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탈모’ 치료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탈모 진단 전문기업…㈜아프스 김태희 대표  

 

모든 치료에는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탈모’만큼은 여전히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된 경우가 많다. 환자 스스로 판단하고, 혼자서 끙끙 앓다가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오랫동안 탈모 치료를 해왔다는 의사조차도 ‘경력’과 ‘말’로 환자를 설득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금천구 본사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아프스(AFS, Advanced Future Systems) 김태희 대표는 탈모 치료의 퍼스트 스텝은 ‘진단’이라고 강조했다. 정확한 진단 아래 올바른 치료 계획이 수립될 수 있고, 치료 방법 또한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진단은 의사도, 환자도 납득할 수 있도록 수치화돼 시각적으로 보여야 한다. 

탈모 치료…왜 ‘인바디’같은 진단 장비가 없을까

‘완치되나요?’ 의사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나 3000모 심었잖아.’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지인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경험담 중 하나다. 지금까지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고 싶어 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처럼 ‘결과’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하지만, ‘탈모’는 그 어떤 질환보다도 결과보다 진단 과정이 더 중요하다. 

김태희 대표는 “탈모 치료 결과는 진단 시기와 진단의 정확도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최후적으로 모발이식 수술을 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수술은 평생 3번 이상 하기 힘들다”며, “자기 후두부 쪽에서 머리카락을 뽑아 이식하는데, 일생동안 뽑을 수 있는 숫자에 한계가 있어 수술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진단·평가’가 중요한 만큼, 어떤 환경에서든 동일한 추적 관찰을 할 수 있는 정밀기기는 필수다. 사람마다 눈, 코, 입이 다르게 생겼듯이 탈모 현황과 모발 및 두피 상태 역시 상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병원에서는 인력에 의존하고 있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탈모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주체는 간호사다. 특히, 사진은 찍는 주체에 따라 촬영 결과물이 다르게 나오는데, 병원은 특성상 인력이 자주 교체된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촬영할 때의 높이, 조명, 각도, 메이크업 상태에 따라서도 결과물이 달라져 추적 관찰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큰돈을 들여 치료와 수술을 한 만큼, 그 과정과 결과를 객관적인 자료로 받아볼 의무가 있는데, 그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다. 이에 김태희 대표는 탈모 치료에 필요한 ‘실질적인 장비’를 만들고 싶었다며, 탈모 진단기기를 개발한 이유를 밝혔다.

김 대표는 “비만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체중계나 인바디같은 장비를 사용한다. 하지만, 탈모 전문병원이라고 하더라도 일부 의사는 자신의 경력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10년을 고민하고 병원까지 찾아갔는데 ‘내가 여기 왜 왔을까’라며 한탄하는 경우도 많다”며, “우리 기기는 빛, 높이, 각도 등을 통제하며 일관성 있는 조건에서 사진을 촬영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진단 값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의사도, 환자도 모두 만족하는 ‘탈모 진단’ 기술

아프스의 진단기기는 전체적인 탈모 진행 상태와 세부적인 결괏값을 제공한다. 먼저, 사람마다 앉은키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모션리프트를 활용해 장비의 높낮이를 환자의 키에 맞춘다. 이후, 5대의 카메라가 30도 간격으로 360도 회전하며 1분에 600장의 사진을 자동으로 촬영해 전체적인 상태를 보여준다. 또한, AI를 활용해 모공, 모낭의 위치를 도출해 분석하고 모발의 굵기, 밀도, 개수, 분포도 등을 수치화시켜 보여준다. 줌인, 줌아웃 기능을 통해 의사가 환자에게 명확한 설명도 할 수 있다. 

김태희 대표는 “이 모든 것은 네트워크로 연결돼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시각자료를 보면서 상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진료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고, 환자의 이해도가 빨라져 의사의 진료와 치료 계획을 더 잘 받아들이게 된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환자들의 큰 불만 중 하나가 수술을 결정하지 않았는데도 의료진이 이마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는 점”이었다며, “이 기기는 모공 당 머리카락이 몇 개가 있는지, 모발의 굵기가 어떻게 되는지 등 평균값을 AI가 즉각적으로 계산해 수치로 보여줘 그릴 필요가 없다. 게다가 추적 관찰을 할 때도 동일한 부위를 동일한 조건 아래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3년 전, 개발한 이 장비는 임상적인 효과와 기기의 고도화를 위해 탈모 치료와 모발 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의 원장이면서, 아프스의 공동대표인 이호종 대표와 2년간 함께 테스트하고, 환자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살피며 사업성을 눈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익히 입소문을 듣고 정보를 들은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 가서도 ‘이 병원에는 왜 이 기계가 없어요?’라며 물어보고, 찾기도 한다며 뿌듯해했다. 

 

“이게 진짜 혁신상이지”…세계 탈모 인구의 환대

아프스의 탈모 진단기기는 CES 2025에서 AI(Artificial Intelligence) 부문 혁신상에 선정됐다. 탈모 진단시스템의 정확성과 AI를 통한 명확하고, 세밀한 분석 기능을 인정받은 것이다. 실제로, 아프스 부스를 찾은 관람객은 ‘이게 진짜 혁신상이지!’라는 반응을 주로 보였다고 한다. 

 

김 대표는 “보통 CES에는 상용화되기 직전의 제품이 많이 출품되지만, 우리는 해외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싶어 나갔다”며, “그중에서도 북미 지역에서의 반응이 궁금했던 이유가 다인종 국가여서다. 머리카락 색부터 컬링 등 모든 것이 동양인과 다르기 때문에 좀 더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살펴 디벨롭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장에서의 관람객 호응도 좋았지만, 미국과 튀르키예의 회사와 MOU를 맺는 등 계약 실적도 남달랐다. 이전에 아프스는 이미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중국, 홍콩 외에 2월에 일본으로 상륙할 준비도 마친 상태다. 미국의 또 다른 회사와도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총 국내 50군데, 해외 스무군데 이상 론칭한 아프스의 다음 스텝은 치료에 대한 솔루션이다. 

 

김태희 대표는 “CES에서 우리의 기술을 보고 감탄한 수많은 관람객이 하나같이 물어온 말이 치료에 대한 부분이었다”라며, “앞으로 연구개발(R&D)을 통해 어디를,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까지도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더불어, 현재 아프스의 기술력을 살려 미용 전반을 아우르는 회사로 발전할 계획도 있음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김태희 대표는 지자체의 작은 손길이 스타트업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프스가 이번 CES 2025에 참가할 수 있던 것도 금천구청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CES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런 문제로 인해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스타트업이 많다. 이번에 금천구에서 부스 지원부터 항공권, 물류 부분과 일정 비용 등을 지원받았다. 무엇보다도 해외 바이어들과 미팅이나 계약할 때 금천구청에서도 함께 자리를 해줘 도움이 많이 됐다”며, “지자체의 이런 높은 관심과 지원, 기업의 애로사항에 귀 기울여주는 모습이 우리 같은 작은 스타트업에는 큰 힘이 된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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