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만소에 가면 쌀로 만든 모든 빵을 먹을 수 있다’

건강한 식문화, 100% 이천 알찬미 쌀빵…흥만소㈜ 박승미 대표 

 

대한민국 사람들이 ‘쌀’ 하면 바로 떠오르는 곳이 경기도 이천시다. 하지만, 유명세 탓일까. ‘쌀밥’ 이외에 딱히 떠오르는 콘텐츠가 그리 많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도자기’와 우리나라 최대의 ‘반도체’ 기업이 있는 곳이라는 정도다. 이처럼 관광지로 외면받아 온 이곳에 최근 ‘우리나라 쌀빵’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곳이 있다. 

농업회사법인 ‘흥만소’는 이천시립도서관, 이천향교 옆에 나란히 위치해 있지만, 이천시에서도 고즈넉한 구시가지에 자리 잡은 탓에 과연 이곳에 빵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있을까 의아하게 만든다. 하지만, 기자의 이런 의구심은 인터뷰 내내 깨졌다. 평일 대낮인데도 초등학생 아이 손을 잡은 엄마부터 중년의 주부들, 젊은 커플, 심지어 혼자 힐링하기 위해 방문한 손님까지 끊이지 않았다.  

쌀알이 수북이 박힌 식혜와 함께 자리에 앉은 흥만소 박승미 대표는 “여기가 산 아래에 위치한 주택가인데 처음 이 공간을 보고 마음에 쏙 들었다. 주변에서는 이곳이 상권으로 맞지 않다며 반대하기도 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나라 쌀이 나는 이곳에서도 역사가 깊은 동네에서 시작한다는 의미가 남달랐다”며, 중기이코노미에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어, “우리가 쌀 가공식품 회사이지만, 훗날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쌀빵 회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며, “사과 품종 하면 부사가 고유명사처럼 따라오는 것처럼 우리도 이천쌀로 만든 쌀빵의 대표가 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천쌀 진짜 맛있는데’…올드한 ‘이미지’ 바꿔 소비에 도움  

박승미 대표는 농부도, 쌀농사를 짓던 집안의 딸도 아니다. 그런 그가 우리쌀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이천이 고향인 남편 때문이었다. 

박 대표는 “시댁이 이천에서 쌀농사와 낙농업을 하고 있어 자연스레 이천쌀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처음에 먹었을 때 전에 먹었던 쌀밥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진짜 맛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쌀 소비가 더 이상 되지 않아 힘들다는 시가의 말을 듣고  ‘왜?’라는 의구심이 들었다”며, “쌀 소비가 안 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문제는 상품에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일단 재미있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천쌀을 떠올렸을 때, 고리타분한 옛날 한정식 이외에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은 게 문제라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게다가 상품의 연속성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짚었다. 시댁에 올 때마다 매번 한정식집만 갈 수는 없기에 어쩌다 한번 먹는 음식으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반면, 빵은 콘텐츠도 많고 주변에서 카페나 베이커리 등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친숙하다는 강점이 있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소비로 이어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게다가 편의점 슈퍼바이저로 3년간 근무했던 그는 ‘이렇게 매주 신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왜 쌀은 팔리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자연스레 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신입사원 연수 때 아이디어상을 받을 정도로 트렌드와 상품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았던 그는 ‘우리쌀로 재밌고 가치 있는 일을 해보자’라는 니즈가 강해졌고, 결국 제약회사에 다니던 남편과 결단을 내리고 이천시에 정착해 2022년 7월 흥만소를 설립했다.  

“팥빵엔 팥, 호두과자엔 호두 씹히는데 왜 쌀빵엔 쌀이 없지?”

야심차게 카페를 열기로 마음먹고 대출까지 받았지만,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황토벽 미장부터 옛날 집을 수리하며 꾸미는 데 시간과 돈이 엄청나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빵을 개발하는데도 막대한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서 공부하며 파티시에(patissier) 3명과 제품개발에 나섰지만, 첫 결과는 실패였다. 처음에는 겉은 밀가루로, 안은 쌀로 만든 빵을 만들 수밖에 없었고, 쌀빵으로 완전히 전환하기까지 무려 1년이 걸렸다고 한다.

박승미 대표는 “그동안 내가 너무 최종단계의 상품만 보고 살지 않았나 자책이 들었다. 제작 단계는 보지 않고 파는 것만 잘 팔면 되지 않을까 안일하게 생각했던 경향이 있었다”며, 초창기 맛봤던 실패의 쓴맛을 기억했다.

그렇게 노력 끝에 나온 빵이 ‘쌀’을 품은 크림빵이다. 빵 표면에 알알이 이천 쌀이 박혀있어 바삭한 식감을 자아내고, 크림 안에도 쌀알이 들어있어 고소함과 보는 재미를 더했다. 

