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게 외면받는 ‘응급감지 시스템’은 그만!

노인 돌봄 서비스 제공…엘더케어 최순용 대표 

 

“제품 개발 전 단계에서부터 서울 시내의 복지관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께 여쭤봤어요. 시중에 나와 있는 비상벨을 무료로 드릴 테니 써보시겠냐고요. 아무도 써보겠다는 어르신이 안 계신 거예요. 그래서, 사용자에게 거부감이 없는 시스템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엘더케어(ELDER CARE) 최순용 대표가 중기이코노미아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시중에는 ‘독거노인’을 위한 ‘응급감지시스템 및 키트’ 등이 여럿 나와 있지만, 정작 사용자에겐 외면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최순용 대표는 “노인들을 위한 응급감지키트는 자녀들이 불안한 마음에 부모에게 선물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어르신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어르신들이 실제로 마음 놓고 사용하는 시스템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에 어르신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찾아 동작 방식부터 디자인까지 세심하게 적용했다”고 자신했다.

 

외할머니의 낙상사고를 보면서 ‘노인돌봄’ 서비스 고민

2년 전만 하더라도 최순용 대표는 여느 또래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러던 그가, 창업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할머니의 낙상사고 때문이었다고 한다. 

최 대표는 “할머니와 연락이 안 되자 걱정하던 어머니가 결국에는 할머니 집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어머니가 발견한 것은 화장실에 쓰러져 있던 할머니였다고 한다. 발견된 시점이 사고 후 7시간이 지난 뒤였는데, 할머니는 아픈 몸도 몸이지만, 트라우마처럼 당시의 상황이 남아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하셨다”며 그때를 떠올렸다.

낙상사고 때문에 할머니는 고관절 골절이라는 부상을 입었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일을 겪은 후, 최순용 대표는 ‘왜 빠른 대처가 안 됐을까?’라는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후, 미국의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팔던 비상벨을 보고 우리나라도 좀 더 다양한 디자인과 시스템이 적용된 응급감지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 대표는 “최근 실버산업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노인 전용제품들이 출시돼 있지만, 판매량이 저조하고, 잘 안되는 이유는 사용자인 노인의 취향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작 어르신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노인 제품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일침했다. 

대학 때부터 줄곧 봉사단 활동을 하면서 어르신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았던 최 대표는 어르신들이 무척 유쾌하고, 세련됐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자녀들에게 기대길 싫어하고, 젊은이들과 차별되지 않고 싶어 하는 요즘 노인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노인 전용 스마트워치는 큼지막한 인터페이스와 액정이 마치 ‘난 노인이다’라고 광고하는 것 같아서 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그들의 신체 나이는 마음과 달리 노쇠하다는 점이었다. 

최 대표는 “복지관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소파에서 졸다 고꾸라져 쇄골이 골절된 경우도 있었다. 의사인 아들이 와서 치료를 받기까지 반나절 동안 소파 아래에서 움츠려 있기만 했다고 들었다”며, “실제로, 응급상황 시 직접 신고하는 비율이 노인의 경우에는 15%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복지관 심층 인터뷰…‘거부감’ 유발요인 없애 제품 개발

‘결국, 아프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것이 혼자 사는 노인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하지만, 노인들은 생각보다 더 깐깐하고, 보수적인 시각으로 제품을 바라본다. 최순용 대표가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여의도, 영등포, 종로 등 서울 시내 복지관을 돌며 어르신과 인터뷰한 결과다.  

일단, 집 안에 뭔가를 들이는 걸 싫어하는 어르신이 많다고 한다. 불안한 마음에 홈캠을 설치하려는 자녀에게 ‘왜 날 감시하려고 드냐’며 불쾌함을 드러내는 어르신도 있었고, 같은 이유로 정부나 지자체에서 나눠주는 응급센서 제품을 싫어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누가 감시하는 기분도, 깜빡깜빡하는 불빛도 ‘거부감’의 요인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녀들은 불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전화하더라도 어르신들은 통화 연결이 잘 안될 때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차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아침마다 차를 끓이기 위해 전기포트를 켜는 게 문화인데, 이럴 때마다 자녀에게 알림이 가는 키트도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엘더케어는 PIR 및 MEMS 센서 기반의 응급상황 감지시스템을 개발했다. 3시간 간격으로 움직임 데이터를 감지해 생활패턴을 분석하고, ‘새벽 3시 외출’ 등 평소와 다른 이상 활동이 감지됐을 때 알려주는 방식이다. 

