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텀블링하는 로봇이요? 사람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어하죠! 그런데 이걸 실제로 어디서, 어떻게 써먹을 건가요? 진짜 기술은 남에게 도움을 주고, 사람들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까지 나와야 합니다.”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필드로(FieldRo) 본사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송영은 대표가 힘줘 말했다. 일본에서 박사 취득 후, 국내 굴지의 대기업 연구소와 대학의 부교수로 재직하면서 느꼈던 점은, 새로운 로봇 기술을 만들어도 필드에서 쓰이는 비율이 낮다는 점이었다.
송영은 대표는 “나부터 그런 부분에 있어 반성을 많이 했다. 진짜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게 뭔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게 뭔지 고민했다”며, “시장에서 진짜 쓰일 수 있는 로봇,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로봇, 시장이 원하는 로봇을 제대로 만들어서 널리 퍼뜨려보자는 마음에 회사 이름도 필드로로 지었다. 이런 기술을 통해 나라의 역량에까지 도움이 되고 싶다”며 살아있는 로봇 기술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계단도, 언덕도 사람처럼…실내·외 배송 로봇으로 발전
일본 동경대학교 전기계공학과에서 우주로봇과 원격제어를 공부한 송 대표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연구원으로 있었던 지도교수와 함께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우주로봇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게 됐다.
그의 이런 커리어는 한국에 돌아온 뒤, 수중 로봇과 원격제어 로봇, 자율주행 등을 연구하며 해양플랜트 사업 효율화에 기여했다.
송영은 대표는 “회사에서 배를 만들어 선주사에 납품했는데 회사가 제시한 스펙대로 연비가 안 나온다는 거다. 이유를 살펴봤더니 배에 붙은 따개비가 문제였다. 그래서 이걸 효율적으로 청소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며, “수심 400m 정도의 깊이에서 다이버가 들어가 닦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배를 수조에 받쳐 청소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따개비를 청소하는 수중 청소 로봇을 개발해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호서대 전기공학과, 고려대 미래모빌리티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2020년 10월 필드로를 설립했다. 특히, 학계에 있으면서 느낀 큰 강점은 기술에 대한 능력과 소통에 대한 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는 송 대표는 창업한 목표에 따라 ‘실용성’에 포커스를 맞춰 함께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며 기자에게 사람처럼 쉽게 계단을 오르내리는 로봇을 보여줬다. 우주로봇 기술이 들어가 있는 이 로봇의 장점은 크기가 작아졌다는 거다. 실내에서는 사람들이 들어찬 엘리베이터도 타야 하는 등 외부보다 좁은 환경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자율주행 기반의 배송 로봇으로 발전돼 선보였다.
송영은 대표는 “물류자동화 기반의 배송함에 택배를 넣는 순간, 로봇이 상자의 사이즈를 잰 후, 가장 효율적으로 적재할 수 있는 공간에 택배를 차곡차곡 보관한다. 이후, 스케줄에 맞춰 택배를 5개까지 싣고 다니며 배송해 주는 시스템”이라며, “택배기사가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배송할 필요가 없어 택배사 입장에서는 시간 절약이 되고, 아파트 입장에서는 보안 유지에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년 전에 개발한 이 로봇 기술의 취지는 좋았어도 송 대표에게 현실적인 깨우침을 줬던 기술이었다. 국내의 한 물류기업에 납품까지 했지만, 아파트에 적용하기에 현실적인 문제가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송 대표는 “입주민과 조합원 설득부터 택배보관함 비용은 누가 충당할 건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처음에만 로봇이 다니는 게 신기하지, 입주민 입장에서는 택배만 잘 받으면 되는것”이라며, “새롭고, 편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욕심에 현실을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 송 대표는 실증사업을 통해 로봇 개발비와 설치비를 충당하고, 전기료를 포함한 유지보수 비용은 광고 수익을 통해 운용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현재 국내의 건설사와 MOU를 체결하고 모델하우스와 신축 아파트부터 서서히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보안이 중요한 기업, 관공서, 군사 관련 시설 등에도 도입을 의논하고 있다.
‘물류 효율화’에 도움…최종 목표는 ‘우주’로 내보내는 것
이런 기술은 우리의 삶에 또 다른 편리함으로 응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물류다.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물류창고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그 중요도 또한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이 위험한 곳에 투입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많다.
일례로, 재고조사를 할 때 사람들이 사다리를 타고 다니면서 바코드를 찍으며 일일이 확인하는 곳이 여전히 많다. 이런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기존에도 수많은 로봇이 개발됐지만, 문제는 바닥이 매끈해야만 로봇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물류창고는 지게차가 수시로 다니기 때문에 바닥이 파인 곳이 많다. 즉, 로봇을 사용하기 위해 바닥공사를 해야 하고, 어마어마한 비용 때문에 로봇 투입을 포기하는 곳이 많았다.
필드로의 로봇은 바닥공사를 하지 않아도 바로 투입될 수 있다. 모바일 로봇에 10미터 정도의 높이까지 올라가는 크레인을 달아 재고조사 등 모니터링을 하는데, 1만평 규모의 물류창고를 기준으로, 일주일 정도 걸렸던 재고조사를 하룻밤 만에 끝낼 수 있다. 인건비 역시 1/5로 줄일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송 대표는 “작년에 개발을 시작해 같은 해 6월에 국내의 한 물류창고에서 테스트를 완료했다. 이후, 다음 버전을 설계하고 개발해 올해 최종본을 완성해 실증까지 완료했다”며, “국내 굵직굵직한 여러 물류창고와 군사 관련 시설에서 이 로봇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송영은 대표가 바라보는 지향점은 ‘우주’다. 그 과정에서 파생돼 나오는 기술들이 실생활에서 쓰이는 것을 확인하면서, 우주로 내보낼 로봇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필드로가 우주로봇을 만드는 기술은 현실과 동떨어진 기술만은 아니다. “우주로봇은 극저온, 극고온, 방사능에 잘 견뎌야 하는 등 환경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며, “그런 환경과 최대한 비슷한 곳이 중동 지역과 국방 쪽이다. 그래서 사람이 가기 어려운 곳에 먼저 투입하면서 그 가능성을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아스팔트가 깔려 있지 않는 험지, 극도의 고온과 저온을 오가는 우주의 환경과 유사한 지구에서의 지역은 중동 지역과 군사시설이다. 그는 “중동에 우리가 만든 로봇도 같이 나갈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시큐리티 로봇을 먼저 계획 중이다. 일단, 사람이 직접 투입되기 어려운 험지에서 순찰을 다니며 보안경비 역할을 하도록 설계하고, 크레인으로 높은 곳까지 볼 수 있도록 조정하면 중동 지역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런 부분들이 국방 쪽하고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 기술을 국방에서도 쓰일 수 있도록 밀스펙(Military Specification)을 충족시켜 나가고 있다”며, “올해부터 실증사업을 통해 들어가려고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2028년에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IPO를 기반으로 좀 더 공격적으로 우주로봇 쪽에 진입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로봇을 통한 지속 가능한 체계, 일반인도 일상에서 편리함을 느끼고, 산업적으로 안정적인 체계를 이뤄 생산성에 도움을 주는 로봇을 만들어 나가는 게 꿈”이라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