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을 때 기대하는 것은 몸에 좋은 유효성분이 인체에 잘 흡수해 질병을 낳게 하고, 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피부 미용을 위해 사람들이 막대한 돈을 투자해 가며 좋은 제품을 구입하는 이유다.
하지만, 실상은 우리의 예상과 다르다. 화장품의 경우 피부에 좋은 유효성분의 분자량은 피부보다 커서 피부로 흡수되는 화장품 양보다 피부 위에 남는 게 더 많다. 치료제 역시 유효성분 투과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약물을 많이 쓸 수밖에 없어 결국은 다른 장기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인체 투과력’에 있다. 바이오 벤처기업인 ㈜바이오파마(BIOPHARMA)는 여기에 주목했다.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본사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최승필 대표는 “우리가 좋은 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기술의 혜택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돌아가면 좋겠다”며, “그로 인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의 기술이 알려져 지속해서 성장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세포·피부·혈뇌장벽 투과율 높인 신기술로 ‘주목’
제약회사에서 영업과 의약품 관리 업무를 하면서 업계에 발을 들인 최승필 대표는 전공인 전자공학과 우리나라 한약재를 결합해 발전시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각 나라의 민간요법, 천연물로 추출한 신약의 기초 성분을 AI로 탐색하고 데이터화해 상용화까지 원활하게 하고 싶다는 꿈도 있었다.
최승필 대표는 “아버지인 최창욱 회장님이 메디포럼, 녹십자 등 제약회사에서 오래 근무했고, 이전에 바이오 관련 회사를 운영한 경험도 있다 보니 나 역시 자연스럽게 이 업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아버지가 하던 일에 공학적인 데이터를 가미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2019년 2월 최창욱 회장과 바이오파마를 설립했다고 전했다.
2021년에는 한국한의학연구원과 알츠하이머성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등 퇴행성 신경계 질환 적응증을 목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R&D 과제를 수행하기도 했다. ‘매실 기능 성분 함량 증가 가공 기술 활용 고부가가치 원료 및 제품 사업화’의 공동 연구개발기관으로서 연구과제를 2년9개월 동안 진행했으며, 한국한의학연구원의 무메푸랄 치매치료제 특허 전용실시권을 획득했다.

최근에는 기존 의약품의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효능은 극대화하는 ‘약물 전달 기술 플랫폼(Drug Delivery System)’으로 비즈니스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최승필 대표에 따르면, 약물 전달 기술 플랫폼은 말 그대로 약물을 인체에 잘 전달하는 기술이다. 포항공대 전 총장이자 화학과 명예교수인 정성기 교수가 2000년대 초반에 개발한 양이온성 화합물로, SG6(Sorbitol Guanidine 6)가 핵심이다. 펩타이드 구조에 의존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가진 분자수송체로 분자량이 큰 물질을 공유결합 또는 분자 결합체 상태로 세포·피부·혈뇌장벽으로 전달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물질과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최승필 대표는 “우리는 이걸 가리켜 핵탄두라고 표현한다”며, “로켓 앞에 수류탄을 넣으면 수류탄 폭탄이 되고, 핵을 달아 쏘면 핵폭탄이 되듯이 SG6를 다른 유효성분과 결합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설명했다.
SG6는 2005년 물질특허 등록 후 약물 적응증에 대한 전 세계 특허등록을 완료할 정도로 뛰어난 약물 적응증을 인정받았다. 현재 바이오파마는 회사의 기술자문인 정성기 교수의 연구내용을 비즈니스화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화장품·혈뇌장벽 등에 두각…중국에 기술 수출도
최승필 대표는 약물 전달 기술 플랫폼의 강점은 우수한 범용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사람들이 일상에서 이 기술의 우수함을 느낄 수 있도록 작년 7월에 미스트, 앰플, 크림 등 화장품을 개발해 내놨다.
