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1번 플랫폼. 이곳에서 광장에 위치한 택시 정류장에 도달하려면 오가는 사람들을 피해 우측계단을 이용, 역사 밖으로 나가야 한다.’ ㈜트위니(TWINNY) 인터뷰를 위해 대전광역시에 도착한 기자의 뇌 회로다. 사람은 이처럼 이동할 때 끊임없이 ‘자기 위치를 추정’하고, ‘지도를 작성’하는 뇌 활동을 반복한다.
‘자율주행 로봇’도 사람과 같은 수준의 기능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즉, 자율주행 로봇의 기술력을 가르는 포인트는 ‘자기위치추정’ 유무다. ‘내가 어디에 있지?’, ‘경로 계획상에서 지금 내 위치가 어디지?’ 등 끊임없이 자기의 위치와 방향을 인식하면서 이동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이런 능력은 물류센터처럼 시시각각 환경이 변하는 곳에서 탁월한 기능을 발휘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이 자율주행 로봇을 출시했지만,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다.
㈜트위니 천영석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트위니는 3D 라이다(LiDAR)를 기반으로 지도상의 현재 로봇 위치를 연속적으로 추정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과 고객의 니즈에 맞게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영자와 노동자 양측에 도움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답은 ‘시장과 고객’에 있었다…‘물류’에 집중한 이유
“접견실로 안내하겠습니다.” 트위니 본사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기자를 반긴 정체는 볼빨간 로봇이었다. 생긋 웃는 표정으로 자신의 몸체를 돌리더니 우측 복도 중간에 위치한 접견실로 안내했다.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린 로봇은 스르륵~ 안으로 들어선 뒤 다시 기자를 보며 방긋 웃는다. 약 1분간의 이 여정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순조롭게 이어졌다.
트위니는 쌍둥이 형인 천홍석 대표와 형보다 3분 늦게 태어난 천영석 대표가 2015년 8월 창업한 회사다. 카이스트 박사 시절 자율주행 로봇을 연구했던 천홍석 대표가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다니고 있던 천영석 대표에게 창업을 제안해 함께 회사를 키웠다.
현재 물류에 특화한 로봇으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물류 분야에 초점을 맞췄던 건 아니다. 짜인 동선대로 공정이 진행되는 공장은 자율주행 로봇보다는 컨베이어 벨트나 무인운반차(AGV)의 역할이 컸고, 현장마다 요구사항이 달라 커스터마이징 작업에 들이는 시간, 노력, 에너지가 방대했다. 병원, 도서관 등 다른 분야 역시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존재했다. 이에 시장에 맞는 로봇을 개발하자는 판단이 섰고, 물류센터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당시에는 매출이 1/3 이하로 줄었지만, 2023년 4월 물류센터에 최적화한 로봇인 ‘나르고 오더피킹’을 출시해 이전보다 2배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천영석 대표는 “처음에는 낯선 형태의 로봇이었기 때문에 첫 고객을 유치하기까지가 힘들었다. 하지만, 고객사가 생기고, 재구매가 이뤄지면서 입소문이 났다. 무엇보다도 로봇 효과에 대한 검증 등 레퍼런스가 확보되면서 빠른 확산이 이뤄졌다”고 뿌듯해했다.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 차별화…구독서비스로 부담 낮춰
나르고 오더피킹은 물류센터에서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 물류센터 특성상 1만평(약 3만3057㎡)이 넘는 공간에 획일적으로 생긴 랙이 늘어서 있고, 이곳에 있던 박스는 실시간으로 없어지고, 채워진다. 따라서 2D 라이다 센서로는 위치 인식이 어려워 3D 라이다 센서는 필수다.
하지만, 무턱대고 3D 라이다 센서만 붙여서는 안 된다. 1초에도 여러 번 자기 위치 인식을 해야 하는데, 3차원 라이다 센서로 얻는 데이터의 종류와 양이 어마어마해 데이터 처리를 잘하지 못하면 노이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트위니는 이런 자기위치추정 기술로 상용화에 성공한 케이스다.
그만큼 현장 도입도 쉽다. 타 물류 로봇의 경우 바닥에 격자형으로 부착된 마크를 인식해 움직이는 방식이어서 로봇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설비를 새로 깔아야 한다. 이로 인해 1년~1년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비용 역시 천문학적으로 들어간다. 설치 후에는 설비 변경도 어렵다. 트위니의 로봇은 완전 자율주행이기 때문에 추가 설비에 대한 부담이 없어 기존의 물류센터에 바로 투입이 가능하다.
노동력 감소에도 획기적이다. 오더피킹 업무에서 가장 힘든 일이 카트를 밀며 ‘이동’하는 것인데, 이 부분은 로봇이 책임진다. 사람은 주요 포인트에서 로봇에게 물건을 넣어주기만 하면 된다. 트위니는 여기서 더 나아가 4300만원이 넘는 로봇 가격에 대한 부담감을 낮추기 위해 ‘구독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물류센터는 가장 큰 고민이었던 높은 인건비와 업무처리 속도, 사람의 실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업무속도와 생산성이 2배 이상 향상됐고, 비용은 50% 정도 줄었으며, 오피킹 같은 휴먼에러는 1/10 이하로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나르고 오더피킹 로봇은 팀프레시, 용마로지스, 한익스프레스 등 15곳에서 이용하고 있고, 작년에만 약 140개의 로봇을 판매했다.
해외로 영역 넓힌다…“시장에 귀 기울이는 로봇 기업”
트위니의 자율주행 로봇기술은 해외의 관심도 받고 있는데, 특히 인건비가 비싼 국가에서 선호도가 높다. 천영석 대표는 올해부터 유럽, 미국, 일본 등에 진출할 계획이고,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판매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트위니는 ‘일상이 편해지는 로봇’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 1년 전부터 트위니 로봇은 세종시의 한 주상복합건물의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며 앱으로 주문을 받고, 혼자 엘리베이터를 탄 후, 문 앞까지 배송해 주고 있다. 또한, ‘로봇이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는 콘셉트로 사업화한 기업에도 로봇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로봇이 인간을 빠르게 대체해 가고 있는 만큼 ‘일자리’에 대한 여러 시선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천영석 대표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천 대표는 “100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일자리가 존재했다. 하물며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빠른 오늘날에는 더더욱 피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라며, “앞으로는 단순 반복하는 업무는 로봇이 대신 하고, 그에 맞춰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겨날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부정적인 부분은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개발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기술에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도 분명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기술을 만드는 사람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연구·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천영석 대표는 현장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시장과 고객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을 보면 무조건 자동화만이 정답은 아니었다. ‘사람이 없으면 좋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이 아닌, 시장에서 요구하는 니즈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며,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는 따라올 기업이 없을 정도로 앞서 있다고 자부한다. 그 기술에 걸맞게 글로벌 시장에서 자율주행 로봇 하면 트위니가 떠오를 수 있도록 세계시장 1위를 목표로 나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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