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듯 모를듯…‘내 피부와 모발의 진실’을 찾아서

첨단과학기술 기반 피부·모발 탈모 분석…파이㈜ 안재석 대표 

 

“파랗고, 하얀 별들이 우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신비롭게 보이지만, 사실 이건 여드름균이 있는 피지의 모습입니다.”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파이(PIE)의 회의실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안재석 대표는 자신의 손등을 비추며 이렇게 설명했다. 인공위성이 지구 주위를 돌면서 촬영한 사진을 확대해 나가면 걸어 다니는 사람도 구분할 수 있듯이, 피부 표면을 스코프로 확대해 나가자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던 피부의 숨겨진 문제점들이 ‘발각’되기 시작했다.    

안 대표는 “광 제어 기술과 피부 문제 추출 기술, 여기에 빅데이터와 AI 기술 등 핵심 첨단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피부 및 탈모 분석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광학 현미경에 빠진 소년…‘피부 분석’에 매료되다

물리학을 전공한 안재석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관찰하기와 컴퓨터를 좋아했다고 한다. 특히, 부모를 졸라 산 광학 현미경을 통해 이것 저것 세밀하게 관찰하고 컴퓨터로 기록하는 등의 과학 활동을 즐겼는데, 이런 그의 취미활동이 지금의 직업을 갖게 한 기초가 된 셈이다. 그러다 그가 본격적으로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대학 시절 친형을 도와 한 프로젝트가 시초였다. 

안재석 대표는 “친형이 국내 최대 화장품업체 중 한 곳의 피부 분석기를 개발하는 일을 했는데, 형을 도우며 어깨너머로 관심을 두게 됐다”며, “이후 형이 다른 회사에 입사하면서 내가 이어 맡아 피부 분석기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본격적으로 피부 분석기 개발에 나선 시기는 1995년, 그가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때였다. 당시 맞춤형 화장품을 처음 시도한 풀무원의 ‘이씰린’이라는 화장품용 피부 분석기를 처음 개발했고, 이를 시작으로 조아제약의 자회사인 메디코스팜의 약국용 화장품 피부 분석기, LG생활건강의 TSMS(Total Skin Management System), 아프로디테(Aphrodite) 등의 피부 분석기를 개발했다고 한다.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건강함’을 내걸었다는 점이다. 특히, 풀무원의 경우 소량의 맞춤형 화장품을 무방부제로 판매했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아 피부 분석은 필수였다.  

그중에서도 파이 제품이 다른 회사 제품과 차별화될 수 있던 요인은, 그가 금광기 조명이나 LCD 모니터의 평가장비 및 생산 관련 검사장비 등 산업용 머신 기술력이 기본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산업용 분석기와 피부 분석기는 분석하는 물질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개발 방향은 달라야 했다. 산업에서 분석하는 대상은 인공물질이다 보니 양불판정이 명확하지만, 사람의 피부를 분석하는 것은 이런 인공물의 양불판정과 기준 자체가 다르고, 규정된 조건으로 조명이나 카메라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산업용 분석기는 대상 물질을 따로 떼어내 볼 수 있지만 사람의 얼굴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게다가 사람의 피부는 말캉말캉한 소프트한 재질이기 때문에 변형이 쉬워 일관된 분석을 할 수 없어 매우 까다롭다”고 했다. 이어 당시 시중에 있던 피부 분석기가 부정확할 수밖에 없던 이유도 설명했다. “예전에는 스코프를 피부에 접촉해 확대해 보거나 각질 등 작은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스코프를 접촉하는 순간 피부 변형이 생기고, 얼굴 전체 피부를 한 영역만 분석해 판단하는 것은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부정확한 피부·모발 분석은 오진으로 약을 먹는 것”

