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체온계’로 아이 귓속을 손쉽게 케어해요

스마트 홈 헬스케어 기기·플랫폼…㈜오티톤 메디컬 김재영 대표 

 

“제가 3명의 자녀가 있거든요. 막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열이 막 나는 거예요. 부랴부랴 집 근처 대학병원에 데려갔는데, 소아청소년과가 폐원해 응급진료가 안 되더라고요. 그때의 막막함이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를 거예요.”

하드웨어 개발자로 베트남에 머물던 김재영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2년6개월간 더 머물며 열화상 카메라 개발 미션을 마무리한 후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아픈 아이를 보면서 ‘정작 내 자식은 제대로 돌볼 수 없구나’라는 무력함을 느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일을 계기로 의료기기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는 김 대표는 먼저, 귀와 목을 중심으로 각종 증상을 살펴볼 수 있는 ‘스마트 체온계’를 개발했다. 이 기기는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지기도 전에 CES2025 혁신상 수상, 일본 도쿄 시부야 스타트업 선정, KIC 실리콘밸리 프로그램 선정 등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초기 진단이 중요한 ‘중이염’…체온계로 쉽게, 실시간 확인

 

부모의 마음을 담은 ‘스마트 체온계’는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서울경제진흥원(SBA), 서울시 금천구, 기술보증기금 등의 지원을 받아 개발에 착수해 오는 7월 판매를 앞두고 있다. 이미 국내와 일본에서 특허등록까지 마친 이 제품은 귓속 영상을 누구나 쉽게 촬영하고, 볼 수 있어 비대면 진료에 특화돼 있다는 강점이 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김재영 대표는 직접 스마트 체온계를 이용해 자신의 귓속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김 대표는 “중이염을 앓는 아이들은 보통 일주일 이상 열이 나곤 하는데, 부모들은 ‘약이 잘 안 듣나?’라고 의심하며 다른 병원을 가거나 또 다른 약을 먹이기도 한다. 사실 순차적으로 열이 떨어지고 있고, 호전되고 있는 상태인데 이런 정보가 잘 없다 보니 일어나는 착오”라며, “부모가 안심하고 처음 처방받은 대로 믿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 열이 지속될 경우 비대면 진료까지 가능한 플랫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제품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3세 이하의 아이 3명 중 2명이 1회 이상 앓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중이염은 흔한 질환이지만,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초기 진료가 매우 중요하다. 중이염의 종류만 6~7가지인데다, 난청이나 언어장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편도선염 역시 얼굴 생김새 변형, 코골이, 성장 저하, 중이염 위험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에 두 가지 질환의 초기 상태를 집에서도 밀접하게 관찰하겠다는 뜻에서 회사 이름도 중이염(Otitis Media)과 편도선염(Tonsillitis)의 첫 글자를 따서 ㈜오티톤 메디컬(OTITON-MEDICAL)로 지었다. 

오티톤 메디컬의 스마트 체온계는 적외선 체온계가 달린 온도 측정용과 중이염용 미디어 카메라가 달린 양방향 모듈로 돼 있다. 여기에 캡을 씌우면 콧속과 입안도 볼 수 있다. 

현재 이 제품은 80%의 정확도를 자랑한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올라가 있는 약 5만5000건의 고막 내시경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상 고막, 만성 중이염, 삼출성 중이염, 유착성 중이염, 외이도염 등의 질환을 AI에 학습시킨 결과다. 오티톤 메디컬의 목표는 기기의 정확도를 90% 이상까지 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는 6월부터 일 년간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임상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와이파이와 핫스팟 기능이 있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제품과 앱을 연동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발열 정도, 예측된 중이염 유형 등 귓속 상태를 실시간 원격으로 확인한 후 데이터를 전송하면 하나의 아이디로 여러 명이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아이를 돌보는 구성원이 촬영한 데이터를 통해 아이가 어떻게 아팠는지, 어떤 질병으로 병원에 갔는지 등을 가족이 동시에 확인할 수 있고, 저장된 데이터를 통해 귀의 모습, 온도 등의 추적 관찰도 가능하다. 

