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괜찮은 걸까”…‘놀이’로 부모 고민 해결

발달·성장 돕는 필앤플레이·키우미 앱…솔리브벤처스 서주호 대표  

 

“우리 아이가 3개월 차인데 아직도 옹알이를 하지 못해요.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맘카페 혹은 워킹맘&워킹대디를 위한 오픈채팅방에 올라오는 단골 질문이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기 자녀가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심지어 불안해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부모의 불안감을 잠재워줄 만한 교구나 소프트웨어를 시중에서 접하기는 어려웠다. 기술적인 한계 때문이었다. 

솔리브벤처스(SOLIVE)는 우연한 기회에 이런 문제를 발견하고, 관련 교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서주호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아동 발달 분야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이 가치를 부모에게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회사 이름도 문제를 해결하다라는 뜻의 영단어 ‘solve’의 중간에 ‘i’를 넣어 ‘아동을 대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우리 CES 한번 가보자”…귤 까기 놀이에서 착안한 교구 개발

서울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서주호 대표는 아동 발달 관련 교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그가 아동 발달 교구 시장에 뛰어든 시발점은 교내 경진대회였다.  

서주호 대표는 “창의설계축전의 수상 혜택이 CES에 보내주는 거였다. 공대생이라면 CES에 가서 다양한 신제품과 새로운 기술들을 확인해 보고 싶은 꿈이 있다”며, “축구부원이었던 건축공학과 친구 두 명을 모아 ‘CES 한번 가보자’라는 목표로 열심히 프로젝트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팀원 모두 하드웨어를 다루는 전공인만큼 뭔가를 만들어보자는 데 동의했고, 그때부터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아이템을 정했다”며, “당시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굉장히 핫했는데, 드라마에서 자폐 아동이 정서적으로 불안할 때 손뼉을 치고, 심할 때는 벽에 머리를 박는 등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나온다. 사회적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런 행동을 표출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고 했다.

아동학 관련 논문을 읽으며 관련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는 서 대표는 ‘상동행동’이라는 신체 행동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어른도 긴장하면 다리를 떠는 것처럼 자폐 아동의 경우 자신을 자극하기 위해 이런 상동행동을 한다. 그러면 불안했던 마음이 자신을 자극하는 쪽으로 집중되기 때문”이라며, “단지, 장애 아동의 경우 인지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이 행동을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이 잘 안서는데, 그래서 우리가 뭔가를 만들어서 이 아이들에게 자극을 채워주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즉, 놀이로 신체 자극을 줌으로써 아이가 놀이에 더 집중하도록 만들어 상동행동을 덜 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취지다. 

그 첫 번째 자극은 ‘진동’이었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므로 장난감으로 상동행동의 대체 자극제를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봤다. 여기에 예술적인 요소를 더해 개발한 것이 귤 까기 놀이에서 착안한 ‘Peel & Play’다.

서 대표는 “귤껍질을 떼면서 바닥에 붙이며 퍼즐처럼 모양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귤 모양의 장난감을 만들었고, 맞는 귤 조각을 붙일 때마다 진동이 울리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으로 2022년도 교내 대회에서 수상한 서주호 대표팀은 CES 2023에 갔고, 그곳에서 ‘내년에 무조건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CES 2024 혁신상 쾌거…놀기만 해도 발달·성장 확인하는 앱도

‘껍질을 까면서 노는’ 필앤플레이는 두더지 게임처럼 구체에 불빛이 들어오면 3초 안에 껍질을 부착하거나, 빨강·노랑·초록색 등 색깔에 맞춰 부착하는 등 여러 가지 형태의 게임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그 결과 CES 2024 디지털헬스와 접근성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는 쾌거를 안았다. 

서주호 대표는 “1차 시제품을 만들었을 때, 완성도와 혁신성 측면에서 우수한가라는 질문에 앞서 부모가 제품에 공감할 수 있고, 사용하고 싶어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교내에서 특수아를 연구하는 교수님과 얘기도 나누고, 발달 센터, 자폐 치유센터 등을 다니며 어머니들과 만나 인터뷰도 진행했다. 그때마다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장난감을 재구현해서 교육을 놀이화시키는 감각 장난감이 국내에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부모들과 얘기하다 보니 공통적으로 아이 발달과 관련해 불안감이 있었다. 더 퇴행하는 건지, 비장애아동과 비교했을 때 격차가 더 벌어지는건지 혹은 괜찮아지고 있는 건지 등 아이의 상태를 비전문가인 부모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의 발달 상태를 그때그때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비장애 아동의 부모 또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맘카페와 오픈채팅방에서 활동하며 현장의 페인 포인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서주호 대표는 아동가족학과 연구실에서 소개받은 발달 전문가와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발달 전문가 역시 10년 동안 현장에 있으면서 서 대표와 같은 생각을 했고 이를 해결하고 싶었지만, 기술적으로 구현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던 차였다. 

그래서 개발하게 된 서비스가 놀이로 아이의 발달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앱인 ‘키우미’다. 소근육, 대근육, 자조, 인지, 사회성, 언어 등 6개 영역으로 나뉘어진 키우미의 강점은 공식 발달 지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이를 가정에서 부모와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놀이화했다는 점이다. 

서주호 대표는 “놀이를 따라 하면서 발달 지표들이 확인되고, 아이마다 발달 프로필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의 발달 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 보니 더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키우미 앱, 전국의 어린이집과 연계…최종 목표는 해외진출 

막연히 스타트업에 대한 꿈은 꿨었지만, 교내 대회에서 우승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창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는 서주호 대표는 이제 세계 진출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그는 “3월에 정식 출시한 키우미 앱을 올해 안에 1000여곳의 어린이집과 계약하는 것이 단기 목표”라며,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브랜드가 형성되면, 이를 기반으로 해외진출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서주호 대표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키우미 앱을 사용하면 해당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아이의 부모에게도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는 어린이집에서 하던 활동을 집에서도 하게 함으로써 반복 학습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더불어 현재 어린이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자출결 및 일지 등을 작성하는 프로그램과 연계해 사용하면 교사 업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 대표의 꿈은 이 세상의 모든 부모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다. 그는 “법인설립은 작년 8월에 했지만, 콘텐츠 개발은 그 이전부터 꾸준히 해왔다. 필앤플레이와 키우미 앱을 통해 부모가 아이에게 가졌던 막연한 불안감과 고민을 해결해 주고 싶다”며, “미래에는 아이 걱정이 있는 부모에게 ‘키우미 한번 다운로드 해봐’라는 말을 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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