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장신구’도 상큼·러블리한 스타일이 돼요

고객 취향 반영한 K-장신구…여음 이지영 대표 

 

“여음은 우리 전통음악에서 소리가 사라진 후에도 남아 있는 깊은 여운을 뜻해요. 사실 우리 삶에서, 패션에서 액세서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잖아요? 약간 서브의 느낌이죠. 하지만, 액세서리 때문에 어떤 무대가 생각나고, 공간이 생각나고, 사람이 생각나기도 하죠. 그런 ‘여운’을 남기는 액세서리로 우리 여음이 여러분의 마음에 남길 바랍니다.”

여음(YEOUM)의 원데이클래스 공간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이지영 대표는 자신의 취향으로 가득 찬 공간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개 노리개, 비녀, 뒤꽂이, 옆꽂이를 필두로 자개로 만든 키링과 티코스터 등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룬 장식품까지 어느 것 하나 똑같은 디자인이 없을 정도로 창의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전에 봐왔던 전통 장신구와는 달리 평소에 장착해도 이질감이 없는 디자인이라는 점이었다. 

이 대표는 핸드백에 단 미니 노리개를 보여주며 “사람들이 ‘장신구는 너무 예쁜데 이거 어디다 써요?’, ‘엄마들이 좋아하는 거 아니야?’ 등의 말을 종종 하는데, 이렇게 가방에 달거나 자기 취향대로 마음껏 활용하면 된다”며, “전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옛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전통 장신구라도 다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굿즈, MZ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장신구임을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내보이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비싼데 내 취향 반영…국악무대 오르는 딸 위해 ‘한 땀 한 땀’ 

여음은 이지영 대표가 취미활동을 하던 공간이 발전해 사업자로 확장한 케이스다. 이 대표 자신도 공방을 ‘놀이터’라고 칭할 정도로 자신의 취향을 맘껏 발산한 공간으로 꾸몄다. 

 

이지영 대표는 “금속공예를 전공했는데, 나랑 맞지 않았다. 섬유 쪽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지방에 포진해 있어 어른들의 조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금속공예과를 갔는데, 졸업 후 전공을 잊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런 심리의 반작용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기 시작했다”며, “비누를 직접 만들어 쓰고 싶어 비누 공방도 했었고, 강아지 아로마, 캘리그래피, 타조알 조각 등 다양한 걸 했다. 그러다가 친하게 지내던 학부모가 꽃핀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그게 시작이었다”고 떠올렸다.

해금을 전공하는 고등학생 딸로 인해 늘 주변에 전통 액세서리가 넘쳐났다는 이지영 대표는 유난히도 왜소했던 지인의 딸을 위해 풍성하면서도 디자인적으로 그들의 취향을 반영한 무대용 꽃핀을 만들어 줬다고 한다. 그 꽃핀이 학부모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물꼬가 터졌고, 주문 제작이 꼬리를 물고 쇄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게 지금 여음의 시작이 됐다. 

이 대표는 “사실 내 취향은 내가 가장 잘 안다. 그리고, 내 딸의 취향도 엄마가 가장 잘 알고, 반영해 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시중에 파는 액세서리는 각자의 취향을 정확히 꿰뚫는 디자인을 구하긴 힘들다. 하나에 10만원에 버금가는 금액을 주고 100%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할 바에는 내가 만들어야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보통 자개를 활용한 장신구는 천연석을 사용하기 때문에 금액이 꽤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여음은 옻칠 대신 네일아트 때 사용하는 레진을 활용해 가격대는 1/3로 줄이고, 무게는 가볍게, 활용성은 높였다. 

 

미군 부대 팝업 이후, 모두를 위한 ‘K-액세서리’로 탈바꿈

 

2023년 8월 한국공예디자인협회에 합류하면서 강사 교육 자격증을 획득한 이 대표는 예술 전공자 자녀를 둔 학부모를 위한 공예 수업을 진행하다가, 2023년 11월 미군 부대 팝업 행사를 나가면서 생활 속 K-액세서리에 대한 니즈를 디자인적으로 풀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전공자만 찾는 전통 장신구가 아닌, 대중적인 액세서리로 나가야겠다는 소망이 움튼 것이다.

