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기만 한 친환경 소비 문턱 ‘기술’로 해결한다

ESG 특화 플랫폼…㈜에코카우 신경아 대표 

 

다회용기나 텀블러를 사용하면 현금으로 전환해 주는 ‘탄소중립포인트 적립 제도’를 이용하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전국의 성인 소비자 3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탄소중립포인트 적립 제도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9%에 그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일부 지역이나 매장에서만 참여가 가능하고, 그마저도 매장마다 참여하는 형태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도 마찬가지다. ‘장사하기 전에는 이렇게까지 일회용 컵을 많이 쓰는지 몰라서 죄스러워서 해야겠다’는 카페 사장도 많지만, 정부지원금 연계를 위한 증빙의 어려움, 홍보 등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에코카우는 이런 소비자와 업계의 니즈를 저격했다. 친환경 소비활동을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방법을 안다 하더라도 개인이 들여야 하는 수고로움이 커서 포기했던 사람들을 위한 앱을 개발한 것이다. 소비자는 친환경 소비로 인한 혜택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고, 소상공인과 기업은 소비자에게 친환경 활동을 제시하고, 활용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데이터 기반 친환경 소비문화…‘손 안’에서 이뤄지는 보상

프랑스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신경아 대표는 20대의 전부를 그곳에서 보내다 한국으로 돌아와 출산을 하면서 ‘미래 세대와 인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신경아 대표는 “프랑스라는 곳이 워낙 환경 감수성이 강한 데다, 영화와 미술 등을 하는 예술가 집단에 속해 있다 보니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며, “그러다 아이를 낳고 내 개인의 삶보다 미래를 더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내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2022년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창업의 길로 접어든 신경아 대표는 2023년 청년창업사관학교를 거치며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갔다. 2023년도 11월에 법인으로 전환한 에코카우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스마트서비스 지원사업을 통해 현재 서비스의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신 대표가 말하는 에코카우의 기본 개념은 ‘친환경 소비 활동을 소비자의 개인 신념에만 맡기지 말자’이다. 소비자와 매장에 친환경을 말할 땐, 그에 상응하지 못하더라도 작은 보상이라도 있어야만 지속적으로 제도가 굴러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보상은 누구나 쉽고, 간편하고,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경아 대표는 이를 위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에코맵’을 개발했다. 

에코맵의 강점은 앱 안에서 스마트 오더가 가능하고, 주문과 동시에 정부·지자체, 매장, 기업 등 곳곳에 흩어져 있던 포인트를 모아 적립해 준다는 데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이런 노력을 탄소 상쇄량으로 계산해 앱 안의 친환경 지갑에 저금까지 시켜준다. 꼭 텀블러를 고집하지 않더라도 매장 컵 혹은 일회용 컵의 재질에 따라 몇 그램을 감축했는지 보여준다. 

이런 일련의 결과물은 기업에도 실질적인 재정적 가치를 줄 수 있다. 기업이 환경과 관련된 제품을 개발했을 때, 자본을 들여 모니터링하는 대신, 탄소 감축량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체험하게 하거나, 탄소 배출권처럼 소비자의 탄소 감축 데이터들을 구매해 기업의 필요한 탄소 상쇄를 해소하는 데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에코카우가 특허 출원한 ‘에코맵 공유컵 회수기’를 통해 맵 상에서 종류별 무인회수기 위치를 한 번에 파악할 수도 있다.

신경아 대표는 “현재 각지에 있는 무인회수기의 양도 어마어마하고, 기기별로 메이커도 다 달라 소프트웨어별로 리워드 체계도 천차만별이다. 이는 기기별로 다운받아야 하는 소비자의 불편함만 가중될 뿐”이라며, “주변에 무인회수기의 위치가 표시되고, 반납하면 에코맵 앱으로 제어해 리워드가 통합적으로 표기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AI 기반의 수거 인프라 방식을 통해 수거 인력의 번거로움도 덜어준다.

신 대표는 “A 회수기, B 회수기, C 회수기가 있을 때, 각 회수기의 수거기가 가득 찼는지, 50%만 찼는지 상태를 알려줘 수거자 위치 기반으로 유리한 동선을 우선 배정해 준다”며, “이는 수거업체의 동선을 절약해 물류 거리를 줄여주고, 인건비를 단축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보통 재활용 컵 회수기는 무인으로 가동되므로, 모니터와 컴퓨터를 탑재해야 하고 전력 소모도 만만치 않아 대략 2500만원~3500만원대로 책정된다. 하지만, 에코카우는 무전력으로 운용되고, 소비자의 앱에서 실행하기 때문에 모든 시스템을 덜어낼 수 있어 300만원대로 가격을 다운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원금 당 소비자가 얼마나 사용하고, 어느 정도의 탄소를 감축시킬 수 있는지 정확한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 대비 수익률) 분석이 가능해 해당 정책에 대한 예산 집행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발적인 친환경 소비문화를 이끄는 ‘캐시카우’가 되겠다 

에코맵의 초기 모델은 QR코드를 통한 시스템이었다고 한다. 당시 개발만 완료했던 상태였는데도 800명이 넘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앱 다운로드를 받고, 매장에서도 협업 문의를 하는 등 시장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올해에는 스마트오더 시스템으로 전환해 편리성을 더했고, 5월부터 본격적으로 새로운 앱 운용에 들어갈 계획이다.

 

에코카우의 첫 번째 타깃은 음식점, 카페, 베이커리, 음료 판매점, 제로웨이스트숍, 무인회수기 관련 기업이다. 우선, 경기도 동탄의 66개 카페에서 커피박 회수 사업에 선정된 스타트업과 손잡고 ‘진짜 친환경’ 활동을 하는 탄소 감축 실천 매장을 늘려나가는 것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신경아 대표는 지자체와의 협업도 강조했다. 그는 “각 지자체와 함께 시민들의 친환경 활동을 독려함으로써 지역의 환경문제 해결을 함께하고 싶다”며, “우리처럼 환경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스타트업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펼치고, 검증할 수 있도록 POC(Proof of Concept) 단계에서부터 함께하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신 대표는 에코카우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로 뻗쳐나가겠다는 꿈도 내비쳤다. 

그는 “프랑스가 테이크아웃 문화가 그다지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최근에는 많이 생기는 추세다. 하지만, 그곳 역시 다회용 컵을 돌려쓰는 모델 정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하는 일이 대한민국에만 국한돼 있는 특수한 니즈가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로 나가서 우리의 기술을 더 크게 확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경아 대표는 이런 변화의 힘은 소비자의 힘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은 세상을 바꾸기 어렵지만, 소비자로서는 시장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파워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파워풀한 소비자를 통해 시장경제를 친환경화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친환경에도 캐시카우처럼 지속적으로 자본이 돌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소비자와 매장, 기업 모두에게 확실한 베네핏을 줘서 흐름을 친환경에 맞춰나가도록 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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