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생태계의 모든 생물은 경쟁을 통해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을 구성하며 생태계 평형을 이룬다. 하지만, 이런 먹이사슬 안에 ‘외래종’이 침입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토착종과의 무한 경쟁을 통해 결국 생태계 교란을 일으켜 자연의 법칙을 인위적으로 깨뜨리기 때문이다. 황소개구리, 배스, 미국가재가 대표적인 예다.
특히, 식물의 경우에는 기후와 토양 환경만 뒷받침해 준다면 눈 깜짝할 새 온 산을 뒤덮을 정도로 빠르고, 강하게 확산해 나가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필수다. 문제는, 지금까지 해왔던 인력에 의존하는 방법으로는 그 확산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데 있다.
㈜인베랩(InvaLab)은 침입외래종에 의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국내 생태계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기술로 통합 솔루션을 구축하겠다는 미션 아래 2023년 9월 설립했다. 특히, 자연 훼손지를 관리하고, 복원한다는 점에서 ESG 경영과 맞닿아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기업과의 협업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신원협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생태계 교란 식물을 제거하고, 관리하는 데만 매년 몇백억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공간 데이터 누락과 물리적인 제거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커 한계점이 존재했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기술 기반의 환경 맞춤형 솔루션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뽑고, 덮고, 베고…“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에도 혁신 필요”
서울대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고, 조경학 박사 시절 원격탐사를 공부했던 신원협 대표는 생태계 교란 식물을 제거하고, 드론과 위성을 활용해 교란 식물 개체를 찾아내는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의식이 자연스레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원협 대표는 “교란 식물을 제거한 후에 어떻게 복원해야 할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었는데, 이 모든 과정이 손으로 뽑거나 낫으로 베는 등 노동집약적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자연 특성상 다른 식생들도 많고, 지형도 험난해 사고의 위험이 항상 뒤따랐다. 육체적으로 힘들어 박사 과정 때는 모델링 기법을 하는 연구실로 들어갔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러면서도 이 방법에는 반드시 혁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교란 식물에 대한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었는데, 어떤 식으로 작업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 석사 때 했던 교란 식물을 제거할 수 있는 생물학적 방지 기술에, 박사 과정 때 배웠던 원격탐사 기술을 융합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신 대표에 따르면, 기존의 교란 식물 제거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예산이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사람의 작업 속도는 교란 식물의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두 번째 문제는 공간적인 개념의 부재다. 한 식물을 제거하려면 적어도 5년 동안 똑같은 위치에서 그 식물을 뽑아야 한다. 아무리 뽑아도 식물 아래에 종자의 뿌리는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식물을 제거하는 용역사는 매년 바뀌고,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도 많지 않아 조경회사나 봉사활동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았다. 그렇다고 인력이 충분한 것도 아니어서 교란 식물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힘들다는 인식이 암암리에 퍼져 있었다. 이런 이유로, 지속적으로 데이터가 관리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도출됐다.
그렇다고, 외래식물이 국내로 유입되는 현상을 막을 방법은 없다. 대부분 물류를 통해 인위적으로 들어오는데, 일일이 걸러내기 어렵다고 한다. 쌀이나 해산물을 구입할 때, 아무리 필터링한다고 하더라도 흙이나 꽃게, 조개 등이 섞여 들어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들어온 외부 종자는 토착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생태계 안정성을 위협한다. 대부분, 식물 개체의 스케일에서 토착종과 경쟁이 안 되기 때문에 토착종 입장에서는 라이트급이 헤비급과 싸우는 격이라고 신원협 대표는 빗대어 말했다.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로 인해 침입해 있던 열대 종들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면서 더 빨리 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AI·IoT·드론 활용…서식 경쟁 ‘시드볼’로 자생종 확산 가능
인베랩의 교란 식물 제거방식은 신속하고, 정확하고, 자연 친화적으로 이뤄진다. 먼저, 다분광 드론 원격탐사로 외래식물을 탐지하는데, 95%의 탐지 정확도를 보인다. 일반 드론의 10배에 해당하는 고해상도 드론과 영상 융합 분석을 통해 외래종 탐지의 정확성을 높였다. 신 대표에 따르면, 드론이 날아가면서 1~2초 만에 어떤 식물인지 파악해 분류한다.
