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반영해 한복 만들었더니 세상 ‘힙’ 해졌어요

한복의 멋을 일상으로…온다타:파랑 유수진 대표 

 

최근 K-컬처가 뜨면서 한복에 대한 친근감도 향상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복’에 대한 상반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유럽 여행 가는 데 한복 입고 다니면 어떨까요?”라고 온라인 카페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글처럼 한복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있는 한편, “어머! 고궁도 아닌데 저 사람 한복 입었어!”라며 신기하고,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공존한다. ‘예술적인 미’가 느껴지는 섬세한 디자인과 색감 때문에 한복을 우러러보면서도, 생활하기에 불편한 옷이라는 양가감정이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온다타:파랑(Ondata:PARANG) 유수진 대표는 이런 한복에 대한 인식을 과감히 깬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평소 록밴드 음악을 즐겨듣고, 취미로 춤을 추기도 했다는 그가 자신의 취향을 듬뿍 담아 만든 한복에는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없는 개성과 특별함이 묻어난다. 

‘한복인 듯 한복 같은’…공식 깼더니 반전 매력 ‘뿜뿜’ 

“한복이라고 왜 꼭 그래야 하지?” 

유수진 대표가 한복을 볼 때마다 들었던 의문점이라고 한다. ‘한복’ 하면 떠오르는 고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는 내재한 갈망이 그의 취향과 디자인적인 요소가 만나 감각적인 생활한복으로 재탄생한 출발점이다.

청소년 시절부터 한국적인 옷에 끌렸다는 그는 대학에서 무대의상을 전공하는 동안 한복 수업을 들으며 한복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이에 졸업 후, 한복기능사를 따자마자 예복을 전문으로 하는 전통 한복집에 취직할 정도로 한복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진심이었다. 2년 후에는 한복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신진 디자이너 공모전에서 수상할 정도로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이후 쇼핑몰 환경에 대해 배우고 싶어 시계를 수입해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웹디자이너로 취직해 4년간 일하며 웹 환경과 홈페이지 구성, CS, 물류 등을 배웠고, 퇴근 후에는 생활한복집에서 받아온 바느질 일을 부업으로 하며 자신만의 한복을 꿈꿔나갔다. 

그러다 취미로 춤추던 시절 알게 된 콘텐츠 영상 제작업체의 의뢰를 받고, 각 캐릭터에 맞춰 한복 의상을 만들어 납품하게 됐는데, 이게 온다타:파랑의 시초다. 

 

브랜드 캐릭터가 명확했던 온다타:파랑이었지만, 사업 초창기였던 2022년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잡기까지 혼란의 시기도 있었다. 유수진 대표가 대중을 대상으로 생활한복을 판매하기로 마음먹고 내추럴하면서도 베이직한 생활한복을 디자인해 내놨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던 이미지의 한복들은 우리 아니고서도 살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았다. 즉, 차별화가 없었다”며, “그래서 한복에 없던 것을 가져옴으로써 고전적인 한복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라고 마음먹었다”고 털어놨다.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자신의 색을 넣었더니 반전이 일어났다. 고객으로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마니아층도 생기며 매출 역시 반등했다. 

청바지나 스커트 등 평상시 입던 옷에 믹스매치해 입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디자인에 디테일마다 변형을 줘 한복의 화려함은 잃지 않게 했다. 종류도 티셔츠, 반바지, 슬랙스, 재킷, 반소매 저고리 등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어서 한복을 전혀 입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배려했다. 

유수진 대표는 “고객들이 하나같이 ‘저 이런 옷 사고 싶었어요’라는 말을 할 때마다 나와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하고 놀라웠다”며, “앞으로도 옷을 통해 내 얘기를 계속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MZ가 먼저 알아봤다…구김 없고 편해 어디서나 입는다

 

온다타:파랑의 옷에는 공통점이 있다. 구김이 없고, 물세탁이 가능해 평상시에 입는 옷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젠더리스(Genderless)를 추구하기 때문에 여성복, 남성복 개념 없이 사이즈만 맞으면 누구나 입을 수 있고, 무엇보다 주머니가 크고 넉넉해 스마트폰을 넣고 다니기에 안성맞춤이다.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에 실용성을 가미했더니 20~30대가 먼저 알아보기 시작했다. 특히, ‘금박 맞깃 재킷'은 지난 3월 2주간 진행한 텀블벅에서 2000만원이 넘는 펀딩을 끌어냈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단일 가격 20만원대, 세트 가격 30~40만원대의 가격대를 감안하면 엄청난 관심을 받은 셈이다. 

