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에 설 자리 흔들…‘K-김치’ 재도약 할 것

김치산업 발전 이끄는 동반자…(사)대한민국김치협회 김치은 회장 

 

“사실 우리가 식당에서 먹는 김치의 70~80%는 중국산일 정도로 수입 김치가 국내 외식업계를 주름잡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가격 때문이죠. 이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시회에 참가하면 현지인들이 소문을 듣고 한국 김치를 맛보기 위해 몰려들지만, 결국에는 우리보다 2~3배 저렴한 중국산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서울시 서초구 aT 센터에 위치한 (사)대한민국김치협회 사무실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김치은 회장이 가격 경쟁력에 밀려 우리네 식탁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국산 김치의 현실을 말하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치은 회장의 재임기간 목표는 이런 현실이 왜 생길 수밖에 없는지, 구조적인 불합리함을 정부에 알려 K-김치의 위상을 되찾는 것이다. 작년 2월 김치협회 회장에 취임해 K-김치의 우수성을 홍보해 온 그는 내년 3년간의 임기를 마칠 때까지 우리나라 김치 제조업이 다시 활개를 펼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치 알리자”…제조업·명인 함께 모여 K-김치 경쟁력 고심

김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그 자체만으로 우리의 고유한 문화다.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품앗이로 일손을 나눴고, 일이 끝난 후에는 방금 만든 김치를 나눠 먹었는데, 이런 김장 문화는 한국인의 정을 단번에 설명할 수 있는 유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치협회가 생긴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5년도부터 업계 종사자 한두 명이 세계김치협회와 한국김치협회라는 이름 아래 친목회 형태로 유지해 오던 것을 2009년도에 통합하면서 정식 협회가 됐다. 중소기업, 대기업 등 김치 제조기업과 명인 등 김치산업 종사자의 약 90%가 가입된 김치협회는 현재 대외적으로 김치 알리기에 노력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2020년에 매년 11월22일을 법정 기념일인 ‘김치의 날’로 제정한 것이다. ‘11가지 이상의 재료로 22가지의 효능을 낸다’는 의미를 담은 이날에는 각 지자체와 함께 김치 축제를 열어 김치의 다양성, 효능, 요리법 등을 톡톡히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치은 회장은 “이전의 김장 축제는 지역축제 하듯이 단순히 김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를 행사에 참여시켜 직접 김치를 만들어 보게 하고, 김치로 얼마나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반 소비자에게 김치 레시피를 개발하도록 하는 ‘김치 응용 요리 경연대회’는 인기 코너다. 매년 3~4명씩 선발해 수상도 하는데, 작년에는 ‘어린이가 먹기 쉬운 김치 레시피 개발’이라는 주제에 맞춰 김치와 고구마를 섞어 고로케로 만든 레시피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올해 7월에는 ‘단체급식 김치 응용 요리 경연대회’를 열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급식에 어울리는 밥류와 면류 메뉴를 개발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김치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2023년에는 미국 연방 차원에서 ‘김치의 날’을 공식 기념일로 지정해 한국과 동일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영국 왕실에서도 매년 우리나라 김치 명인을 초청해 ‘김치 담그기’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김치은 회장은 “재미있는 결과물들이 많이 나오자, 여러 단체에서 협업 요청이 꽤 들어오는 편”이라며, “일례로, 작년에는 한국도로공사와 휴게소에 공급할 수 있는 김치 레시피 개발을 함께하며, 휴게소 김치 맛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중소업체가 대다수인 김치 제조업을 한데 모아 대한민국 공동브랜드인 ‘사계담’을 출시한 것도 고무적이다. 

김 회장은 “마트에 가면 대기업에서 만든 김치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일반 농가, 소기업에서 만든 제품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공동브랜드를 출시함으로써 소비자의 접근성을 낮추고, 협회사들의 판로 개척과 브랜드 인지도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배춧값 급등에 중국산 천지…밀려나는 ‘국산 김치’ 살리려면

김치은 회장이 최근 가장 신경 써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중국산’ 김치와의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산업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김 회장에 따르면, 수입 김치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 뿐이다. 맛, 품질, 안정성은 한국 김치가 더 우수하다는 말인데, 이유는 ‘물’에 있다. 우리나라 물, 특히 수돗물은 그 자체로 음용이 가능할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반면, 중국의 수돗물은 비음용수다. 석회질 비율이 높은 물로 배추를 씻고, 재료를 다듬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우리나라 김치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수입 배추와 수입 김치로 인해 농가의 타격도 그만큼 커졌다. 작년에 배춧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자연스레 수입산이 늘었는데, 문제는 가격 폭등에 대비해 배추를 작년보다 더 심었던 농가에서는 모두 갈아엎어야 할 판이라고 김 회장은 우려를 표했다. 

김치은 회장에 따르면, 배춧값이 한 번씩 오를 때마다 국내 김치 제조시장은 7~8%씩 줄어든다. 2024년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2023년보다 약 5~6만톤 늘어난 31만1570톤이고, 현재 전체 김치시장에서 외국산 김치가 차지하는 비율은 45% 이상이라고 한다.  

 

가격 책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김 회장은 지적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중국산 배추 1kg에 900원, 세금까지 추가하면 1170원에 중국산 배추가 들어왔다. 하지만, 중국산 완제품 김치는 800원이다. 인건비, 재료비 등이 다 포함된 완제품이 어떻게 원재료인 배추보다 더 저렴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원래는 유통사에 1423원, 식당 납품가격은 1992원이 정상가격”이라며, “현재 우리 김치와 2배 이상 차이 난다. 이런 제도의 모순점을 개선해야 국산 김치가 설 자리가 생긴다. 이에 협회 차원에서 이사회를 소집해 이런 문제를 논의하고 있고, 정부에 건의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논란의 중심이었던 중국의 김치 왜곡과 관련해서도 소신 발언을 했다. 핵심은 용어 정리에 있다며, 양국에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용어를 확실히 정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사실 중국의 김치 왜곡 논란은 소통의 부재로 일어난 일”이라며, “그들은 절임 김치의 일종을 파오차이라 불러왔는데, 한국 수출 시 한국인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김치라고 표기했던 일이 확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양념에 버무린 것은 김치이고, 5~6개월 묵혀놨다가 볶음 채소로 절인 것을 파오차이라고 확실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협회 차원에서 다각도로 조사 중이고, 앞으로 용어를 확실히 정리해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30년 이상 김치 회사를 운영하며 협회를 이끄는 김 회장은 중국산 김치의 불합리한 수출통관 제도 개선과 홍보 사업을 통해 김치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산 김치 매출도 올리는 게 목표다.

김치은 회장은 “김치업계에 있는 제조업체들이 워낙 소규모가 많다 보니 협회 등록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더 많은 회사가 우리와 함께해 한목소리로 활동을 해주길 바란다”며, “이상 기후로 인해 배추 재배가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김치산업도 위축된 경향이 있는데, 우리 김치와 중국산 김치가 대등한 환경에서 경쟁만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30~40% 정도 매출이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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