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공공기관의 ‘혁신성’과 ‘신뢰성’을 잇다

B2G 전략 솔루션…㈜스타트폴리오 권우실 대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공공기관과 스타트업 매칭이 잘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 이유가 서로 ‘말’이 안 통해서 그렇거든요. 스타트업이 쓰는 용어부터 세계관이 공공기관의 것과 달라요. 그러다 보니, 공공기관은 스타트업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고, 스타트업은 도대체 공공기관에서 뭘 해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상황이 벌어지곤 하죠.”

서울시 성동구의 사무실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스타트폴리오(STARTFOLIO) 권우실 대표가 스타트업과 공공기관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데도 불구하고 매칭이 잘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말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많은 기관과 스타트업은 서로의 기술과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연결되길 바라지만, 그들이 원하는 진정한 ‘상생’의 모습은 사실 보기 어렵다. 

권우실 대표는 국민연금공단에서 20년간 근무하며 이런 상황을 수없이 봐왔다고 한다. 이에 국민연금공단 5년 선배였던 정태욱 COO와 손잡고 스타트업과 공공기관이 현장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폴리오를 설립했다. 

국민연금 사내벤처 1호…사각지대 살펴 일자리 창출 모델 일궈

권우실 대표와 정태욱 COO는 공단에서 국민연금법에 기반한 업무부터 시작해 노후준비 교육, 사회 공헌, 홍보, ESG 등 국민·기업과 대면하며 그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대외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퇴직 후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는 시니어를 위한 30일 프로젝트인 ‘작가 탄생’을 통해 500명이 넘는 시니어 작가들을 탄생시켰는데, 대통령 표창, 국민연금 최우수 직원으로 뽑히는 등 이들의 활동은 대외적으로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공공기관 출신으로서 좀 더 공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이들은 사내벤처 공고가 올라오자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였고, 4대1의 경쟁률의 뚫고 2021년 국민연금 사내벤처 1호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당시 메인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는 ‘디지털 원더우먼 프로젝트’였다. 

 

권우실 대표는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학교가 온라인 교육을 시작할 때였는데, 학교에서 줌 링크를 보내줘도 이걸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적었다. 당시 가장 빨리 디지털화에 적응했던 사람들은 초등학생 아이를 둔 경력 보유 엄마들이었다”며, “이들을 디지털 원더우먼이라는 이름으로 양성해 디지털 사각지대 해소는 물론, 경제활동까지 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실제로, 스타트폴리오가 집중했던 경력 보유 여성의 대부분은 육아를 전담하면서 국민연금 납부 예외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권 대표에 따르면, 단순 수급자 비율만 놓고 봐도 남성 수급자보다 여성 수급자가 훨씬 적고, 금액도 차이가 난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가정주부 비율이 더 높으므로 국민연금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비율은 더 높아진다고 한다. 

권 대표는 “우리가 디지털 원더우먼을 양성해 스타트업에 진출시키거나, 50플러스센터와 같은 교육기관에 가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교육하게 하면, 경력 단절 여성에서 원더우먼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이들이 또 다른 원더우먼을 양성할 수도 있어 민간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원더우먼이 탄생했는데 이들 모두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내벤처 기업으로서 함께 일했던 스타트업들의 눈부신 발전에도 한몫했다. 특히, 팁스에 선정되고, 시리즈 B 투자를 받고, 초격차 창업기업이 되는 등 성장하는 게 눈에 보였다며, 권 대표는 뿌듯해했다. 

이에 스타트폴리오는 초기 창업기업에 중요한 것은 자본, 판로 지원 뿐만 아니라, 이들의 성장을 옆에서 케어하며 브랜딩을 지원해 줄 수 있는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로 2023년 중기부 예비창업패키지, 한국여성벤처협회 창업케어 등에 차례대로 선정되며 같은 해 5월스타트폴리오는 독립 법인으로서 또 다른 출발을 알렸다. 