 

플랫폼에는 복약 기록 페이지도 있어서 사진만 촬영해 올리면 AI가 글자를 인식해 자동으로 처방받은 약의 이름을 생성해 준다. 항생제가 포함된 약은 붉은색으로 표기해 줌으로써 이중 처방을 피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썼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베트남, 일본, 중국에서도 쉽게 약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언어 설정을 바꾸면 해당 국가에서 허가돼 판매되는 약들을 볼 수 있다. 

사용성도 고려했다. 배터리는 리튬 이차전지를 사용해 가벼우면서도 약 36시간의 긴 사용시간을 자랑한다. 또한, 국제표준 C형 충전단자를 사용해 어디서나 쉽게 충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체온계의 색상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린, 블루, 블랙, 아이보리, 핑크, 화이트 등 6가지 색상으로 제작했고, 눈에 편안한 파스텔 톤으로 채도를 낮춰 아이들의 심신 안정까지도 배려했다고 김재영 대표는 강조했다. 

 

치료 기기, 펫케어 제품으로 확장…‘디지털 홈 헬스케어’로

스마트 체온계는 7월부터 약국이나 의료기기 판매처에서 구입하거나 병원 처방 후 렌트 서비스로 사용할 수 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우선,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와 손잡고 동남아시아를 필두로, 미국, 일본, 호주에 진출할 계획이고, 지난 4월에는 일본 도쿄의 시부야에 일본 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마쳤다. 

일본의 비즈니스 모델은 국가에서 건강 관련 제품을 국민에게 나눠줄 때 오티톤 메디컬의 스마트 체온계가 들어가는 형태로 먼저 이뤄진다. 일본의 경우 집 주변의 편의점으로 3~4시간 안에 처방 약이 배송되는 등 비대면 진료가 어느 정도 정착돼 있지만,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기계가 없었는데, 스마트 체온계가 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김 대표는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오티톤 메디컬의 본사가 위치한 서울시 금천구의 출산 패키지를 시작으로 다양한 곳에 스마트 체온계가 쓰일 예정이다.   

 

김재영 대표는 ‘진짜’ 홈 헬스케어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그는 “혈당기나 혈압계는 그날 그날자신의 몸 상태가 괜찮은지 측정만 하는 거지 진정한 의미의 헬스케어 제품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물론 우리 제품도 보조 진단이고, 정확한 진단은 의사에게 받아야 하지만, 어느 정도의 질병까지는 집에서 체크하며, 비대면 진료까지도 가능한 홈 헬스케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브랜드명도 ‘닥터 인 홈(Dr. in Home)’이라고 명명했다. 

스마트 체온계는 올해 하반기부터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먼저, 적외선 조사기를 탑재해 ‘스마트 치료 기기’로 발전시킬 계획이고 특허까지 등록했다.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에서 치료기로 사용하는 적외선램프를 기기 안으로 들인 것인데, 집 안에서 영상을 보면서 손쉽게 치료할 수 있고, 기록까지 볼 수 있어 편리성을 배가시켰다. 치료 기기는 오는 9~10월 중 시중에 내보일 예정이다. 

치아 상태를 볼 수 있는 ‘편도염 덴탈 카메라’를 탑재한 기기도 선보일 예정이고, 내년에는 비글, 코카스파니엘, 푸들처럼 귀가 크고 처진 강아지들을 위해 동물용 스마트 체온계를 출시할 계획이다. 

김재영 대표는 스마트 체온계를 통해 소아청소년과가 없거나 적은 도서산간지역과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전 세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그는 “라오스,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 가까운 아시아의 일부 국가만 보더라도 아이들이 흔히 하는 놀이가 물놀이여서 중이염에 쉽게 노출된다”며, “한 명의 아이라도 덜 아프고, 건강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게 내 마지막 목표”라며 마음을 전했다.  

이어 “이 기기를 통해 부모도 어느 정도의 의학적 지식을 가지게 함으로써, 자신과 자식의 몸을 바로 알게 해주는 첫 스텝이 되면 좋겠다”며, “이를 통해 몸의 이상 증상을 놓치지 않고 제때 병원 진료까지 연계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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