유 대표는 “한복은 평면 패턴이라 어깨 부분이 뜰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복을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불편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재킷은 항상 입던 재킷과 같은 느낌이어서 좋다는 의견이 많다”고 고객 반응을 전했다.

‘봉항 스란 핀턱 슬랙스’ 역시 인기 제품이다. 입고 다니면 주변에서 ‘나 저 바지 텀블벅에서 봤어’라는 소곤거리는 얘기가 들려올 정도로 젊은 층의 눈길을 많이 받았다. 최근 유행하는 와이드 팬츠에 차르르르~ 떨어지는 핏, 금박으로 된 봉황 무늬가 걸을 때마다 출렁거려 특이하면서도 인상적이라는 평이 많다. 또한, 바지 양옆 허리 부분에 밴딩을 넣어 허리는 편안하게, 깊은 핀턱(Pinguck)으로 허벅지와 엉덩이는 편안하게 감싸줘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 

오는 12월에는 크롭패딩과 와이드 슬랙스를 펀딩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유수진 대표는 “2024년 메인 테마가 ‘권위의 옷’이다. 옛 왕실에서 입었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인데, 12월에 선보일 제품이 올해 테마의 마지막 버전”이라고 부가 설명했다. 

 

한국미가 녹아든 ‘패션’으로…80살 돼도 현역 디자이너 ‘꿈’

유수진 대표는 온다타:파랑이 ‘한복’이라는 한 패션 카테고리로 남기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매년 메인 테마를 잡고 스토리텔링을 끌어 나가며 그 안에서 디자인을 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한복으로서만 접근하는 게 아니고, 올해는 이 브랜드가 과연 무슨 얘기를 할까 기대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며, “이런 스토리텔링을 통해 한복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적인 미가 가미된 패션 중 하나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그런 의미에서 미정이긴 하지만, 2025년도 아이템은 ‘물 밖을 꿈꾸는 물살이’로 정했다. 유 대표는 청년에게 힘을 주고 싶어 ‘등용’의 의미를 디자인에 녹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는데, 물 밖으로 나가면 뱀이 될지, 용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물 밖을 꿈꾸는 물살이는 옛날부터 등용의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여기에 착안해 우리나라 청년이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하더라도 희망과 꿈을 잊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유수진 대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한복에 대한 ‘낯섦’을 해소하고 싶다는 마음도 전했다. 물론, 예전보다 트렌디한 패션으로 떠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거리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에 대해 신기하게 보는 ‘시선’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사람이 한복 입는 건 당연하다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최대한 많이 노출하고, 선보이려고 한다. 제품을 아무리 많이 팔아도 구매 의향이 있는 사람들만 보기 쉬운 거지 모든 사람에게 이미지가 도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마음에 ‘조선상회’라는 팝업 스토어에 참가 중이다. 올해 1월부터 한복 브랜드 네 팀과 소품류 브랜드 네 팀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서울시 구로구에서 팝업을 열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한글의 날에 광화문광장 야외무대에서 열린 ‘한글 패션쇼’에 참여해 시니어 모델과 패션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우리 브랜드 고객층이 20~40대이고, 특히 20~30대가 높은 구매율을 보이기 때문에 과연 시니어들에게도 잘 맞을까 하는 걱정이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괜찮고 잘 어울렸다”며, “그래서 고객층을 좀 더 넓혀도 되겠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내년 F/W 시즌에는 ‘밴쿠버 패션쇼’에 나갈 계획도 세웠다. 온다타:파랑이 고풍스러운 한복의 이미지가 아니어서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관심을 받진 못했지만, 국제 무대를 계기로 해외의 피드백도 받고 싶다는 욕심을 전했다.  

하지만, 유수진 대표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그의 꿈은 ‘오래오래 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교 때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셨던 교수님이 계신데, 그분이 올해 일흔 살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본인 브랜드를 하면서 고객과 소통하는 등 감각을 잃지 않고 계시다. 그분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브랜드처럼 K-패션으로 세계에 뻗어 나가겠다는 멋진 그림은 아직 없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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