신원협 대표는 “AI 학습에만 1~2년의 시간을 투자했다. 특정 식물을 위에서 본 사진이어야 하고, 계절별, 날씨별로 식물의 모습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같은 곳이라도 몇 번씩 가서 촬영해 DB화해야 했다. 결국에는 이런 노력이 우리만의 경쟁력이 됐다”고 뿌듯해했다.
이후, 외래 식물과 싸울 수 있는 식물을 드론으로 뿌려 심는데, 여기에는 생태학적인 연구기법을 활용한 ‘시드볼(Seedball)’이라는 말똥구리 형태의 씨앗이 활용된다. 즉, 드론에 탑재한 시드볼로 자생종 확산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인베랩은 시드볼과 관련해 2건의 특허 출원과 SCI급 논문 9건을 발표하는 등 국내 최고의 대안 식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대상지 환경에 맞춘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 기반의 사후관리까지 진행한다. 이를 통해 기존에 9개월 이상 소요됐던 제거 용역과정을 3개월 이내로 줄였다. 사업 전반적으로 보면, 5년 넘게 걸렸던 사업을 6개월 안에 통합 관리까지 가능하게 한 것이다.
계획 수립 시, 드론으로 하므로 인수인계나 자료 축적이 계속 이뤄지고, 관리적인 측면에서도 이전에는 사람들이 손으로 식생도를 그리거나 숫자로 썼던 것을 데이터로 관리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또한, 드론 파종을 통해 급경사지 및 하천 등 접근성이 어려웠던 지역까지 관리가 가능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접근 위험지역 및 제한 지역에 대한 인명 재해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자생종 확산에 의한 외래식물 제거 효과율도 높아 대부분 3년이면 완전한 제거가 가능하다.
현재, 인베랩의 솔루션은 환경부, 국립공원공단을 비롯해 강원도, 강화도, 공주시, 서울시, 울산시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삼림 및 산림, 해안, 하천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B2G에서 B2B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유통기업, 화학분야 기업, 통신분야 기업 등의 공장 주변 부지를 비롯해 지자체와 연계해 복원이 필요한 땅 복원을 통해 기업의 ESG 경영에도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탄소중립과 관련한 기업 의사결정에도 도움을 준다. 기업이 속한 지역 중 자연 관련 리스크에 노출된 지역을 파악해 그 노출규모를 측정하고, 우선순위를 파악해 준다. 또한, 예산을 쓴 만큼 복원에 대한 임팩트가 얼마나 나타났는지를 데이터로 환산해 보여준다.
식물다양성 복원…글로벌 기업과 차별성으로 해외진출 용이
신원협 대표에 따르면, 2023년도를 기점으로 미국, 캐나다, 호주에 인베랩과 같은 회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드론을 통해 산불로 인한 훼손지를 복원할 수 있는 나무 종자들을 심는 데 집중돼 있다.
신 대표는 인베랩의 솔루션은 식물 다양성을 복원하는 일이기 때문에, 산물로 인한 훼손지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걸쳐 적용이 가능해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했다.
게다가 인베랩이 제작한 시드볼은 농업 분야에서 종자 파종을 위해 만든 것과 형태가 같기 때문에 특정 드론의 모양에 맞출 필요가 없다. 즉, 기존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판로 개척에 수월해 확장성 면에서 유리하다.
여기에 올해 2분기 안에 네이처 엑스(NATURE X)라는 생태복원 전문 S/W를 개발할 계획이다. 생물다양성 분석 및 관리 SaaS 플랫폼으로, 드론 라이다를 활용한 환경분석 메트릭 개발, 분광 영상 데이터 기반의 생리학적 다양성 지수 개발, 시공간 스케일에서의 생물다양성 평가 지수 개발을 통한 시나리오를 결합한 자연 설계 시스템이다.
이를 기반으로 독일의 생물다양성 보존지역 관리를 목표로 하고 있고, 덴마크, 미국, 캐나다에 진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CES 2025에 나가 홍보활동도 펼쳤는데, 협업을 요청하는 기업이 늘었고, 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을 통해 인공위성 관련 회사와의 협업도 기획 중이다. 캐나다의 한 회사와도 인베랩의 기술을 접목해 올해 안에 POC 협업을 구상 중이다.
신원협 대표는 “현재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자연 회복을 지원하면서, 생물다양성 디지털화를 통해 생태적인 변화 과정에 맞게 변화할 수 있는지 예측을 해 복원해 나갈 것”이라며, “전문가 등 관련 인력이 줄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자연이라고 하는 복잡한 체계를 기술로 간소화시키고, 자연 복원기간을 최소화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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