 

인맥 말고 답이 없다?…스타트업·공공기관 니즈 꿰뚫어 ‘징검다리’

스타트폴리오는 공공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를 다시 경제활동의 주체자로 끌어올리는 역할도 하고 있지만, 스타트업과 공공기관을 잇는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장에 있으면서 민간기업이 공공과 거래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막막해한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권우실 대표는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은 B2G 거래를 애초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강의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B2G 거래를 하는 기업의 90%가 인맥에 의존하고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실, 스타트업에 있어 B2G 거래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공공기관과 거래한다고 해서 매출이 급상승하는 건 아니지만, 공신력 있는 레퍼런스가 될 수 있고, 이는 회사의 ‘브랜딩’으로 이어져 또 다른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같은 거래처 확보에도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역시 스타트업이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예산의 8%를 7년 이내 창업기업으로부터 구매해야 하는 등 의무 우선 구매제도를 따라야 하는데,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창업기업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활동이 경영평가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전임자로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족보를 참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감사 지적사항이라 경영평가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스타트업도, 공공기관도 생각해 내는 루트는 조달청의 나라장터다. 하지만, 이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 모든 서비스가 포함돼 있지도 않고, 회사명과 제품명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컨택 과정도 험난의 연속이다. 스타트업은 담당자 한번 만나기 위해 전화를 하지만, 연결만 도돌이표일 뿐 콜백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답답함을 느낀 스타트업 관계자가 공공기관을 직접 찾아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때도 있다. 공공기관의 직원이 가장 긴장하는 순간이 민원인들이 직접 찾아오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권우실 대표는 스타트업과 공공기관 사이에 ‘통역’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스타트업에는 B2G 전략을, 공공기관에는 ‘경영혁신’ 전략을 짜줌으로써 스타트업의 ‘혁신성’과 공공기관의 ‘신뢰성’을 서로 이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제안서 작성부터 판로까지…스타트업계 ‘쿠팡’으로 글로벌 향한다

 

 

권 대표는 스타트업이 자신의 기술력과 혁신성을 공공기관에 제대로 알리려면 공공기관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목을 보자마자 ‘아! 이건 경영평가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혁신 기술과 서비스라 하더라도 공공기관에 제출하는 제안서는 간략해야 하는데, 대다수 스타트업이 20장이 넘는 회사소개서를 보내기 때문에 소위 ‘입구 컷’ 당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권우실 대표가 강조하는 팁은 ‘똑똑한 원페이퍼’ 제안서다. 하지만, 권 대표가 현장에서 수많은 제안서를 첨삭하면서 느낀 점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호소하는 스타트업이 많다는 점이었다. 이에 스타트폴리오는 AI 기반의 원페이퍼 포맷을 개발했다.

권우실 대표는 “탄소중립, 복지 등 필요한 키워드만 치면 공공기관에 제안할 수 있는 폼이 몇 초 만에 나온다. 무엇보다 AI의 환각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가 준 소스 안에서만 대답하도록 만들었다”며, “작년 하반기에 컨설팅을 받았던 스타트업이 써본 결과 정확도가 높았고, 컨설팅에 들이는 시간도 줄어 만족도가 높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올해 안에 공공기관 제안서 자동화 서비스 포맷에서 끝나지 않고, B2G 플랫폼으로 확장해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유통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AI 기반의 플랫폼에 심어 오프라인에서의 시간적인 비용을 낮추고, 공공기관에는 찾고 싶은 창업기업을 찾아줄 창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스타트폴리오의 목표는 이 플랫폼을 통해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해외 판로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권 대표는 “공신력 있는 레퍼런스를 얻은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B2G에서 G2G 거래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싶다”며, “해외에 진출을 바라는 스타트업이 언제나 경쟁을 통해 선발돼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우리 플랫폼이 글로벌 레퍼런스를 차곡차곡 쌓을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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