박 대표는 “감자빵을 떠올리면 명확한 빵의 특징이 생각나고, 팥빵에는 팥이 들어있다는 이미지가 한 번에 떠오른다. 하지만, 쌀빵은 카테고리가 너무 포괄적이다. 그게 마음에 차지 않았다”며, “그래서 우리는 빵 안에 쌀을 넣어보자 아이디어를 냈다. 속을 봤을 때 쌀이 보여야 먹는 사람도 쌀빵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해서다.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소비자의 반응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지역쌀로 만든 만큼 지역 농가와 상생의 의미도 더했다. 박 대표의 시댁에서 3000평(약 9917㎡) 규모로 쌀농사를 짓고 있고, 주변에 10만평(약 33만578㎡) 넘는 규모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많지만, 하나같이 점점 줄어드는 쌀 소비에 불안감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흥만소는 이들과 함께 경제구조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특히 농민들이 어떤 정성을 기울여가며 쌀을 생산하는지 전 과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쌀에 대한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게다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재빠르게 실현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숙명여대, 한국관광대와 가족회사 업무협약을 체결해 흥만소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수 있도록 개발을 함께하고 있고, OEM 공장의 생산 관계자와 서울먹거리창업센터 멘토링 과정을 거치며 대량화 배합에 대한 의견도 실시간으로 주고받는다. 또한,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쌀의 특성상 제분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소통도 긴밀히 하고 있다.

그는 “시중에 쌀빵이 많이 없는 이유가 만드는 수고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품 로스가 너무 많다”면서도, “글루텐이 없기 때문에 소화가 잘되고 건강에도 더 좋아 손님들이 좋아할 때마다 뿌듯하다. 그러다 보니 마니아층이 생겨 소비층은 탄탄하다”며 자신했다. 

건강뿐만 아니라 쌀밥만큼의 포만감도 느낄 수 있다. 빵에 함유된 쌀을 밥공기로 호환했을 때 약 1/5 정도의 양이 들어있기 때문에 가정에서 아침밥이나 아이 간식으로 많이 구매하는 편이라고 박 대표는 귀띔했다.

키즈카페 대신 흥만소…맛과 화제성 잡고 ‘K-쌀’ 위엄 알린다

흥만소에 가면 황토로 만들어진 옛 가옥 뒤편에 자리한 가든에 심어진 푸른 벼들이 옛 시골 풍경을 자아낸다. 유럽풍의 가든을 많이 선보이는 최근의 대형 베이커리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박승미 대표에 따르면, 직접 키우는 쌀로 올해가 수확한 지 3년째라고 한다. 처음에는 늦벼를 심었지만, 지금은 모내기를 마친 벼가 자라고 있다. 이곳의 수혜자는 고객들이다. 벼를 볼 수 없는 도시 아이들에게 50알도 안 되는 쌀알이 박혀 있는 벼를 보며 밥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고, 부모에게는 기대 이상의 논밭뷰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외부 공간이 흙으로 돼 있어 아이들에게 뜻하지 않은 놀이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흙 놀이를 하기 힘든 요즘 아이들에게 흙냄새를 맡으며 놀이를 할 수 있게 하고, 옛날 곡식 창고처럼 꾸며진 별채에서 시장 놀이를 하기도 한다. 

공간의 콘셉트는 만화방으로, 슬램덩크나 밍키 같은 옛날 만화를 볼 수 있도록 공간을 꾸며 중년의 마음도 녹인다.  

즉, 손님의 힐링을 위해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을 양보한 셈이다. 흥만소를 찾은 고객들도 ‘키즈카페를 찾을 이유가 없다. 이곳이 아이들의 산 체험 공간이자 놀이터’라며, 공간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는 후기들이 많다고 한다. 박 대표는 이런 곳을 경험하고 싶어서라도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맛, 상품성, 화제성을 모두 잡은 흥만소는 팝업스토어에서도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롯데백화점 인천점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롯데월드몰에서 한 달간 팝업스토어를 열며 1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3900원의 빵 가격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후 갤러리아 백화점 광교점에서는 팝업스토어로 시작해 입점하기도 했고, 스타필드 하남 등 여세를 계속 이어갔다. 

박승미 대표는 “처음에는 이렇게 늘려가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쌀로 만든 빵으로 이슈몰이를 하며 이 상품만 계속 팔 건지, 아니면 더 많은 쌀빵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좋을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며, “이때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슈 상품으로만 자리매김하고 싶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장기전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쌀로 건강한 식문화를 알릴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고 소신을 밝혔다.

현재 흥만소는 다양한 라인업을 개발 중이다. ‘흥만소에 가면 쌀로 만든 모든 빵을 먹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베이글은 매장에서 판매 중인데, 찹쌀처럼 쫀득하고 쫄깃쫄깃한 식감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외에 구운 과자류, 식빵, 치아바타 등을 테스트 중이고, 옛날 도시락 콘셉트의 브런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급식을 공급하는 기업체와 손을 잡고 급식시장에도 진출했다. 매출도 그만큼 상승세인데, 박 대표는 작년 매출 6억2000만원에서 올해 약 8억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11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쇼핑몰에 우리나라 전통 음료를 개발하는 업체와 콜라보레이션해 팝업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그는 “지난 8월에 홍콩의 박람회에 나간 적이 있는데, 미국, 일본, 홍콩 등 해외 각국에서 문의가 정말 많이 왔었다. 하지만, 크림 타입 특성상 수출이 어려워 이어지기 쉽지 않았다”며, “우리 쌀의 문화를 알리면서 현재 개발하고 있는 제품들을 테스트할 기회로 삼으면서 판로 개척에도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쌀로 만든 빵이나 가공식품을 더 개발해 수출을 하면 항상 쌀 소비로 불안한 농민들에게도 힘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열심히 현장에서 뛰면서 K-푸드가 인기이듯, 우리쌀로 우리 문화를 알리고,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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