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학생이 말하기를 이런 탐구수업은 공부 잘하는 애들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즐거웠고, 교수님들이 옆에서 함께 해주니까 자신감도 생겼다고 좋아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교육 기회 불평등 문제 해결’을 미션으로 2021년 설립한 ㈜임팩터스(IMPACTUS)의 김보경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생이라면 누구나 지역, 소득, 학업성취도와 관계없이 공교육 안에서 자신의 꿈과 진로를 탐색하고 해당 분야의 경력자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탐구수업이 중요한 이유는 학생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지만, 대학입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보경 대표는 “수시전형 중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탐구활동을 했는지 생기부에 잘 정리가 된 학생들은 자신의 내신이나 수능성적보다 평균 1~2등급 상향해 진학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라며, “그러다 보니 생기부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기업 쪽에서는 대신 관리해 주는 서비스가 나오기도 한다. 이것 또한 불평등이다. 즉, 제도의 취지가 좋더라도 이런 제도를 잘 활용하는 친구들은 한정돼 있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는 공교육 안에서 누구에게나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본인의 진로를 적극적으로 탐색할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기부에도 좋은 결과물이 남을 수 있도록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봉사활동을 하며 느꼈던 ‘교육 격차의 벽’
김보경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성인기까지 현장에서 아이들의 교육과 관련한 일을 꾸준히 해왔다. 중학생이 된 이후부터는 교육봉사 활동을 해왔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NGO 단체에서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7년간 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했던 점은 지역, 소득, 학업성취에 따라 교육 기회가 달라지는 현실이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로 인해 학생들이 희망하는 전공, 진로, 직업에 따라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게 되는데, 각자가 희망하는 수업이 열리는 학교가 있고, 아닌 학교가 생기기도 한다. 교육인프라가 풍부한 학교와 아닌 학교에 열리는 수업의 숫자에도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김 대표는 공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의 리더를 양성하는 KAIST MBA 프로그램인 임팩트 MBA에 진학하며 창업으로 연결시켰다.
은퇴 교수님이 러닝메이트…임팩트 메이커
임팩터스팀은 2025년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에 우선 집중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할 시간을 갖게 하고, 여기서 확장해 훗날 직업인으로서 어떤 사회적 문제를 풀고 싶은지 고민하게 만드는 수업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이름도 ‘임팩트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임팩트 메이커라 지었다.
특히, 공교육 현장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을 민간에서 보완하고 싶다는 마음에 임팩터스와 MOU를 맺은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에 속한 교수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 중 10명으로 구성된 임팩터스 자문교수단이 각자 속해 있는 또 다른 네트워크와도 연결해 도움을 주고 있고,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하는 대학생 연합도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김보경 대표는 “고교학점제는 자신의 미래를 탐색해 본다는 점에서 취지가 좋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여러 물리적인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고교학점제에 맞춰 아이들이 희망하는 수업을 열려면 교사가 전공한 수업 외에 신규과목을 3~4과목 더 열어야 한다는 현장의 통계도 있을 정도”라며, “이에 아이들이 원하는 직업을 해본 경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중요한 인사이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스템은 교수와 대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지혜와 경험을 사회에 환원할 기회를, 학생들에게는 살아있는 지식을 얻을 기회를 제공한다.
김 대표는 “요즘 학생들이 가장 많이 희망하는 진로가 바이오 계열인데, 여기에는 의학, 보건, 생명과학, 화장품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바이오 계열을 희망하더라도 얼마나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다 보니 대학에 진학해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본인이 원하는 학과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아이들이 바이오 계열의 교수님들과 프로젝트를 하면서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쪽에 관심이 있는지 아는 계기도 된다”고 강조했다.
한 학기에 1학점이 인정되는 정규교과인 임팩트메이커 수업은 10~15차시로 운영된다. 수업 형태는 융합 교과로 들어가는데, 과학·국어가 합쳐지거나 국어·역사 혹은 사회·영어가 합쳐지는 등 기존의 교과목이 2개 이상 융합되는 식이다. 이는 단순히 자신이 희망하는 전공, 직업, 진로와도 연결되지만, 사회 이슈로도 연결돼 생각의 확장성을 가져다준다.