최 대표는 “PMK, 더마코스메틱 등 화장품 임상을 주력으로 하는 테스트 기관에서 시험한 결과, 피부 투과 기술을 사용했을 때 피부 흡수율이 500% 이상 높게 나왔다”며, “요즘에 화장품 흡수를 돕기 위해 가정에서 디바이스를 많이 사용하는데, 디바이스를 활용했을 때보다 SG6 화장품을 발랐을 때 흡수율이 더 높았다”고 뿌듯해했다.
지난 9월에는 사업 개발을 위해 한국에 방문했던 중국의 국영기업인 시노팜에서 관심을 보여 현재 중국 현지에서 수입 허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최승필 대표는 “피부 투과 기술을 활용하면 화장품뿐만 아니라 흡수율이 낮은 외용제, 패치제 등 의약품 개발도 가능하다”며, “앞으로 연고, 바르는 주사제 등에 먼저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SG6는 중추신경계(CNS) 장벽 중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중요한 장벽인 혈뇌장벽(BBB, Blood Brain Barrier)을 투과할 수 있어 뇌 치료 분야에도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뇌가 워낙 특수하고 중요한 기관이다 보니 인간은 태어날부터 뇌를 보호하는 막을 갖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써온 약물의 분자량이 크거나 맞지 않아 뇌의 막을 지나가지 못해 치료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이라며, “BBB 투과가 어려운 약물에 SG6를 공유결합 혹은 이온결합시켜 투과 효능을 높일 수 있다. 투과율이 높기 때문에 약물 투여량 역시 지금보다 1/10 감소시킴으로써 기존 의약품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mRNA 백신 개발에도 나섰다. mRNA 백신의 핵심 원리 역시 인간의 세포 안에 백신 성분이 잘 들어가 항원을 잘 뿜어내도록 작용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양이온성 리포좀 및 분자 수송체를 이용한 효과적인 델타 변이 대응 삼량체 RBD mRNA 백신 개발’이라는 주제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의 국가 연구개발 과제도 진행했다.
당시 동물 실험, 세포 테스트 등 비임상을 진행하며 2차 실험에서는 항체 형성률이 최대 4.5배 상승했고, 3차 실험에서는 음성 대조군 대비 중화항체가 8배 이상 상승하는 등 유효성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백신 개발에도 한계가 왔다. 이에 바이오파마는 기술 이전이라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최승필 대표는 “중국의 기업에 기술 수출을 하는 방식으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며, “코로나19 백신 외에도 다른 전염성이 있는 질병에도 적용할 수 있어 다른 감염병 치료에 유리하다”고 했다.
급부상하는 K-바이오…글로벌 공략에 함께 나선다

최승필 대표는 최근 2~3년 전부터 한국의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 수출을 많이 하는 등 글로벌에서 K-바이오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기술을 임상까지 계속 끌고 가서 신약까지 개발하는 게 가장 좋긴 하다. 얼마 전에는 국내의 한 대기업에서 폐암 신약을 개발해 FDA 허가까지 받았다. 그런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블록버스터급의 의약품을 개발하는 추세”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의 바이오 회사들은 그 정도의 재정을 견딜 정도로 자금력이 있는 회사가 드물다. 이 때문에 비임상 단계 혹은 개발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2000~2010년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발전했다. 예전에는 큰 제약사에도 신약이 없었고, 수입해서 들여와 파는 총판의 개념이 강했다”며, “지금은 우리 기업이 자체적으로 신약 개발도 하고, 생산하기도 한다. 이런 걸 봤을 때 앞으로는 우리나라에도 좋은 신약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바이오파마는 중국의 합자법인인 명홍과 두뇌와 폐질환 관련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세포 투과성을 활용해 세포·면역 치료제에 대해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올해 말에는 이 연구를 기반으로 한국유전자치료학회에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승필 대표는 “현재 대부분의 바이오 회사는 자생하기 힘든 구조이고, 투자금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피부 투과 기술로 화장품과 의료기기 쪽으로 먼저 도전해 자금을 확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이후 이전에 없던 바이오 기술로 사람의 건강과 행복한 삶에 기여함으로써 한국의 바이오 기술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