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친환경 관련 산업은 계속 성장 단계에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식물성 원단 시장은 국내에서도 점점 성장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기술이 해외 쪽에 치중돼 있다 보니 가격적인 메리트가 떨어지는 등 불합리한 면이 많았죠. 이에 해외 기술에만 의존하던 것을 국내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린컨티뉴(GREEN CONTINUE) 전인호 대표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특허사무소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해외 특허나 관련 기술을 접할 일이 많았고, 관심도 높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국내 시장에 불합리하게 적용되는 수많은 사례를 목격하곤 했다.
전인호 대표는 “재작년만 하더라도 한국에 들어오는 비건 가죽의 가격은 소가죽보다 2~3배 정도 비쌌는데, 이것만큼 불합리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더 비싸게 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친환경 소비가 꾸준하게 일어나려면 가격도 거기에 맞게 합리적이야 한다. 이에 가격을 낮출 방법을 연구했고 우리만의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식물성 원료 추출 기술로 생산량은 높이고 단가는 낮추고
2023년 2월에 그린컨티뉴를 설립한 전 대표는 한국 시장에 맞는 아이템과 기술, 공정 등을 연구한 결과, 단가는 낮추면서, 품질은 월등히 높은 비건 가죽을 개발했다. 그 비결은 ‘드라이 공정’에 있다고 한다. 보통 식물에 함유돼 있는 셀룰로오스를 추출할 때 습식 공정이라고 해서 액체로 뽑아내지만, 그린컨티뉴는 드라이 공정을 통해 파우더로 만들어 생산성을 높일 방법을 강구한 것이다.
전인호 대표는 “핵심은 원료를 만드는 기술력에 있다. 사과즙을 짤 때도 액체로 만들었을 때와 파우더로 제조했을 때의 용량 차이가 크다”며, “드라이 공법을 통해 파우더로 만들면 단가는 낮출 수 있고, 양은 많게, 생산 기간은 더 단축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물론, 해외의 일부 브랜드에서도 드라이 공정을 시도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품질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똑같이 원료를 뽑는다고 해도 배합 방법 기술력을 통해 품질까지 잡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지금은 생산 및 물류 공장과 단독계약을 맺는 등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해 놨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거의 ‘맨땅에 헤딩’ 식으로 발품을 팔며 얻어낸 결과다.
먼저, 기술자를 찾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론적으로 아무리 완벽한 ‘기술 레시피’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원재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제로 실행해 줄 기술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사람들은 내가 백그라운드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내가 화학 쪽을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직접 겪어보는 것과는 천차만별”이라며,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무턱대고 찾아가기도 했다. 제주도에서 선인장을 20년 이상 재배한 분을 찾아간다거나, 귤로 만든 음료수를 만드는 공장을 찾아가 귤껍질에 대해 실질적인 정보를 얻는 식으로 계속 몸으로 부딪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선인장, 과일껍질, 카카오…기업·대학과 협업으로 미래 밝힌다
그린컨티뉴의 시작은 선인장 가죽이었다. 멕시코산 선인장과 뿌리가 같은 백년초를 비롯해 국내의 선인장 농장에서 폐기되는 부산물을 사용해 가죽을 만든다.
선인장 가죽의 강점은 습기와 물에 강하다는 점이다. 마모와 찢어짐 부분에서 기존 동물 가죽보다 평균 5년 이상 수명이 높다. 또한, 무농약으로 재배되는 친환경 자원이고, 토양에 묻었을 때 5년 안에 자연적으로 생분해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가죽이라 할 수 있다. 2023년에는 농업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함으로써 폐기물 처리비용을 절감하고, 소각·매립 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저감한 점을 인정받아 미국 농무부(USDA)의 친환경 인증도 획득했다.
선인장 가죽의 최대 바이오매스 수치(식물성 소재 비율)는 81%로, 해외의 타 기업보다 높다.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R&D 과제를 통해 9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며, 향후에는 바이오매스 수치를 100%로 끌어올리는 것이 그린컨티뉴의 목표라고 전인호 대표는 피력했다.
그린컨티뉴는 선인장 외에도 귤껍질, 고구마 줄기, 사과 껍질, 카페 커피박, 카카오 껍질 등 다양한 부산물을 활용해 가죽을 만든다. 결과물도 우수하다. FITI(피티) 시험연구원 결과, 소가죽보다 인열강도는 76% 더 높았고, 내마모성은 소가죽과 동일 급수를 자랑했다. 마찰견뢰도, 일광 및 땀 복합견뢰도, 일광견뢰도 역시 소가죽보다 2급이 더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에서 제품 제조 후 버려지는 부산물로 가죽을 만들어 달라며 협업 의뢰도 꽤 들어오는 편이다. 작년에는 롯데웰푸드에서 나온 카카오 껍질 부산물로 카드 지갑, 코스터(coaster)를 만들어 서울시 성수동에서 한 달간 팝업스토어를 진행했고, 코오롱 스포츠에는 하이킹화 원단을 제공해 300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판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캐스퍼에도 카시트, 대시보드 등에 가죽을 제공해 함께 팝업스토어를 진행했고, LG 사내 카페에서 나오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여권 케이스, 러기지택 등 판촉물을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성균관대 의상학과와 산학협력을 맺고, 식물성 원단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미래세대와 같이 커가는 원단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전 대표는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으려면 훗날에 이 원단을 사용할 미래 세대가 많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예비 디자이너들이 직접 식물성 원단으로 제품을 만들어 보면, 나중에 필드에 나갔을 때 식물성 원단을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식물성 원단의 대중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린컨티뉴의 이런 마인드는 판매전략에서도 엿볼 수 있다. 대개 원단을 판매하는 업체에서는 마진률 때문에 50m 단위의 대량 묶음으로 판매하는 것이 룰처럼 돼 있지만, 그린컨티뉴는 신진 디자이너 혹은 신규 브랜드에서 실험 삼아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3yd(약 2.74m) 이상의 소량 구매도 가능하다. 이 정도면 가방 5개 정도 만들 수 있는 양이기 때문에 취미로 가죽공방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이 없는 양이다.
‘친환경’이 소구 포인트?…제품력으로 승부해야 가치 더 높아
전인호 대표의 목표는 ‘시장이 반기는 친환경 브랜드’다. 소셜 임팩트 해결에 대한 목표만을 갖고 친환경 업계에 발 들이는 창업가들이 많지만, 소비자 어필이 일회성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소셜 임팩트 활동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선인장, 사과로 만든 가죽으로 신발이나 재킷을 소비자에게 선보였을 때 ‘신기한데 사볼까’라는 마음만 줘서는 안 된다. 이는 일회성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제품이 예쁘고, 좋아서 샀는데 선인장, 사과로 만들었네’라는 마음이 들었을 때 소비자는 더 메리트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즉, 소비자에게 친환경을 강요하면 안 되고, 친환경이 부가적인 요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며 투습, 방수 효과가 뛰어난 원단이 브랜드가 된 고어텍스(GORE-TEX)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전 대표는 “지속가능성을 넘어 기능성, 가격 등 여러 강점이 소비자에게 다가왔을 때 그 제품을 계속 찾는다”며, “기업이 고어텍스 원단을 썼다고 자랑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린컨티뉴 원단을 썼다고 대놓고 자랑할 수 있을 만한 원단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버려지는 작물과 폐기물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화하기 위한 원료 기술을 통해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싶다”며, “이를 통해 고품질의 의미까지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지속가능한 소비와 판매 촉진 문화를 이끌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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