일례로, ‘내가 원하는 진로에 맞춰 역사 인물을 선택한 후, 이 인물이 지금 태어났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등을 고민해 보거나, 화학공학자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자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어떻게 직업적 미션과 비전을 가져가고 싶은지 고민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면 ‘아! 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화학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도달하기도 한다. 즉, 자신이 공부하는 목적을 찾고, 자존감을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현장의 호응도 높다. 작년 1월 시범수업으로 시작한 임팩트메이커는 수업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교사들의 입소문만으로 1년 6개월 동안 95개 수업을 진행했고, 참여 학생 수도 전국적으로 4000명이 됐다.
선생님을 돕는 AI 보조교사…임팩트 스페이스
수업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업무 효율화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교사 한 명이 연간 담당하는 학생 수만 200여명이고, 담임을 맡을 경우 일 년에 20만자 정도의 생기부를 쓴다고 한다. 이처럼 교사의 업무가 과중되다 보니 교사가 모든 학생을 신경쓰기 힘든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김보경 대표는 “팀플 시 발표를 하는 학생만 잘하는 게 아니다. 글쓰기에서 장점을 나타내는 아이가 있고, 피드백 자료를 만들며 성취감을 느끼는 아이도 있다. 또, 친구가 발표할 때 응원을 잘하는 아이도 있다”며, “성적도 마찬가지다. 교과성적은 잘 안 나오더라도 사회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공동체 운영에 대한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학생들의 능력을 선생님 한 명이 다 보기는 힘들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임팩터스가 개발한 플랫폼이 데이터 기반의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 운영·평가 솔루션인 임팩트 스페이스다. 수업을 개설, 운영,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을 올인원으로 해결해 주는데, 처음에는 임팩터스의 업무 효율화를 위해 만들었지만, 교사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학교에도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임팩터스에 따르면, 임팩트 스페이스를 활용하면 기존보다 40% 이상 업무 소요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학생들이 과제물을 올리고, 교사의 질문에 답하고, 학생끼리 댓글을 달고, 공동의 저작물을 만들어 올리는 등 일련의 모든 수업과정을 AI가 보여주고, 요약까지 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생에게 어떤 피드백을 주면 좋을지도 제안해 준다.
모든 기록이 데이터화되다 보니 학생들의 개별적인 특징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데도 최적의 기능을 제공한다. 학생 하나하나 어떤 성취를 했고, 어떤 부분이 두드러졌는지, 어떤 역량을 보이며 성장했는지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학생 스스로 자신의 기록을 열람할 수 있어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고, 어떤 포트폴리오를 쌓아왔는지 확인이 가능해 공부에 대한 동기를 유발한다.
현재 임팩트 스페이스는 시범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는데, 현장의 피드백을 반영한 최종 버전을 내년 2월에 내놓을 계획이다.
“공교육의 가치…세상을 의미 있게 바꿀 것”
임팩터스는 교사도, 학생도, 또 수업을 진행하는 멘토도 모두 만족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공교육의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교육계의 평을 받고 있다. 평소에 필요했던 수업을 열고, 잘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사에게는 도움을 주고, 학생에게는 자신이 수업의 주인공이 돼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며, 멘토 역할을 하는 은퇴 경력자와 대학생은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매출도 상향 조정됐다. 작년 1월에 첫 수업을 진행하며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는데, 그때 잡은 목표치보다 1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김보경 대표는 내다봤다.
김 대표는 “소수의 몇몇 아이만 혜택을 받는 구조인 입시 위주의 교육 형태보다는 아이들 각자의 개성을 찾고, 개별화된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제도를 바꾸겠다고 하면 교사 역량도, 아이들도, 인프라도 준비가 돼야 한다”며, “전방위적으로 모든 게 맞춰지는 과정에서 우리가 에듀테크 솔루션을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또한, “학창 시절에 마음속 꿈의 크기를 어디까지 확장해 놓느냐가 그 학생의 성장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한다”며, “진로는 인생을 바꾸는 중요한 일이지만, 세상을 바꾸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누구나 교육적인 혜택을 누리면 좋겠고, 특히 학생들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는 안정적인 무대가 공교육 현장이면 좋겠다. 그런 생태계를 만드는 데 우리가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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