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물류업계에 있으면서 수많은 사고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대부분 상·하차 과정에서 인적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좀 더 안전하게 일할 방법이 없을까 개선책을 고민하다, 스피드플로어 솔루션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스피드플로어(SPEED FLOOR) 홍현진 대표가 솔루션을 개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20여년간 항만물류기업을 운영하던 홍 대표의 고민은 직원들의 안전 문제였다. 화물차 등의 적재함에 올라가 짐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홍현진 대표는 “일몰제로 운영했던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부터 중대재해처벌법 등 정부에서도 여러 고심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장에서 개선해야 할 점을 개선해 노동환경이 향상되면 물류효율화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좀 더 빨리, 그리고 많이’…배달 노동환경 개선에 ‘한걸음’
“택배 기사님들이 하루에 몇 번이나 트럭 적재함을 들락날락하는지 아세요?” 홍 대표가 인터뷰 첫머리에서 이렇게 물었다. 스피드플로어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적재함 진입 횟수만 400회에 이른다. 소형화물차 기준으로 적재함 높이는 최소 80cm~1m 정도 되는데, 적재함 내부 이동거리까지 합하면 대략 롯데타워를 올라갔다 내려오는 거리와 맞먹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택배기사들이 화물차에서 뛰어 내리기 때문에 무릎 관절에 심한 압박을 느낀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스피드플로어는 ‘물류장비를 차량에 접목’시켰다. 컨베이어 체인과 벨트를 결합한 컨베이어벨트를 화물차량 적재함에 설치했고, 간단한 스위치 조작만으로 화물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택배노동자의 작업능률 향상은 물론,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 및 과로사 예방 등 노동 부담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스피드플로어에 따르면, 상하차 100박스를 기준으로 택배기사의 심박수는 36% 감소했고, 추정 운동강도 역시 절반 정도 감소했다. 100박스당 상하차 작업시간 역시 63% 감소한 13분으로 기록됐다. 총 리드타임 역시 줄었다. 소형 화물차량 300박스를 기준으로 기존 작업 방식 대비 리드타임이 70% 감소한 26분으로 나타났다.
최근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택배 대란’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주민안전을 위해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막는 입주민과 2.5m 가량의 차량 높이 때문에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맞대응하는 택배사의 대립이 쟁점인데, 이들의 대립은 결국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해 지하주차장 높이를 기존 2.3m 이상에서 2.7m 이상으로 설계하도록 바꿨다.
홍 대표는 “이렇게 되면 1000세대당 13억원이 더 투입된다고 들었다”며, “택배차들의 적재함이 높은 이유는 짐을 많이 싣기 위함이 아니라, 기사가 안에 들어가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절실한 때”라고 꼬집었다.
물류산업에 활용…운송부터 물류까지 완전 자동화를 꿈꾸다
홍현진 대표는 시스템의 ‘제조’, ‘운영’, ‘응용’을 통해 물류의 완전 자동화를 꾀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즉, ‘운송-로지스틱스-풀필먼트’ 등 물류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스피드플로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성이다. 기존 화물차 적재함에 쉽게 설치할 수 있는 데다 사람이 들어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적재함 높이를 낮췄다. 대신 차량 연장 기술을 통해 1톤 택배차량 기준으로 2800mm였던 적재함을 3400mm까지 연장했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스피드플로어는 이커머스 회사와 직접 계약을 통해 경기도 김포시의 일부 구역을 맡아 배송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홍 대표는 배송서비스를 수도권 전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인력 중심의 물류센터가 기술 기반으로 전환될 수 있다. 여전히 물류센터에서는 분류작업이나 상하차 작업을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데, 스피드플로어 솔루션은 운송과 물류에 들어가는 윙바디, 지게차 같은 장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화물차 대기시간도 줄어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물류센터와 화물차량 간 완전 자동화를 통해 화물 입고부터 출고까지 풀필먼트를 위한 상·하차 자동화 기술도 가능하게 한다.
홍 대표는 “가까운 미래에는 자율주행차량이 운전해 도착지까지 가면 기계가 물건을 싣고, 내리는 세상이 올 것”이라며, “기존의 인력집약적 상·하차 과정을 기술집약적 솔루션을 제공해 물류 병목현상을 제거하고, 인력 수급문제 해결과 배송시간 단축을 통해 화물차 수익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관심 집중…“물류 흐름을 바꿔 나갈 것”
스피드플로어는 2021년 11월 설립한 신생기업이지만, 많은 관계기관과 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22년 해양수산부 ‘우수 물류 신기술’ 3호 지정을 필두로, 2024년 국토교통부 ‘우수 물류 신기술’ 7호 지정, 중소벤처기업부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 ‘초격차 스타트업 DIPS 1000’에 로봇 분야로 선정됐다. 또한, 창업진흥원의 ‘초기창업패키지’ R&D 사업에 선정돼 냉동차량용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지난 8월에는 우체국물류지원단과 ‘화물 상·하차 자동장치 신기술 테스트베드 업무협약’을 맺고, 현재 POC(Proof of Concept) 중에 있고, 올 하반기에는 국방부 ‘우수 상용품’으로 선정돼 약 20대를 납품했다. 현재 중형차량용도 2단계까지 완료된 상황으로, 내년에는 군 부식차량이나 보급차량에도 탑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자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데, 지난 3월에는 인천시 모빌리티 혁신 집중보육기업 레전드50+로 선정됐다. 또한 인천시, 인하대학교 물류대학원과 함께 실증사업을 위해 30대 정도를 설치해 4개월째 운행 중이다. 이를 통해 노동 부하 감소량 등 데이터 비교를 할 계획이며, 1월~2월 중에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1톤 택배를 운영하는 기사 20여명이 개인적으로 시스템을 장착한 사례도 있다. 홍현진 대표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지점이다. 홍 대표는 “어떤 기사님은 제2의 택배 인생이라며 너무 좋아하셨고, 어떤 기사님은 개인적으로 돈을 투자해 설치해야 하므로 몇 달 동안 고민하다가 주문한 후 너무 설레서 일주일 동안 잠을 설쳤다고 했다”며, “그만큼 기사님들이 힘들었단 사실에 뭉클하면서도, 그분들이 이렇게 환영해 주니까 힘이 난다”고 전했다.
매출도 승승장구다. 2022년 2억5000만원에서 2023년 5억원, 올해는 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기세를 몰아 얼마 전에는 ‘푸드뱅크’에도 1톤 차 한대에 시스템을 기부했다.
홍현진 대표는 스피드플로어 시스템에 대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화물차는 화물을 쉽게 옮길 수 있어야 한다는 본질에 집중했다. 그리고, 우리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이 접목돼 보편화되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물류 효율화에 엄청난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며, “대형차량도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양산모델이 개발돼 복합운송 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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