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문양’에 디자인 입혔더니 코디하기 좋대요

한국의 색을 머금은 K-액세서리…본디 이세민 대표 

 

한 사람의 패션 센스를 가장 직관적이고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치 중 하나는 액세서리다. 그날 착용한 복장과의 조화를 이뤄야 함은 기본이고, 그 안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액세서리만 유달리 눈에 튀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도 지켜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적인 것’을 품은 문양이나 장신구는 액세서리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코디네이션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착하는 방법 또한 매우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대구광역시에 위치한 ‘본디(BONDI)’는 이런 공식을 깨고, K-액세서리로 승부수를 걸었다. ‘전통미’와는 거리가 있던 스카프에 한국적인 문양을 입히거나, 너무나도 ‘한국미’가 강조됐던 댕기에 현대적인 디자인 기법을 녹여내 일상에서 누구나 손쉽게 머리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본디 이세민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K’가 유명해졌다고 하지만, 패션 소품의 경우에는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당장 주변만 보더라도 한복 관련 아이템을 한 사람을 보기 힘들다. 전통적인 것을 기반으로 한 제품이라도 실제 사람들이 착용할 때는 전통이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패션 아이템으로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데이트하면서 느꼈던 의문점을 디자인 아이디로 승화

 

본디는 패션과 문화를 상징하는 거리와 100년의 역사를 품은 근대 거리가 맞닿은 공간에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아파트와 카페들이 즐비한 사이사이로 근대 건물들이 눈에 띄는 묘한 곳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이세민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적인 것에 특히 더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한다. 

 

본디 사무실 역시 그의 이런 감각과 추구하고자 하는 미적 요소가 함축된 곳이었다. 진 청록색의 패브릭 소파와 리조트 스타일의 아이템이 곳곳에 배치돼 있고, 한쪽 벽면에 디스플레이돼 있는 본디 제품을 비추는 부드러운 간접조명이 어우러져 오피스라기보다는 감성 넘치는 작업실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의 이런 감성은 지금의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 생활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세민 대표는 “나도, 여자 친구도 한옥, 한복, 한국사 등 한국적인 문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데이트할 때도 고궁, 민속촌 데이트를 주로 했고, 데이트 장소 역시 경주, 전주 한옥마을, 천안 독립기념관 같은 곳으로 주로 다녔다”며,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많은 체험을 하게 됐고, 이런 체험이 자연스레 몸과 마음에 스며들었던 거 같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가 느꼈던 점은 한국적인 문양이나 제품을 특별한 공간이나 특정한 날에만 하는 것이 아니고, 보통의 일상생활에서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였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한복 관련 액세서리는 대부분 여성을 위한 용품이 많은데, 여자 친구가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불편한 점이 여러 군데 보였다”며, “일례로, 댕기의 경우 과연 혼자서 할 수 있을까? 혼자 할 수 없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어려워 보였다”고 한복 체험을 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당시 공예디자인 전공을 살려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던 그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차였다. 아무리 공들여 디자인 작업을 하더라도 결국 결과물로 나온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의견이 배제된 디자인물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디자이너가 희열을 느낄 때는 디자이너의 의견이 들어가면서도 마음에 드는 디자인물이 나왔을 때”라며, “이런 디자이너물을 실체화시키기 위해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머리끈같이 쉬운 댕기, 청바지와 어울리는 전통 스카프 

 

창업 후, 그의 첫 작품은 댕기였다. 데이트할 때마다 여자 친구가 손쉽게 혼자서도 머리를 꾸미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고, 사람들에게는 좀 더 다양한 디자인과 패턴의 댕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이세민 대표는 “전통 의복을 보면, 하늘색 한복에는 하늘색 댕기를 하는 식이 주를 이룬다. 즉, 한복과 같은 소재나 디자인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는 댕기 자체에 디자인을 적용해 사복에도 활용하거나 공식 석상에 하고 나가도 될 정도의 제품을 내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우선, 원단에 차별점을 뒀다. 한복 원단과 그 패턴을 그대로 사용하던 댕기의 규칙에서 벗어나 직접 디자인한 그래픽을 디지털 프린팅으로 구현했다. 

 

또한, 일상복에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너무 복잡하지 않은 색채와 문양을 활용했고, 제품의 가격을 다운시키고, 손빨래 혹은 세탁기로 쉽게 세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폴리에스테르 원단을 사용했다.  

 

그래서인지 본디의 디자인을 보면 여의주문보, 단청 등 어디서 많이 봤음 직한 문양이면서도 패턴화했을 때 대놓고 한국적이지 않도록 그 경계선을 포인트로 잘 잡아냈다. 

 

눈여겨볼 점은 본디의 댕기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 댕기를 묶는 방법은 워낙 복잡해 간소화된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댕기 묶기는 여전히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간소화된 댕기 묶는 방법만 보더라도, 땋은 머리의 끝에 댕기를 한 번 접고, 별도의 끈으로 댕기와 머리를 함께 묶은 후, 댕기의 윗부분으로 아랫부분을 덮어주듯이 정리를 해줘야 한다. 

 

하지만, 본디의 댕기에는 댕기의 형태를 유지한 상태에서 머리끈을 재봉질로 일체화 시켜놨다. 따라서, 실생활에서 머리를 묶듯이 묶기만 하면 댕기 매듭이 완성된다. 고무줄은 일반 고무줄이 아닌, 얇은 걸 네 겹씩 엮어 매듭을 지은 특별한 고무줄로 짱짱하게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고무줄이 늘어날 경우 제품 자체를 교환해 준다는 공약을 내걸 정도로 품질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후, 트윌리 스카프, 겨울철 방한구인 볼끼 등을 차례로 선보이며 남성과 아이들로 타깃층도 늘려갔다. 스카프의 경우 여성 고객도 많지만, 넥타이로 활용하는 남성 고객도 많다고 한다. 특히, 댕기와 같은 패턴으로 스카프를 제작해 커플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신경 썼고, 커플템이 아니더라도 세트로 착용할 수 있게끔 배려했다. 

 

‘전통미’와 ‘현대미’ 조합…생활 제품으로도 확대할 것

 

실제 본디 제품을 사용한 고객의 리뷰를 보면 청바지나 비즈니스 룩에 착용하는 등 일상 아이템으로 사용한 경우가 꽤 있다며, 이세민 대표는 뿌듯해했다. 

 

특히,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전시회에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복을 입고 싶어도 원사이즈라는 특성상 한복 입기를 포기한 외국인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는다고 한다. 

 

본디의 이런 트렌디함과 실용성, 디자인 활용성은 2024년에 진행한 제27회 경주시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동상을 받으며 인정받았다. 판매하는 곳도 관광객이 몰리는 경주 황리단길, 전주 한옥마을, 서울 인사동이고, 온라인 스마트스토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이 기세를 몰아서 올 상반기에는 진돗개, 삽살개, 호랑이 같은 한국적인 동물을 활용해 발 매트, 키링 등 생활용품 전반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세민 대표는 “‘사물이 전해 내려온 그 처음’이라는 뜻이 너무 좋아 본디를 회사명으로 지었고, 우리의 것을 한국인, 외국인 가리지 않고 일상에서 활용하도록 전통 문양에 현대적인 디자인 기법을 넣어 만들고 있다. 이런 점을 우리와 협업하고 있는 프린팅 공장과 OEM 봉제업체에서도 응원해 주고 있다”며, “이런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본디를 떠올리면 제품이 머릿속에 그려질 수 있도록 브랜딩하는게 목표다. 앞으로는 미국과 유럽에도 진출해 K-액세서리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