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과 트렌드…‘엔틱’ 가구로 ‘클래식한 삶’을 선물

데스크 웨어·공간 브랜드…오드트레인 이준호 대표 

 

“저에게 책상은 휴식과 같은 존재입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았을 때 바깥에서의 복잡한 것들은 날려 버리고, 온전히 나를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돼 주기 때문입니다.”

오드트레인(ODD.TRAIN) 이준호 대표가 책상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지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펜 하나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소품 하나만 있어도 ‘내 본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영역’으로 변신하는 곳이 책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공간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는 것이 자신이 추구하는 ‘클래식한 삶’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준비로 시작하고, 정리로 끝나는 태도의 일상화’를 클래식의 1장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삶의 방향과 함께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목재가 지닌 엔틱하면서도 클래식한 면모를 다양한 디자인으로 승화해 일상에 녹아들 수 있게 하고, 색다른 소재와의 변주를 통해 트렌디함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로부터 배운 ‘엔틱’의 아름다움, 그리고 ‘목공’의 즐거움  

예고에서 미술을 공부하며 미대 입시를 준비했던 이준호 대표가 목수로 돌아서게 된 계기는 건강 때문이었다. 당시 운동에 빠져 있던 그는 학교 운동회 때 전 종목을 선수로 뛰다시피 했던 운동 마니아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콩팥(신장)의 기능이 멈춰 미술까지 손을 놓게 됐다고 한다.

이준호 대표는 “마침, 입시미술에도 재미가 떨어지던 때여서 그때를 기점으로 친구들과 장사하며 사회에 일찍 진출했다. 그러다 고졸 특채로 국내 굴지의 식품업체의 영업직으로 취업해 약 5년간 회사를 다녔다”며, “20대 후반까지 영업직으로 일하며 매일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어느 순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다짜고짜 인도네시아로 떠났다”고 말했다.

비록, 아무런 준비도 없이 훌쩍 떠났던 여행이었지만, 그곳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나며 이준호 대표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6개월 정도 있으면서 친해진 친구의 집에 자주 놀러 갔는데, 그곳이 3대째 가구 공장을 하던 목공소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친구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목공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처럼 가공된 재료로 만드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나무를 활용해 가구를 만들었는데, 내 눈에는 만드는 게 아닌, 창조하는 거로 보였고, 완성된 제품은 예술 작품으로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잖아도 항해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평소에도 엔틱풍에 관심이 많았다”며, “해외에서 아버지가 사 온 고가구들이 집안에 많았는데, 목공소를 하던 친구 아버지를 보면서 나도 한국에 돌아가면 내가 좋아했던 풍의 가구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고 덧붙였다.

 

세월이 흘러도 ‘자신만의 색’을 내뿜는 오래된 기차처럼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스마트폰을 켠 이준호 대표는 마치 ‘운명처럼’ 경기대진테크노파크에서 진행하던 가구 전문가반 교육과정 광고를 접하게 됐고, 그곳에서 알게 된 3명의 친구와 사업체를 꾸렸다.  

이 대표는 “오래된 기차들을 보면 다 각자만의 색이 있지 않은가. 나는 그게 참 멋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런 느낌이 나는 제품을 집 안에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작업장을 만들면서, 기차역이라고 불렀다. 클래식함을 추구하겠다는 브랜드에 대한 우리들의 의지를 그대로 가져가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쪽에는 당일 일본으로 나갈 박스들이 수십개 쌓여 있었다. 이 외에 오드트레인은 대만,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적당히 예쁜 제품들로는 글로벌 경쟁이 되지 않는다. 시장에는 이미 저가의 중국 제품들이 포진해 있는 데다, 지금은 중국산의 수준이 많이 올라 퀄리티도 잘 나오기 때문”이라며, “우리만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쌓고, 정체성이 확립되면 중국에서 카피하건, 싸게 팔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확신했다.

북미산 호두나무와 오크(Oak)로 가구를 만드는 오드트레인은 ‘엔틱과 클래식 사이의 원목 문화’를 추구한다. 실제로,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오드트레인의 작업장은 회사가 추구하는 클래식한 삶을 위한 소품들로 가득했다. 영화 세트장에서나 봤음직한 멋들어진 엔틱 가구와 소품들, 직원들의 손때가 묻은 페인트칠까지 공간 자체가 하나의 미술품을 연상케 했다. 