이런 이유로 개발한 제품이 안면 전체 피부 분석기인 ‘야누스(JANUS)’다. 두 얼굴을 가진 수호신과 1월의 어원이기도 한 야누스의 뜻을 담아 ‘피부에 숨겨진 나의 또 다른 좋은 모습을 찾아 새롭게 태어나자’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2006년 출시해 현재 5세대인 ‘야누스 프로(JANUS Pro)’까지 출시했는데, 얼굴 전체를 한꺼번에 비접촉으로 볼 수 있어 피부 상태 변화도 없고, 부위별 어떤 분석도 가능하다. 또, 고해상도 디지털카메라를 중앙에 비치하고, 네 가지의 특수한 광원들을 배치해 눈에 보이지 않는 피부의 문제점을 세밀하게 찾아내 화장품이나 시술을 추천해 준다. 특히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 출시한 5세대 제품의 경우 촬영공간 내부에 UV-A, UV-C 공기 살균기능을 넣어 안에서 마스크를 벗고 숨을 쉬어도 공간이 오염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관련 특허 5건을 출원할 정도로 기술적인 우수성을 증명받은 야누스 프로의 경우, 이미지 해상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안 대표는 설명했다. 최상급 ‘하이브리드(Hybrid)’의 경우 약 3250만 화소 초고해상도 캐논 카메라 EOS 90D를 장착해 원본 사진 해상도가 4640×6960에 이른다. 야누스 선라이크(SunLike)는 약 2410만 화소 고해상도 캐논 카메라 EOS 200DⅡ를 장착해 4000×6000의 사진 해상도를 자랑한다. 

이 두 제품의 차이는 광원이다. 하이브리드는 현존하는 광원 중 가장 우수하기로 유명한 제논 플래시를 사용하고 있고, 선라이크는 선라이크 화이트 LED(SunLike White LED)를 사용한다. 

하지만, 선라이크의 색 재현력은 일반 LED를 훨씬 능가하기 때문에 가성비 면에서 탁월하다. 일반적인 백색 LED의 경우 태양광 대비 색상 재현력(CRI)이 약 70~80% 정도인데, 선라이크 LED는 95%의 색상 재현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제논 플래시의 색상 재현력은 98~99%다. 또 UV LED는 385nm 파장을 사용해 자외선 촬영 시 자외선 열감이 적고, 405nm에서 가장 잘 발광하는 여드름균(P.Acnes) 대사물질인 포피린(Porphyrin)을 관찰하기에도 최적화돼 있다.    

안 대표는 “얼굴 사진을 확대하면 모공 하나하나의 크기부터 형태, 잔주름의 폭 깊이도 확인할 수 있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AI의 발전으로 얼굴을 인식하고, 매번 정확한 부위의 피부를 분석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또한, 성별, 연령별, 지역별 데이터를 구분해 분석의 정확도를 높였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모든 장비는 빅데이터로 정보를 수집해 AI가 계속 업그레이드해 주기 때문에 사용하면 할수록 장비의 성능이 향상된다. 이 모든 과정은 윈도우 업데이트하듯이 자동으로 무상 업데이트된다”며, “고객이 데이터를 받아 가는 방식도 QR코드만 찍으면 된다. 또, 회사의 전용 앱인 뷰티플레이스(BeautyPlace)를 통해 지속해서 본인의 피부 분석 이력관리도 가능하다”고 했다.

안재석 대표에 따르면, 2022년에 AI 기반의 피부 분석 솔루션 개발을 진행해 12만9208건의 데이터를 학습시켜 이미지 처리로 한계가 있던 6종의 색소침착 분류를 하고 있고,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으로부터 목표 정량 성능수치 달성을 인정받았다. 기술 고도화 작업을 시행해 내년 초에는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파이는 맞춤형 화장품 시장에 대비한 제품도 구축했다. 안 대표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국내에 도입된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 시험을 통해 맞춤형 화장품 시대가 열렸다. 이에 파이는 엔트리 모델인 ‘포커스킨(Focuskin)’을 2020년 출시했고, 2023년에는 업그레이드 제품을 내놨다. 

그는 “최근 스마트폰이 발전하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하거나 휴대용 분석기 같은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피부분석은 얼굴의 각도, 거리, 외광 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런 기기로는 분석할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만약에 잘못된 피부 분석 결과를 통해 화장품을 사용한다면, 그건 오진을 통해 약을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피부·모발 상태 더 세밀하게…“해외에서 선풍적 인기”

아름다운 금발을 가진 여신의 이름을 본떠 2003년도에 출시한 모발 탈모 분석기인 시푸(SIF) 역시 파이의 대표 제품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모발 분석은 스코프를 통해 관찰만 하는 정도였지, 모발 분석을 하는 콘텐츠나 솔루션은 없던 상태였다고 한다.  

