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제가 발명에 재능이 있는지 몰랐어요. 머릿속에서 구상만 했지, 만들어볼 생각은 안 했었거든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거예요. 그러다가 10여년 전, 제주도로 터전을 옮기면서 그동안 구상했던 것을 이것저것 만들어 보기 시작한 게 지금에 이르게 된 겁니다.”
비밀에 부쳐져 있어 아무도 방법을 몰랐던 스마트폰 수리부터 부품을 구하지 못해 언제가 될 지 모를 수리일자를 기다리고 있던 수입차 수리를 시작으로, 스마트 주소판과 배너, 반영구 고양이 모래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발명품으로 국내외 각종 발명대회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박재훈 본부장의 첫 마디다.
2024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 특허청장 및 한국특허정보원장상 수상, 같은 해 상표디자인권전 동상과 독일 국제 아이디어·신제품 전시회(iENA 2024) 수상, 2025년 2월에는 태국발명전시회에서 금상, 은상, 특별상 수상에 빛나는 박재훈 본부장은 ㈜서울명동시티호텔 총괄이자, 시설관리를 맡아 진행하는 용역사인 바딜(VADEL)의 대표를 겸하고 있다.
박재훈 본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설계, 제작부터 구매에 이르기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30살 전에 창업을 해보기도 하고, 폐업이라는 쓰라린 아픔도 겪었다. 이런 경험이 내 발명의 모티브가 됐다”며, “발명을 통해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공사장, 호텔 등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생활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사람 빼고 다 고쳐요”…수리를 해가며 발명가 면모 발휘
박 본부장은 원래부터 ‘잘 고치는 사람’이었다. 전자계산학과를 나온 후, 삼성전자서비스에서 가전 및 컴퓨터 수리를 담당했고, 치과 의료기기 장비 제조업체에도 몸담았다. 자연스레 창업에 눈을 떠 치과의료 장비 제작업체를 5년간 운영했다. 하지만, 값싼 중국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서 어쩔 수 없이 폐업이라는 결단을 내려야 했던 그는, 업계 최초로 외제차 보상을 조건으로 내걸고 픽업 딜리버리 서비스를 선보인 삼성화재에 입사했다. 하지만, 중간에 사업부서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퇴사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박재훈 본부장이 깨달은 점은 자신이 수리에 재능이 있고, 수리하기까지의 과정 자체를 즐긴다는 사실이었다. 일례로, 랜드로버 차주였던 고객이 엔진 교체에 필요한 부품이 없어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했고, 센터에서는 3000만원이라는 비용이 청구됐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영국으로 떠났던 일이 대표적이다. 그곳에서 폐차장이란 폐차장은 모두 뒤져 부품을 찾았고, 500만원에 수입해 총 1000만원이 안 되는 경비로 수리까지 완료한 적이 있다.
박재훈 본부장의 이런 ‘수리’ 실력은 시설관리부터 부품, 전자기기, IT 사업까지 아우르는 사업체인 바딜 창업의 모체가 됐고, 발명가라는 인생의 제2막을 맞이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가 개인적으로 처음 했던 수리작업은 ‘아이폰 SE’였다. 아이폰 중에서도 특히 이 모델을 좋아한다는 박 본부장의 손에는 여전히 아이폰 SE가 새것과 같은 외관과 기능을 자랑했다. 이 폰은 오래 사용할 경우 지문인식을 위한 주요 선이 끊어져 해당 기능을 쓸 수 없게 되는데, 그는 이걸 잇는 기술을 터득해 스스로 고쳐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후에는 차를 뜯어고치는 일을 취미 삼아 했는데, 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수입차를 운행하는 사람들의 부탁이 이어졌다. 게다가 부품까지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다 보니 인근의 카센터에서도 그를 무척 반긴다고 한다.
중고거래 인연이 호텔업계로…서울과 제주도 오가며 ‘발명’
세상의 모든 기기를 수리해 나갔던 박재훈 본부장이 호텔업에도 진출하게 된 계기는 10여년 전, 개인적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선택한 제주행이 발단이 됐다.
박재훈 본부장은 “40살에 늦은 결혼을 했는데, 5개월도 채 되지 않아 아내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며, “현실도피 중 하나로 제주도행을 택했다. 그렇게 3년 정도 있다 보니 오히려 내가 망가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주국제대학교 자동차기계공학과에 편입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삶을 개척해 나가던 그는 5년 전, 중고거래를 하다가 제주도에서 펜션을 하는 대표를 만나게 됐고, 오픈을 준비하던 펜션의 빨래대를 만들어줄 수 있겠느냐는 제의를 시작으로 호텔 조형물, 자동 사다리, 노천탕 등의 시설물을 제작했다. 펜션 오픈 후에는 시설관리 책임자로 일하게 됐고, 현재 서울명동시티호텔의 모든 시설관리를 도맡아 하면서, 호텔관리를 총괄하는 책임자로 일하게 된 것이다.
그의 이런 특이한 커리어는 그의 발명품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현재 박재훈 본부장은 특허출원 8개, 디자인권 4개, 상표권 8개의 소유자다. 그중에서도 국내외 각종 발명대회에서 수상하며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던 고양이 모래는 그의 대표 발명품이다. 실제로 고양이 2마리의 집사이기도 한 박재훈 본부장은 고양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불편함을 발명으로 풀어냈다.
