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사장님 홀린 ‘살균 테이블’…세계로 향하다

살균·광고·키오스크 기능 갖춘 테이블…㈜루카스 강신영 대표 

 

“여기 싱가포르에 있는 한국 식당인데요, 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고 연락드립니다. 제품 좀 구매할 수 있을까요?”

회사를 설립한 지 2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난 2023년 7월, 갑자기 걸려 온 한 통의 ‘카카오 보이스톡’을 잊지 못한다며 강신영 대표가 회상에 잠겼다. 30여분의 짤막한 통화였지만, 한국, 그것도 인천의 한 작은 스타트업이 개발해 내놓은 제품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한다. 이 통화를 마친 지 이틀 만에 입금이 완료됐고 순식간에 1080만원 상당의 살균 테이블이 수출길에 올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 해요!’라며, 잡상인 취급을 하던 어린이집 원장도 한 번 제품을 보고 난 뒤에는 태도가 180도 돌변한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루카스(LUCAS)가 별다른 광고와 홍보 없이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식당가, 건설업계, 어린이집 및 노인복지회관 등에서 인지도를 넓혀나갈 수 있던 이유는 ‘공중위생’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과 불안함을 잠재울 수 있던 아이디어 제품을 내놨기 때문이다. 여기에 설치와 사용법까지 쉬워 누구나, 어디서든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컸다. 

강신영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났더라도 살균 소재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93%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위생에 대한 기준이 강해졌다”며,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위생뿐만 아니라 오락과 키오스크 기능도 넣어 테이블이 있는 모든 곳에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너도 나도 만지는 ‘식당 수저통과연 괜찮을까?

살균 테이블 아이디어의 시작은 ‘식당 수저통’이었다. 제조업을 하던 강 대표에게 부품 수입은 회사의 존폐가 달릴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물류가 막혀 막막하던 때, 인근의 식당 역시 힘들어하던 것을 보면서 동병상련을 느꼈다고 한다. 식당처럼 한정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퍼져 나간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안전한 외식문화를 만들어 줄 제품이나 시스템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비단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신종 인플루엔자, 사스, 홍콩 독감 등 때마다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침투하는 것을 보면서 식당 수저의 오염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자동 살균 테이블을 개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루카스의 자동 살균 테이블은 UV-C 영역의 LED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275nm(나노미터) 파장대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박멸한다. 이론상으로는 15초 이내로 바이러스 박멸이 가능하지만, 루카스는 2분 정도의 넉넉한 시간으로 자외선 LED를 조사해 살균 안전성을 높였고,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과 KC 인증도 받았다.

‘자동 살균 테이블’의 초기 모델을 본 업계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2023년 7월 인천시 옹진구청 구내식당 판매를 시작으로, 인천시 내의 노인복지회관 그리고 김치찌개, 고깃집, 냉면, 주꾸미 등 직장인들이 몰려드는 식당가를 중심으로 뻗어나갔다. 이 모든 것은 별다른 마케팅 활동 없이 순전히 입소문만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코로나 이후 높아진 ‘위생관념…살균기술로 잡는다 

업계 내 제품 호응도는 좋았지만, 정작 강신영 대표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고 한다. 일반 테이블에 비해 약 2.5배 비싼 가격 때문에 구입을 망설이는 ‘동네 사장님’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에 루카스는 자동 살균 테이블에 몇 가지 기능을 더 넣어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규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테이블 한 쪽을 타공해 강화유리를 얹어 안을 다 볼 수 있도록 만들었고, 강화유리 공간에는 키오스크 기능이 들어간 디스플레이를 삽입했다. 

강신영 대표는 “디스플레이에 광고 영상을 송출하면 광고 수익이 생기게 되고, 그 수익을 점주에게 배분하거나, 테이블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기에 음식 주문까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터치형 강화 디스플레이로 발전시켰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당시 샘플도 없던 상태여서 목재를 직접 톱질하고, 나무젓가락으로 테이블 다리를 만든 모형을 손으로 들고 다니며 공장마다 설명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수도권에 있는 가구공장을 모두 돌다가 인천 남동공단에서 20년간 식당용 테이블을 만든 기업을 찾았다”며, “다들 샘플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거절하기에 바빴는데, 이곳은 ‘대박 날 것 같다’며 투자한다는 개념으로 도와줄 테니 해봅시다”라는 긍정의 답변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든 시제품만 10개가 넘어갔다. 만들고,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고, 또 만들고 하는 과정을 거친 끝에 작년 하반기에 최종 모델을 완성했다. 