작년에는 20년 만에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시장에 내놨는데, 인도와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접촉형과 비접촉형 카메라 두 대가 달려있어 모발의 탈모 상태를 더욱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고, 네 가지 광원과 슬라이딩 방식으로 손쉽게 300배까지 배율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도를 높였다. 

안재석 대표는 MBTI로 성격을 쉽게 세분화할 수 있듯이, 피부·모발 분석기를 통해 자기 피부와 모발 상태를 좀 더 세밀하게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은 자기 피부에 대해 지성이다, 보습이 부족하다는 등 판단을 내리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피부 상태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K-뷰티가 좀 더 신뢰를 얻고, 안정된 위치를 점유하기 위해서는 감각이 아닌, 정확한 분석을 통해 개개인에게 맞는 제품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파이의 매출은 매년 성장세다. 재작년에는 작년보다 매출이 30% 올랐고, 수출국도 35개국에서 42개국으로 늘었다. 참고로 파이 매출의 70%는 미국, 러시아, 유럽, 동남아, 남미, 중국, 일본 등 수출로 이뤄진다. 

또한, 모든 제품은 21개 국어를 지원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편리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중동지역의 시장확장을 위해 작년부터 중동 쪽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3월 두바이와 이태리를 필두로 10여회의 해외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  

안재석 대표는 “지난 2022년에 100만불 수출의 탑을 탔는데, 올해는 200만불 수출의 탑을 무난하게 수상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내수 시장도 병의원을 중심으로 활성화돼 있다. 서울대 피부과를 비롯한 유명 체인점의 피부과와 성형외과, 임상평가기관, 화장품 연구소와 화장품 회사, 화장품 매장, 에스테틱, 두피 탈모 클리닉, 미용실 등에서 파이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안재석 대표는 파이의 기술력을 토대로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영역을 늘려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 대표는 “동물의 털에는 진드기도 많고 의외로 피부병이 쉽게 발생한다. 최근 커지는 펫 시장의 환경을 고려해 동물 피부 분석 시장에 진출할 계획인데, 스코프의 광원별 특성에 따라 피부 상태를 정밀하게 볼 수 있어 병의 원인을 파악하기에 용이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교육시장과 산업용 등 다양한 솔루션도 개발할 계획이고, 더 나아가 미용 산업 쪽에서는 피부를 분석한 뒤 이에 따른 맞춤 화장품을 추천해 주고,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이렇게 쌓아온 피부, 두피, 모발 탈모 분석연구를 통해 K-뷰티를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과 함께 나눈다”…중소기업하기 좋은 환경 되길

안재석 대표는 앞으로 더 많은 이익을 더 많은 직원과 함께 나누기를 희망했다. 2013년 법인을 설립하면서 그가 만들고 싶었던 회사의 모습이 ‘파이’ 같은 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나 역시 가장 낮은 위치에서부터 올라왔기 때문에 내가 직원이었을 때 다니고 싶은 회사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 같이 가치를 만들고, 서로 나눌 수 있어 모두가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다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파이’ 이미지를 본떠 지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느낀 아쉬운 점도 전했다. 

그 중 가장 힘든 일은 사람을 뽑는 일이라고 한다. 경기도 유망중소기업으로 뽑힐 정도로 우수한 복지를 자랑하는데도 생산, 영업, 개발 인력 할 것 없이 모든 파트에서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참고로, 파이는 ▲가족을 포함한 건강검진 지원 ▲도서 구매비 및 교육비 지원 ▲여행 지원 ▲장애아동 가정에 특수 교육비 지원 ▲학자금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안 대표는 “매년 연봉도 올리고 있고, 회사가 이익이 나면 그만큼의 성과급도 지급하고 있다”며, “장기근속을 하면 대기업 이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회사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도 사람 뽑기가 너무 힘들다. 사람이 없어 사업하기 힘들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직원이 입사하기 전과 후에 회사에 대해 알아보고 이직하듯이, 회사 역시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과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며, “회사와 맞는 인재를 찾기 위해서라도 좀 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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