그러다 보니, 오드트레인의 작업물을 본 사람은 ‘와! 멋있다’라는 탄성을 쏟아낸다고 한다. 그만큼 작업자의 손이 많이 가고, 가공 시간 역시 일반 가구보다 3배 이상 들어간다. 그렇다고 해서 엔틱이 현재 시장에서 트렌디한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즉, 돈, 시간은 많이 들고,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어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드트레인은 회사의 색깔을 지키기 위해 더욱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 대표는 “우리 내부적으로도 혼란스러운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만들면서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 신경 쓰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다 보면 우리의 성향과 맞는 고객이 반드시 나타나기 마련이다. 또, 유행이 돌고 돌아 엔틱이 유행하는 시점이 오면, 우리가 가진 아이덴티티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오드트레인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은 꾸준히 오드트레인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중에서도 기업체의 CEO실, 대학 교수실, 병원장실과 병원 집기 용도로 인기가 좋고, 해외의 주목도가 높은 편이다. 인터뷰가 있던 당일에도 작업장의 한쪽에는 당일 일본으로 나갈 박스들이 수십개 쌓여 있었다. 이 외에 오드트레인은 대만,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적당히 예쁜 제품들로는 글로벌 경쟁이 되지 않는다. 시장에는 이미 저가의 중국 제품들이 포진해 있는 데다, 지금은 중국산의 수준이 많이 올라 퀄리티도 잘 나오기 때문”이라며, “우리만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쌓고, 정체성이 확립되면 중국에서 카피하건, 싸게 팔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확신했다.

 

원목과 철, 3D 프린팅의 조합…클래식한 멋과 트렌드를 한 번에 


오드트레인은 회사의 방향성은 명확히 하되, 디자인적으로 변주를 주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결과가 작년 연말에 선보인 데스크 전문 브랜드인 ODT(Our Desk Terior)다. 곡선의 형태를 띤 클래식함이 강조된 이전 디자인에서 직각 형태의 심플함을 살린 디자인으로 중성적인 느낌을 살렸고, 철 소재를 포인트로 줘 트렌디함도 잊지 않았다.

제품 디자인을 담당하는 김성열 실장은 “우리의 특기인 목재 소재와 최근 트렌디한 소재로 많이 쓰이는 철을 결합해 목재가 주는 안정감, 무게감, 고급스러움은 살리면서 철이 주는 시원함, 개방감, 단단한 느낌을 부여했다”며, “제작하기에 난이도가 있는 작업이지만, 고객에게 우리 브랜드의 톤앤무드는 강조하면서 결과적으로 흔히 볼 수 없는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다. 또한, 집안에서 위화감 없이 디자인적으로 감성 있게 사용할 수 있어 활용성도 높였다”고 뿌듯해했다.

대중성을 위해 3D 프린팅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오드트레인의 제품을 갖고 싶어 하는 고객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작업 과정에 변화를 준다고 해서 제품의 고유한 느낌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이준호 대표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모두가 프리미엄 라인을 선택할 수 없다. 그래서 대중적인 라인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가로 13cm, 세로 6cm 크기의 원목 제품의 경우, 부품 하나가 나오기까지 사람이 꼬박 2시간30분 이상 작업해야 하지만, 3D 프린터는 같은 작업을 15분이면 완성한다. 속도뿐만 아니라 가격도 2배 이상 저렴하다. 그렇다고 해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며, 올해는 더 많은 소비자와 소통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에 오프라인상에서 교류를 위해 서울에 쇼룸을 낼 계획을 내비쳤다.

그는 “백화점 팝업 스토어를 비롯해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려고 노력하지만, 회사가 워낙 멀리 있다 보니 방문하는 게 쉽지 않다”며, “서울 시내에 쇼룸을 만들어 다양한 분들이 우리 브랜드를 만날 수 있게 하겠다. 더불어 해외 전시회를 통해 더 많은 나라에 수출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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