은 쫀득쫀득한 식감과 안에 모차렐라 치즈가 들어있어 신기해했다”고 인기 비결을 공유했다.

하지만, 한식 레시피를 만들면서 한계도 느꼈다고 한다. 해외에 사는 사람들이 현지에서 한식 재료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한인 마트가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한식에 관심이 있더라도 실제로는 잘 몰라서 만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구독자들이 개발한 레시피를 온라인으로 팔면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요청을 많이 해왔다”고 사업을 시작한 계기를 말했다.

‘비건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채식에 관심…1인 기업으로 시작

해외에 거주하는 구독자들의 요청에 조미령 대표가 가장 먼저 떠올린 식품은 라면이었다. 그중에서도 비건 라면이었다. 하고 많은 라면 중에서 그가 비건을 선택한 이유는 실제로 비건식을 하면서 몸의 변화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불닭볶음면 먹기 챌린지, 일주일 동안 키토 식단으로만 살아보기 등 유튜버 사이에 여러 챌린지가 유행했었다. 나 역시 당시 유행했던 비건 챌린지에 참여해 비건 관련 식단을 요리하고 먹는 모습을 찍어 일주일 동안 업로드했다”며, “일주일동안 채식을 하면서 몸이 바뀌는 걸 경험했다. 일단 피부가 엄청나게 좋아지고, 속도 편안해졌다. 그때 처음으로 채식이 사람의 몸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비건 식품 중에서 외국으로 유통할 수 있는 종류를 찾아본 그는, 실온에서 유통이 가장 쉽고 조리법도 편한 게 라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회사를 그만둔 그는 2021년 6월 1인 기업으로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과 사명감 하나로 ‘맨땅에 헤딩’ 식으로 시작한 사업이었기에 시행착오도 겪었다고 한다. 

조 대표는 “요리만 할 줄 알았지, 식품 제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식품 제조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법적인 규제도 많고, 손으로 만드는 것과 기계로 만드는 것이 과정 자체가 달랐다”며, “해썹(HACCP) 시스템과 식품규제 등 모든 것을 배워야 했기에 하루에 4시간도 자지 못하고 일주일 내내 일에 매달렸다”고 털어놨다. 

공장도 마련해야 했다. 그는 “당시 결혼자금으로 모아놓은 돈을 사무실과 공장을 차리는 데 모두 쏟아부었다”며, “직접 발로 뛰며 공사업체를 찾고, 계약했다. 공장을 지을 때도 현장과 직접 부딪히고, 싸워가면서 완성해 나갔다. 기계도 뭘 들여놓아야 할지 몰라 2~3달 동안 발품을 팔아 찾았다”고 말했다. 

라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프를 개발하는 데도 꼬박 1년이 걸렸다고 한다. 비건 재료가 워낙 희소해 원료를 찾고, 검토하는 데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 끝에 인스텔라 사무실 옆에 마련한 약 132㎡ 규모의 공장에는 교반기와 포장기 등 2대의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며 하루에 6000개의 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뜨거운 반응’

라면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인스텔라는 2023년 8월에 법인으로 전환했다. 조미령 대표는 법인으로 전환하기 전인 작년 5월, 아시아 최대 식품전시회 중 하나인 타이팩스(Thaifex)에 참가해 주목받으면서 사업에 대한 확신이 섰다고 한다.  

조 대표는 “동남아에 우리 제품을 보여주고 싶었다. 전 부스를 통틀어, 라면 회사는 우리밖에 없었다. 그런데 시식도 많이 오고, 들고 간 제품이 순식간에 동이 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며, “현지인들이 하나같이 비건 식품인지 모를 정도로 맛있다고 칭찬했다. 전시회에서 선정한 혁신 상품으로 뽑힐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고 했다.

미국 아마존에서도 반응이 좋다. 식물성 재료로만 맛을 냈는데도 밍밍하지 않고, 예상보다 맵지 않은 것이 비결이다. 특히 법인으로 전환하자마자 판매량이 300% 늘었다고 한다.  

이런 반응은 국내 소비자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현재 인스텔라의 비건 라면인 ‘베지다이너마이트(Veggie Dynamite)’는 국내 대표적인 저당 쇼핑몰인 닥다몰, 오버파워와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리즌105를 비롯해 여러 오픈마켓에 입점해 있다. 

조 대표는 “원래 우리의 예상은 수출과 내수 비율이 7:3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내수 반응이 좋아 40% 이상 차지한다”며, “당뇨가 있거나 암 환자, 혹은 라면이 아이의 몸에 안 좋다는 인식 때문에 좋은 재료로 만든 것을 먹이고 싶어 하는 엄마들이 많이 찾는다. 소비하는 나이대도 넓다. 어르신부터 2030 젊은 층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인스텔라가 개발한 라면의 인기 비결은 간단하다. 건강한데, 맛있기 때문이다. 동물성 원료 프리, 콜레스테롤 0%, 밥 한 공기보다 적은 탄수화물, 성인 1일 당 섭취량인 50g보다 훨씬 낮은 1.93g의 저당류가 인기 요인이다. 무엇보다 된장 베이스 스프로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과 깊은 맛을 구현한 점이 주효했다. 여기에 땅콩버터, 코코넛 밀크 등을 더하면 원래 라면과는 또 다른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성도 인기를 끈 이유다. 

조 대표는 “라면의 깊은 맛을 끌어올리고,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살리려면 분말 스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액상스프로 맛을 내 깊은 풍미를 자아냈다”며, “라면이라는 게 워낙 독과점 시장이다 보니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소비자가 맛있다고 반응을 해줘 보람이 느껴진다”며 환하게 웃었다.

건강과 맛…“라면을 넘어 비건 식품 전체로 제품군 확장할 것”

인스텔라의 베지다이너마이트는 와디즈 펀딩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약 한 달 동안 목표 달성률 516%를 이뤘고, 펀딩 금액만 1549만8000원을 기록했다. 이런 관심은 매출로도 이어졌다. 작년 하반기 법인으로 전환한 후 1분기 동안 달성한 매출액만 약 1억원이다. 

그런데도 조미령 대표는 여전히 인스텔라가 해결해야 할 여러 숙제가 있다고 말한다. 먼저, 저칼로리 라인을 개발해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인스텔라의 베지다이너마이트의 칼로리는 550kcal로 일반 라면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 대표는 “비건 식품을 구입하면서 살도 빠지길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종종 있다”며, “사실 비건이면서 저칼로리면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 내년에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라면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와 함께 비건 식품 카테고리도 더 늘릴 계획이다. 비건 전체 시장을 놓고 봤을 때, 대체육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그는 “보통 집에서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도록 소시지나 너겟을 준비하고 있다”며, “보통 소시지에는 방부제 역할을 하면서 햄의 붉은 색을 내는 아질산나트륨이라는 첨가물이 들어 있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성만으로 만든 건강한 소시지로 소비자에게 다가서고 싶다. 올해 가을 정도에는 시중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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