벌써 업계의 반응은 뜨겁다. 올해 1월, 음식 프랜차이즈 기업인 고반홀딩스와 MOU를 체결하면서 고반식당, 김치옥, 몽롱주점 등의 식당 브랜드에 살균 테이블을 납품하기로 한 것이다. 김치옥은 작년 12월 대구지점에, 고반식당에는 2월20일 첫 납품을 시작했다. 몽롱주점은 3월 오픈 예정인 지점부터 설치해 나갈 계획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살균과 위생에 민감한 곳을 중심으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2025년 1월에 개발 완료한 어린이 살균 서랍장을 포함한 살균 테이블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중심으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디스플레이 공간에 교육용 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면 위생과 교육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신영 대표는 “명절, 연휴를 제외하면 개발한 지 한달 조금 지났을 뿐인데, 인천시청 내 어린이집, 송도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을 비롯해 일곱군데에 설치를 완료했다. 브리핑을 들은 원장님의 70%가 그 자리에서 구입을 결정한다. 그만큼 위생에 대한 니즈가 강한 곳이라는 방증”이라고 놀라워하며, 2월 중순에 출시한 기저귀 매트 살균제품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이 외에도 고속도로 휴게소, 공항 내 식당, 가정용 싱크대 살균 시스템 등으로도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강 대표는 이 중에서도 싱크대 살균 시스템에 대해 “주부들이 주방에서 주로 머무는 공간은 냉장고 앞보다는 싱크대다. 설거지하거나 식탁에 앉아 있으면서 디스플레이를 통해 냉장고 식자재를 확인할 수 있다면 편리성은 증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관심도 뜨겁다. 2024 인천 미추홀구 베트남(하노이) 해외시장개척단으로 하노이에 진출해 현지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MOU를 체결했고, 같은 해 미국의 PH 그룹과 ‘유아용 살균 테이블’ 샘플 수량 구매 후 추가 구매를 진행하기로 계약했다. 미국 워싱턴 DC의 태권도장에도 유아용 살균 테이블 샘플을 수출했다. 

루카스는 부품과 재료의 원활한 수급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이미 2022년 10월 중국 엔타이, 2024년 10월에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각각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준비해 왔는데, 그 결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손 닿는 곳이면 어디나…광고 거래플랫폼으로 확장

루카스의 제품은 수저 살균과 키오스크, 광고 영상 송출이 한 번에 가능한 ‘터치형 디스플레이’ 살균 테이블이다. 즉,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양한 오락거리를 생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강신영 대표는 “주류 및 제품 광고를 비롯해 대리운전 광고, 지역명소 소개, 근거리 매장 할인 프로모션 등 여러 광고 송출을 할 수 있고, 설문조사, 술자리 게임 등의 콘텐츠도 생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에는 헌팅 기능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달라는 부탁도 받았다. 주점이나 포차 등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서로 안주를 선물해 주는 기능 등 재미를 부가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선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생일 축하 광고도 가능하다. 팬클럽에서 K-팝스타의 “생일 축하해” 광고판을 여러 역사에 붙이는 것처럼, 일반인도 살균 테이블 광고를 통해 이런 멘트를 쉽고, 저렴하게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실종 어르신 찾기, 치매 예방 운동 등 공익광고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때는 노인들이 쉽게 글자를 읽을 수 있도록 텍스트 사이즈 등을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고 한다. 

강신영 대표는 “식당만 하더라도 티슈와 수저를 꺼낼 때를 제외하고 테이블 면을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 곳이 살균이 되는 공간 외에 오락성과 공익성을 부여해 식당에 좀 더 이익을 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적재적소에 살균 모듈 시스템을 설치해 코로나19와 같은 또 다른 바이러스가 오더라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나중에는 어린이, 노인 등 취약층이 모이는 곳에 살균 시스템을 무상으로 배포해 더 많은 사람의 건강을 지켜내고 싶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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