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 천, 수 만개의 부품과 제품이 만들어지는 반도체나 이차전지 등 혁신 제조산업 현장에서, 사람이 ‘불량’을 일일이 찾아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작은 결함도 용납되지 않는 반도체·이차전지 등의 산업 현장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불량을 잡아내는 AI 검사 자동화가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VMR(Verif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제조 AI(Manufacturing AI) 시장규모는 2022년 15억6000만 달러로 평가되며,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47.8%를 기록해 2030년에는 523억7000만 달러(한화 약 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하랩스 함상화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아하랩스의 AI솔루션은 제조 현장에서의 단순하고 지루한 작업을 대신하고, 노동자가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생산성’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아하랩스는 데이터 수집부터 실시간 이상감지, 예지 보전까지 다양한 AI솔루션을 개발하는 산업용 AI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함 대표는 대학에서 로봇에 관심을 갖고 로봇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모바일 솔루션 스타트업을 거쳐,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원에서 로봇 관련 연구를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 다니면서 로봇을 통해 생산되는 데이터와 AI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면서 AI의 학습능력에 충격을 받았죠. 이후 AI와 관련된 경험과 경력을 쌓아야겠다는 판단을 하고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이상감지 AI솔루션 LISA, 빅데이터 통합관리 플랫폼 Data Camp
함상화 대표는 벤처기업에서 함께 근무하며 같은 꿈을 꾸던 동료들과 2018년 아하랩스를 설립했다. 설립초기에는 기업들이 의뢰하는 AI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해왔다. 다양한 AI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하랩스는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되고 있는 2차 전지 제조시장에 주목했다. 2차 전지 제조과정에서 AI로 자동으로 외관검사 작업을 해, 제조 효율성을 높이고 불량률을 99.9% 이상 줄일 수 있다.
아하랩스는 실시간 이상감지 AI솔루션 ‘LISA(Look In Smart with AI)’와 빅데이터 통합 관리 플랫폼 ‘Data Camp’를 제공한다. LISA를 활용하면 CCTV 영상을 통해 스마트팩토리 제조 공정의 이상 상황을 손쉽게 검출할 수 있고, 계측 센서로 수집한 시계열 데이터를 분석해 현재 상태를 평가하고 이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학습은 정상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방법과 불량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불량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경우, 모든 불량 데이터를 모으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놓치는 부분도 생길 수 있죠. 아하랩스는 정상 데이터를 학습시켜 정상과 다른 것을 불량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빠르게 공정에 도입할 수 있습니다. 불량으로 분류된 부분들은 별도의 파이프라인으로 다시한번 더 검사해 과하게 검출된 것이나 새로운 결함 등을 지속적으로 학습해가는 솔루션입니다.”
또 Data Camp는 제조 현장 내 다양한 설비와 센서에서 만들어지는 각종 데이터를 수집·분석 모니터링·예측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이다. 제조 현장에서 수집되는 모든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기존 생산시스템과 손쉽게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동으로 분석해준다는 것이다. 다양항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원하는 형식으로 변환하고 통합해 상위시스템, DB, 클라우드 등에 원하는 형식으로 전송할 수 있다.
이러한 LISA와 Data Camp와의 연동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모니터링하고 솔루션까지 연결하는 스마트팩토리 AI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도메인 및 공정별로 최적화된 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아하랩스는 국내 배터리 3대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 on 등에 데이터와 전문적인 AI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글로벌 제조현장에서 안정적인 시스템, 인프라, 운영·기술 등의 노하우를 쌓았는데, 최근 아하랩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미국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미국 IRA법 이후 국내 2차 전지 3사들도 조인트 벤처 형태로 미국 내 벤처기업들을 많이 설립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공격적으로 투자해 미국지사를 설립했지만 미국시장에 진출해 판로를 개척하는 일이 쉽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다행이라면 실리콘밸리 문화가 우리나라 제조업 문화보다는 좀 더 오픈돼 있어, 저희의 레퍼런스를 무기로 짧은 시간 안에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설립 7년차를 맞이한 아하랩스는 꾸준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40억원으로 연평균 103%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직원수도 매년 2배씩 확대돼 현재 43명의 직원이 함께하고 있다.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내부조직을 정비하는 일이었어요. 그래도 운이 좋게 좋은 분들을 모시게 됐고, 모두 공동의 비전을 이해하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한팀처럼 함께 해주고 있습니다. 공동설립자 3명도 현재까지 좋은 팀워크로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죠.”
“2차 전지를 넘어 자동차, 석유화학, 소비재 등 사업분야 확대”
아하랩스는 그동안 2차 전지 제조 분야에 집중했던 사업분야를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 중에서도 2차 전지나 반도체 등에서는 AI 도입률이 상당히 높아요. 이제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도 사업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AI를 도입하는게 필수인 것이죠.”
중소기업에서는 AI 도입 초기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아하랩스는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AI 모델을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어 보다 손쉽게 도입할 수 있으며, AI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증가로 1년 안에 초기 도입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고 함 대표는 소개했다.
함상화 대표는 현장에서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특정공정에서 어떤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특정설비에서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잘 알고 있고, 그렇다보니 제조업 현장에 맞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동안 별도의 투자를 받지 않고도 안정적인 성장을 다져온 아하랩스는 다양한 제조업 산업군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며 3년 이내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AI를 통해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가장 아래부터 보이지 않는 곳으로부터의 혁신을 통해,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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