동작감지 센서 2개, 충격감지 태그 4개, 허브 1개가 서로 연동되며 집안의 응급상황을 감지해 주는데, 동작감지 센서와 허브는 집안 내벽의 콘센트에 꽂아 사용하고, 충격감지 태그는 배터리로 운용된다. 

일단, 테스트 결과 어르신과 자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센서의 경우 응급상황 발생 시 자녀에게 앱으로 매번 알람이 가지만, 엘더케어의 시스템은 응급상황의 경중도를 따져 문자 알림과 ARS 전화가 순차적으로 가도록 했다. 또한, 어르신이 직접 비상벨을 누르면 즉각적으로 자녀에게 연락이 가도록 해 더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실제로 엘더케어의 한 어르신은 비 오는 날 현관에서 넘어졌는데, 그때 현관문 아래에 부착해 뒀던 엘더케어의 비상벨이 보여 눌렀고, ARS 전화를 받은 자녀가 119에 신고해 12분 만에 빠른 대처를 한 경우도 있었다. 이 케이스가 알려지자 인근 복지관에 입소문이 퍼져 엘더케어 시스템을 사용해 보고 싶다는 문의가 증가했다고 한다. 

사용해 본 어르신의 자녀 역시 이보다 더 많은 기능은 필요하지 않다는 피드백을 가장 많이 준다고 한다. 

최순용 대표는 “우리의 계획은 냉장고에 태그를 부착해 식사 패턴을 분석해 알려주고, 별도의 약통을 만들어 약을 몇 번 섭취했는지까지도 파악하려고 했다. 그런데, 오히려 자녀들의 주된 관심은 부모님이 잘 계시는지 아는 것이지, 지금 부모님이 화장실에 있는지, 냉장고를 열었는지 등의 세부 정보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며 반응을 전했다.

“모든 응급상황에 대처하겠다”…집 안 시스템을 바깥으로

엘더케어의 응급상황 감지시스템은 높은 실용성을 바탕으로 2024년에 열린 중국해외인재혁신창업경진대회에서 테크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며 중국의 여러 기업으로부터 투자 제의도 다수 받았다고 한다. 

엘더케어의 응급감지 시스템은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최순용 대표는 사용자의 자녀를 인터뷰한 결과, 지금보다 더 빠른 대처를 위해 119 신고가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방식에는 호응이 높았다고 한다. 이에 경비업체 혹은 119와의 연동을 구상 중이다. 이 때, 처음부터 어르신의 지병을 기재하는 방식을 구상 중인데, 119로 신고가 들어가면서 해당 정보까지 같이 넘어가도록 하면 더 발 빠른 대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감지센서를 집 안에서 바깥으로 이동시킬 계획도 있다. 형태는 휴대전화와 연동하거나, 목걸이로 제작하는 방식이다. 단, 크기는 줄이고 디자인적으로 기성 제품보다 발전시킬 예정이다. 

최 대표는 “미국의 한 회사에서 나온 목걸이형 응급키트는 전혀 응급키트처럼 생기지 않았다. 도금 처리로 마치 액세서리를 한 듯한 느낌을 부여한다”며, “실제로 복지관의 어르신에게 이런 응급키트가 있으면 쓰겠냐고 물었더니 스타일리시해서 좋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엘더케어는 지름 4cm의 기존 제품을 2cm로 줄이고, 디자인 업체와 MOU를 맺어 어르신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디자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각 어르신의 취향까지 반영해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까지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최순용 대표의 목표는 노인들이 응급상황에 닥쳤을 때 최대한 빠른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시중에 내놓는 것이다.

그는 “70대 중반의 외할머니가 거의 세 달을 고관절 골절로 고통스러워하다 돌아가셨는데, 그게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당뇨까지 있어서 더 힘들어하셨던 기억이 있다”며,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구독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이려고 한다. 또한, 동작감지 센서와 허브에 마이크 기능까지 넣어 어르신이 응급상황에 닥쳤을 때 빠른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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