그는 “보통 고양이 모래로 사용되는 벤토나이트는 재사용이 안 돼 환경에 부담을 준다. 게다가 모래를 긁는 습성을 가진 고양이 때문에 가루가 쉽게 생기고, 먼지가 붙은 발로 집안을 걸어 다녀 사람과 고양이 모두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며, “내가 발명한 고양이 모래는 사막화 0%로 분진이 없고, 냄새가 나지 않아 환경적으로 쾌적하다. 또, 1년 이상 쓸 수 있어 기존 모래보다 약 50%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 제품은 독일, 베트남, 일본, 태국 등 여러 국가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2월 진행한 태국의 발명전시회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물류비 등 모든 부대비용을 댈 테니 보내달라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외에 베트남과 130만 달러 수출계약을 맺었고, 일본에 7000달러 수출을 하는 등 짧은 시간에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제주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만든 발명품도 눈에 띈다. 2024년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에서 수상한 스마트 주소판이 그 예다.
박 본부장은 “제주도에 살면서 가로등이 없는 곳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게다가 바람이 많이 부니까 집 주소판도 다 떨어져 나가서 면사무소에 재신청을 하러 가는 주민이 많았다”며, “스마트한 세상에 왜 이걸 이용을 안 할까 의구심이 들었고, 안전을 위해 주소판을 활용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스마트 주소판은 도민의 안전은 물론, 배달기사에게도 도움을 준다. 낙상사고나 크고, 작은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조도 센서와 모션 감지로 자동 점등되도록 만들었고, CCTV를 달아 유사시 대비는 물론, 범죄 관련 빅데이터를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태풍, 해일 등 재난 정보 송출은 물론, 긴급상황 발생 시, 좌측을 터치하면 119로, 우측을 누르면 경찰서에 신고가 되도록 했다.
현재, 박재훈 본부장은 스마트 배너 개발에도 착수했다. 강풍이 많이 부는 제주도 날씨에 넘어지지 않으면서 재난 정보와 키오스크 등 스마트 기능을 넣은 배너인데, 현재 특허출원은 마쳤고, 구입 의사를 밝힌 업체도 여럿이다.
건설현장과 조선소의 사고율을 낮출 방법을 찾다가 생각해 낸 스마트 안전모도 있다. 자동차 센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안전모 가운데에 카메라를 달아 고개를 숙여도 하늘이 보이도록 해 낙하물이 위에 있으면 ‘삐삐삐삐~’ 신호를 통해 알림을 주도록 했다. 여름에는 통풍이 잘되도록 쿨러를 장착해 쾌적함도 높였다.
‘발명’으로 젊은 층이 일하기 좋아하는 호텔 만드는 게 꿈
발명과 더불어 그의 탁월한 ‘수리’ 실력은 호텔에서도 빛을 발한다. 대표적으로 중앙집중방식의 호텔에서는 냉난방 공조기가 고장 나면 인테리어를 다 뜯어내야 할 정도의 대공사를 해야 한다. 박 본부장은 호텔이 이런 문제에 닥쳤을 때 해결하기 위해 뜯고, 세척하고, 수리해 가며 직접 고쳤다고 한다. 구조적으로 TV 설치가 힘들었던 호텔의 통신실을 직접 찾아내 객실에 TV 연결 및 설치도 진행했다.
지금, 박재훈 본부장의 눈에 들어온 것은 호텔 룸메이드들이 끌고 다니는 카트다. 그는 “호텔의 룸메이드 연령대는 대부분 중장년층이다. 그런데, 카트 자체가 무겁다 보니 객실마다 밀고 다니기 힘들어한다”며, “이들의 업무를 좀 더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이에 전동 기능을 넣어 메이드가 버튼만 누르면 전진, 후진 기능이 자동으로 되고, 객실관리 일지를 패드에 연동시켰다. 또한, 카트 안에 무선 청소기를 넣어 충전도 될 수 있도록 구상했다”고 말했다.
즉, 메이드마다 자기만의 ‘카트’가 생기는 기쁨을 느끼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자기만의 카트를 갖고 있다는 것은 뿌듯함을 넘어 책임감과 자부심의 원천이 된다. 이는 자신의 업무를 더욱 사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가 AI 카트 개발에 힘을 들이는 이유는 앞으로는 청년들도 메이드 업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AI가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룸메이드 일이다. 세심하게 이불을 펴고, 개고, 수건을 개는 일은 AI가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외국인 고용이 쉬운 일만도 아니다. 호텔에서 일하고자 하는 대다수의 외국인들은 교환학생으로, 일주일에 15시간의 근무시간만 법적으로 허용된다. 인력난이 심한 호텔은 이런 상황에 대한 애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현재 업계의 상황을 전했다.
이와 함께 분양형 호텔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현재 호텔이 있는 건물의 부분 소유자는 500여명이다. 이 중, 서울명동시티호텔에만 100여명의 소유자가 존재한다. 박재훈 본부장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이런 문제를 가진 호텔이 많다.
박 본부장은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분양사기로 피해를 입은 수많은 사람에게 본보기가 되고, 호텔 정상화 솔루션의 모델이 되고 싶다”며, “이를 통해 호텔 자체적으로 수익을 잘 내 소유주들에게 정상적으로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발명품으로 삶의 질은 물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며, “특히 환경과 사회를 생각할 줄 알고, 사람들의 안전과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발명품으로 사용자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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