이지영 대표는 “평택의 미군 부대에 갔는데, 그들은 우리와 시각이 아예 달랐다. 한국인은 자개는 까맣고, 원석은 옥색이라는 이미지를 자기도 모르게 떠올리는데, 미군과 그 가족들은 알록달록한 자개를 찾고, 핑크색, 노란색의 원석을 찾았다”며, “그때 많이 배웠다. 이때부터 생활에 들어갈 수 있는 K-액세서리, 전공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전통 장신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첫 작품은 키링이었다. 장구, 해금 이미지를 딴 키링부터 시작해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 이미지를 넣은 키링 등 점차 대중적이고도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확대해 나갔다. 

그러면서 상견례나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가 선물용이나 결혼식 때 자신과 양가 부모가 할 뒤꽂이와 노리개를 만들기 위해 여음을 찾는 사례가 늘었다. 이 외에도 연인에게 비녀를 선물하기 위해 주말 이른 아침부터 공방을 방문해 3시간 동안 정성스레 만들어 가는 남자 손님들도 꽤 많다. 

‘우리만의 굿즈’라고 해서 학교 마크를 새겨 넣은 키링도 인기고, 영업사원이 고객 선물용으로 대량 제작하는 경우도 증가 추세라고 한다. 

이지영 대표는 클래스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오히려 자신도 배우는 게 많다고 말한다. 그는 “똑같은 재료를 주더라도 사람마다 작품은 각기 다르게 나온다. 심지어 타원형 진주를 보통 꽂는 방향과 반대로 꽂는 사람도 있다.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의 독특함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라고 했다. 

이어 “간혹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수업에 참여할 때가 있는데, 아이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창의력에 혀를 내두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고래는 파란색이고, 이 고래를 자개로 채워야 할 것 같은 어른들의 생각과 달리, 선물할 엄마를 생각하며 핑크색 고래에 ‘사랑해’ 글귀를 넣는 등 틀에 갇혀 있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깨닫는 바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런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여음의 장신구를 본 업계의 지인들은 ‘귀엽다’는 평가를 많이 한다. ‘전통 장신구’에 ‘귀엽다’는 단어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아기자기함과 섬세함이 녹아 있는 감성이 ‘귀엽다’는 인상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지영 대표는 “오래전부터 딸처럼 국악 무대에 많이 오르는 아이들을 위한 제품을 많이 만들어서인지 내 시선이 딸에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제품을 만들 때도 딸의 또래가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며, “이런 감성들이 제품에 녹아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추억, 감정, 사랑 담긴 ‘K-ART’…소중한 순간 빛낼 ‘장신구’

 

이지영 대표의 이런 감각은 작년 5월, 한국디자인미술교육진흥회 전시회에서도 두드러졌다. 공예, 도자기, 서양화, 유화, 전각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수원의 미술관에서 일주일 동안 전시를 했었는데, 그때 이 대표가 출품한 작품은 ‘시어머니’를 담은 노리개였다. 

이 대표는 “대학교 이후로 전시회는 내 인생에 없는 얘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협회로부터 제안을 받은 후 고민 끝에 참여했는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공방의 벽 한가운데에 걸려 있는 대형 노리개를 가리켰다. 

그러면서, “당시 우리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입관 때 곱게 화장한 시어머니를 보면서 ‘아! 내가 노리개를 만들 줄 아는데 하나 만들어서 달아 드릴걸’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거다. 그래서 작년 전시를 기회로 삼고, 그때 만들지 못했던 노리개를 만들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내가 시어머니와 친한 편도 아니었고 그냥 보통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요양원에 계시던 시어머니를 보면서 인생 참 별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착같이 자식을 위해 열심히 살다가 요양병원에서 고생하고 돌아가시는 걸 보면서 같은 여자로서 어머니의 인생을 추모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지영 대표는 우리 전통 장신구를 좀 더 알리기 위해 올해는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리고, 디자인적으로도 MZ들의 취향 저격을 위해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일 거라고 했다. 

그는 “어떤 사람은 ‘여기는 똑같은 제품이 없어서 좋아요’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똑같은 디자인으로 몇 개 더 살 수 없어요?’라고 묻기도 한다”며, “커플템으로 여러 명이 할 수 있도록 통일된 디자인의 라인업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나의 놀이터와 같다. 내 취향에 맞는 내 액세서리를 직접 창작하고, 즐기는 공간으로서, 더 많은 사람과 이 공간에서 함께 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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