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변하지 않던 ‘호텔 생태계’ 판도를 바꾸다

IoT 기반의 호텔 어메니티 솔루션…㈜프리아이디어 우종만 대표 

 

‘고객의 편리함’에 초점을 맞추며 발전해 온 호텔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50년 이상 호황을 누리며 오늘에 이르렀다. 경제성보다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비품, 업무의 효율성보다는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만족감을 부여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타 숙박업체와의 차별화를 이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호텔업계만의 어두운 점도 존재한다. ‘호텔은 안락하고, 믿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경쟁 심화와 잦은 이직으로 인한 인력수급 문제 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숙박업소 내 일회용품 제공이 금지되면서 호텔은 각종 어메니티 용기를 바꿔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프리아이디어(Free Idea)는 지금이 호텔업계가 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했다. 이에 현재 호텔이 처한 상황에 맞춰 어메니티 용기를 개발했고, 최근에는 IoT 기반의 자동 관리시스템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우종만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플라스틱 어메니티 용기를 대체할 만한 아이템 개발을 위해 창업했는데, 점차 용기 이외의 것들도 개선할 필요성을 느꼈다. IoT 기반의 디스펜서를 도입해 자동화 시스템으로 연결하거나 기존 객실 관리시스템과 연동하면 호텔 어메니티 운영방식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며, 테크 기업으로 발돋음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미용업 경력을 살려 호텔이 원하는 ‘용기’를 개발하다

우종만 대표는 13살의 나이에 주변 어른들의 권유로 미용업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고 한다. 그 인연이 화장품으로 이어져 오늘날 ‘프리아이디어’를 설립하는 뿌리가 됐다.

우 대표는 “중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미국에서 생활하다 온 분이었는데, 당시 미국 현지에서 가장 떠오르고 있는 직업이 남자 미용사라며 어머니에게 추천했다. 어머니 또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에게 권유해 미용학원에 다녔다”며, “13살 때 미용사 자격증을 땄고, 이후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청담동과 압구정동에서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로 20년 가까이 활동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에 대한 만족도도 크고, 업계에서 이름도 알렸지만, 전업(轉業)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한다. 미용사의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는 어깨 관절 통증으로 인해 필드에서 일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그동안 갈고 닦은 화장품 원료와 제품에 대한 식견을 바탕으로 화장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화장품 제형 및 용기를 생산하는 회사에 들어갔고, 이곳에서 화장품 연구원으로 16년 정도 일했다. 당시 호텔업계 실무자들과 미팅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 과정에서 깨달은 점이 화장품 ‘용기’에 대한 부분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그는 “일회용품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호텔업계는 큰 용기로 전환하기 시작했지만, 단순히 용기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플라스틱으로 돼 있기 때문에 청결 이슈가 발생했고 쓰고, 버리는 형태는 똑같기 때문”이라며, “업계에서는 호텔의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욕실의 퀄리티는 올려주고, 청결까지 책임질 수 있는 용기에 대한 니즈가 강했다”고 전했다.

호텔업계와 고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용기를 개발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한 그는 2022년 5월 제주도에 프리아이디어 본사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용기 개발에 착수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지속가능성이었다. 먼저, 물때가 금방 끼고, 용기의 입구가 좁아 재활용하기 힘들었던 기존 용기의 단점을 개선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이전보다 투입구를 약 4배 넓혀 성인 손이 들어갈 정도로 만들어 리필제품을 손쉽게 따를 수 있도록 했고, 용기의 펌프를 하나로 만들어 펌프 사이로 이물질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 

용기 소재는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도록 했고, 패키지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입한 크라프트지를 사용했다. 재활용된 종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탄소배출 측면에서 1차 도움을 주고, 버릴 때 종이로 분류해 재활용할 수 있어 최대한 호텔이 환경오염 예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23년 9월에 첫 론칭한 용기는 ‘분리 세척이 가능한 화장품 용기’ 등 특별성을 인정받아 16개의 특허를 보유하게 됐고, 현재 전국의 17군데 호텔에서 사용하고 있다.   

 

위생·환경·업무 효율성…호텔 서비스도 ‘변화’ 필요하다

용기를 개발해 짧은 시간에 호텔업계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프리아이디어는 객실 어메니티 너머의 문제 해결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가게 됐다. 

우종만 대표는 “지금까지 호텔은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통해 체크인과 체크아웃 등을 관리하는 PMS 솔루션에 대한 기술이 빠르게 발달했지만, 어메니티에 대한 부분에는 관심이 없었다”면서, “객실에서는 용기 도난이나 파손 등 여러 리스크가 생길 수 있는데,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쓰다 보니 이런 부분을 빨리빨리 캐치할 수 없고, 하우스키퍼의 업무 효율성은 물론, 재고관리의 효율성까지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호텔 어메니티 관리 프로그램에 IT 기술을 도입해 실시간 재고 현황을 알려주고 관리자 승인 시 자동 주문 기능까지 할 수 있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우스키퍼 전용 앱을 통해 실시간 객실별 잔여량은 물론, 고객이 얼마나 썼는지 알 수 있어 선호도 조사도 가능하다. 또, AI 기술을 적용해 사용패턴의 분석 및 예측, 탄소배출 계산, 수요 예측, 환경 시뮬레이션 등의 성과 보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겨울에 개발한 이 시스템은 현재 제주도의 호텔에서 테스트 중인데, 벌써 국내외 반응이 뜨겁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호텔 PMS 솔루션 업체다. 경쟁이 치열하고, 객실당 관리비용이 낮아 매출이 적은 업계 특성상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했는데, 기존의 프로그램에 프리아이디어의 어메니티 솔루션만 더하면 유통사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호텔 체인에서도 적극적이다. 2024년 11월에 프랑스와 벨기에의 기업과 계약을 맺었고, 세계 최대 규모의 호텔 용품 판매기업인 게스트서플라이와 MOU 체결을 앞두고 있다. 화장품 업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두바이, 베트남, 싱가포르, 일본, 프랑스 등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가할 때마다 화장품 회사에서 협업하자는 제안이 꽤 많은 편이다. 

우종만 대표는 “현재 우리가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2년 정도는 서두르지 않고 업계의 반응을 살펴 개선해 나가며 양질의 소프트웨어로 완성해 나갈 것”이라며, “그동안 무료로 시스템을 제공하고, 이후에는 객실당 월 2000원의 구독료를 책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구환경을 보호한다는 가치 아래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런 취지가 IT 기술과 만나 이전의호텔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서비스로 발전했다”며, “오는 4월에는 캡슐형 화장품을 선보여 B2C 시장도 노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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