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할인을 해주고 싶다고요? 그러면 저희가 ESG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원두 가격을 4%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정책이 더욱 확산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직영 프랜차이즈를 열 경우 4% 더, 1년 이상 저희와 함께할 경우 4%를 추가로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빈스먼스(BEAN'S MONTH) 이해민 대표가 서울시 홍대 상권에 키덜트(Kidult)를 콘셉트로 한 카페를 오픈할 예정인 예비창업가에게 컨설팅을 해주면서 한 말이다. 오픈할 예정인 카페의 상권부터 경쟁업체, 업주가 원하는 커피의 맛 등을 철저히 분석해 원두 가격대까지 내놓은 그는 여러 버전의 핸드드립 커피를 소개하며 파격적인 할인 정책까지 선보였다. 그러면서 직접 카페를 창업하는 현장에 가서 애프터서비스까지 해줄 것을 약속했다.
약 1시간의 무료 컨설팅을 마친 빈스먼스 이해민 대표는 이후 이어진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식음료 업계의 거래처들은 유착관계가 있거나 사용량이 많을 때만 전폭적인 할인을 해준다. 하지만, 카페를 창업하고자 하는 소상공인은 한 달에 원두를 사용해 봤자 30kg 이내다. 반면, 대형업체는 500kg을 쓴다”며, “500kg 쓰는 업주에게 20%의 할인이 들어가 버리면 그 부담만큼 소상공인에게 청구하는 꼴이 된다. 이런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며,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람’이 좋아 ‘커피’ 업계에 뛰어들다…커피 연구 몰두
호텔학교에서 식음료 계열을 전공한 이 대표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이유로 와인에서 커피로 전향했다고 한다. 다소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분위기보다 좀 더 가볍고, 느슨한 관계를 원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계약직으로 1년 4개월간 에버랜드의 식음료 파트에서 일하며 CS 리더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곳에서 그는 요식업계 최초로 최고 서비스 등급인 ‘세븐스타’를 받은 직원이었는데, 사람을 좋아하는 그의 천성이 현장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엔 소비자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커피 로스팅 업체에서도 1년간 일한 그는 ‘커피 맛보다도 마케팅의 영향이 크다’는 현실을 직시했고, 커피업계가 당면한 문제점과 카페 창업주들이 폐업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심도있게 인지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로스팅과 카페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서 소형카페 프랜차이즈 기획 및 총괄로 2년간 일하며 창업을 한다.
기존 커피업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2023년 4월에 빈스먼스를 창업한 그는 5평(약 16.5㎡) 정도 되는 공간에서 연습용 설비만 두고 1년간 커피 연구에만 몰두했다. 에버랜드에서 배웠던 CS 경험과 커피 로스팅 업체에 있으면서 좀 더 발전시켜야 할 것들을 고도화해, 카페 소상공인을 위한 ‘커스텀 블렌딩 서비스’를 보급하기 위한 밑그림이었던 것이다.
소상공인과 ‘공정’하게 ‘상생’하는 게 회사를 위하는 길
빈스먼스는 카페 상권과 주요 고객을 분석한 뒤 소비자 친화적인 블렌딩을 추천, 사계절 내내 변함없는 원두 퀄리티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전부 ‘무료’다. 이해민 대표는 컨설팅을 받는 카페 창업가들에게 ‘득’이 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이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했다.
보통 카페 투자비용의 10%를 컨설팅비용으로 요구하는 기존 컨설팅업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생두 로스팅 업체인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라며, 결국엔 상부상조의 개념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의 아이디어와 지식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컨설팅이라는 단어도 조심스럽다. 우리는 카페가 오랫동안 잘 돼서 빈스먼스와 계속 함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민 대표가 카페 창업가를 위해 애쓰게 된 계기는 어마어마한 폐업률 때문이다. 커피숍 폐업률은 약 11%에 달하는데, 신규 창업자의 경우에는 1년 안에 10곳 중 3곳이 폐업 수순을 밟는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 3개월 동안 커피 원두 가격이 90%나 올라 소상공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kg당 2만원~2만5000원이었던 가격이 지금은 2만5000원~3만원으로 오른 상황이고, 곧 3만5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이 대표는 전망했다.
순이익을 내기 힘들어진 구조도 폐업률에 한몫한다. 이해민 대표는 “커피숍의 매출 중 임대료 10%, 인건비 20%, 재료비 30%, 부가세 10%, 공과금 10% 등 70% 정도가 기본적으로 빠져나가는 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대부분의 상권에서 임대료 10% 벽도 무너진 지 오래고, 재료비도 오를 전망이다. 즉, 순이익이 10% 정도 밖에 안 된다는 말”이라고 했다.
즉, 꾸준히 사업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분석과 전략이 필수다. 빈스먼스가 컨설팅을 하고, 커피를 납품하는 과정에는 빈스먼스의 순수한 시간과 돈이 투입되는데, 카페가 폐업하면 이런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컨설팅을 우선적으로 한다.
빈스먼스는 환경에도 관심이 많다. 커피는 생산과정부터 무역,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이 반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커피업계가 조금이라도 환경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커피박 수거에 동참하거나 텀블러 이용을 활성화하는 카페에 ESG 할인을 해주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의 ‘공생’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
상생과 공생을 목표로 사업체를 꾸리고 있는 이해민 대표는 앞으로도 ‘고객’과의 거리를 줄이는 차원에서 자동화 설비를 두는 대형화 공장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대신, 각 지역거점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수도권의 몇몇 지자체와 관련 논의를 하는 중이다. 지역거점을 활성화하면 원두 생산을 각 지역에서 할 수 있어 물류 간 이동거리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고, 지역사회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3~5명을 거점당 고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장애인 고용을 위해 교육을 시행하는 업체와 논의하고 있다. 이해민 대표의 중장기적인 목표는 자립 청년을 고용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늘어나는 폐교를 업계와 주민을 위해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폐교를 원두 생산과 카페를 겸한 장소로 탈바꿈시켜 한 거점당 자립 청년을 계약직으로 고용할 계획이다. 1년 4개월간 일한 자립 청년들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고, 사회에 나갈 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립 청년을 고용해서 교육하고 함께 일한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인재로 변신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자립 청년들을 위한 영상 포트폴리오를 하나씩 만들어 줄 예정이라고 했다. 아는 동생이 하루 동안 빈스먼스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이 모습을 SNS에 올렸더니 ‘이 친구 일을 너무 잘하더라’, ‘우리가 데려가면 안 되겠느냐’ 등 반응이 뜨거워 이 대표조차 놀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민 대표는 빈스먼스는 앞으로도 상생과 공존을 통해 발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매달 원두를 선별해 제공해 주자는 취지에서 빈스먼스를 설립했지만, 시장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게 뭔지, 앞으로 어떻게 더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생각하면서 고도화를 시켜 지금에 이르게 됐다”며, “단순한 원두 납품기업이 아닌, 커스텀 블렌딩으로 카페 창업가에게 더 나은 대책을 제안하면서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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