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정보 통해 ‘불법 운전연수’ 뿌리뽑겠다

운전교육 시장의 디지털 혁신…티지소사이어티 오석준 대표 

 

“우리 집이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인데, 운전면허학원은 경기도 용인시 수지에 있는 시뮬레이션 학원에 다니다가, 나중에는 서울시 도봉구로 다녔어요. 혼자서 운전학원을 알아보려고 하니 찾을 수 있는 루트가 한정돼 있었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노출조차 안 되는 학원도 많았었죠. 자세한 커리큘럼과 가격을 알고 싶어도 학원을 방문해야만 알 수 있었어요.”

운전선생의 운영사인 티지소사이어티(TG SOCIETY Inc.)의 오석준 대표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운전면허를 따기까지 험난했던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실제로 주변을 돌아보면 오 대표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무작정 온라인 검색창에서 상단에 뜨는 학원을 찾아간다거나, 저렴한 가격에 혹해 불법교육을 시행하는 곳에서 연수를 받다가 중간에 학원이 없어져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흔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오석준 대표는 “대다수의 운전학원이 디지털화가 안 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드물어 고객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불법 운전교육기관이 활개를 펴는 이유이기도 하다. 

운전면허학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운전면허학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 2000평(약 6611㎡) 이상의 땅이 필요한데, 수도권에 그만한 땅을 갖고 있는 경우, 운전면허학원을 계속 운영하기보다는 개발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서울의 경우 매년 한 개의 운전면허학원이 없어지고 있고, 지금 남아 있는 9개의 학원 중 한 곳도 곧 없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오 대표는 “우리나라 운전교육의 역사는 100여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비효율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이 혼재된 채 운영되고 있다”며, “운전면허학원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소비자에게는 올바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운전면허 교육공급자에게는 시스템 자동화와 맞춤형 마케팅을 통해 매출 증대를 도모할 수있도록 할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값싸고, 편리해 좋았는데…“운전연수 업체 95%가 불법

티지소사이어티는 운전먼허학원 가격 비교 및 예약 플랫폼 ‘운전선생’의 운영사다. 이름 그대로 운전면허를 취득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운전교육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도와 시장에서 공급자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오 대표가 운전면허를 따는 과정에서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로부터 시작된다. VC(벤처캐피털리스트, Venture capitalist)로 일했던 오석준 대표는 업무 특성상 출장이 잦았다고 한다. 필요에 의해 운전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연수를 받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뜨는 학원을 일일이 들어가 찾았는데, 결국에는 불법영업에 의한 피해를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오석준 대표는 “주말에 집 지하 주차장까지 와서 나를 태우고 가면서 교육하는 방식이었는데, 수업 중간에 강사가 졸기 시작하더니 4회차부터는 아예 잠수를 타서 결국엔 수업을 끝까지 받지 못했다”며, “이처럼 많은 사람이 불법인 줄 모르고 운전연수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온라인상에서 학원 간 비교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 돼 있고, 무엇보다 집으로 방문을 해주지도 않는데 값은 더 비싸므로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운전하면서도 이런 일련의 상황을 겪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고 한다. 운전면허를 따면서 시장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알게 됐고, 불법 연수시장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운전 연수를 하는 업체 중 95%는 불법이라고 보면 된다”며,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운전 교육을 받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OECD 기준, 교통사고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고, 인구수 대비 교통사고 건수는 OECD 평균의 2.5배, 차량 1만 대당 교통사고 건수는 OECD 평균 2.8배”라며 면허를 딴 후, 운전연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운전학원 서비스 디지털화…불법 없애고 매출 오르는 방법

2022년에 본격적으로 운전선생을 출시한 티지소사이어티는 운전교육 시장에 만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전면허학원에는 디지털 전환을, 소비자에게는 학원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공급자 입장인 운전면허학원에는 그동안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어렵다고 생각했던 학원 홍보를 체계적으로 함으로써 업무 간소화는 물론, 모객 모집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오 대표에 따르면, 대다수의 학원은 온라인 예약이 불가능하다. 학원에서 주로 쓰는 ERP가 온라인 연동이 안 되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수강생들은 전화예약을 하거나 방문을 통해 예약해야만 했다. 

일부 학원은 이마저도 시스템이 안 돼 있어 아직도 고객을 수기로 받는 곳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홈페이지조차 없는 경우가 많아서 모객을 위한 광고조차 제대로 하는 학원이 드물다고 한다.

이에 티지소사이어티는 운전선생 플랫폼을 학원에 제공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우선, 위치정보 시스템과 북마크 기능 등을 통해 학원 주변 중에서도 어디에 고객이 있는지, 학원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분포도가 어떻게 되는지 제공한다. 

또한, 1:1 채팅 상담을 통해 학원 정보, 운전 교육, 예약 관련 사항을 실시간, 비대면으로 상담할 수 있도록 했고, 예약 관리시스템을 통해 예약 및 스케줄 관리 자동화, 예약 현황 및 성과 요약을 보여주는 대시보드 서비스, 수업 진행 및 예약 현황 관리를 보여주는 시간표 기능과 더불어 고객관리까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올해 초부터는 셔틀버스 루트 제안부터 데이터 분석 등 올인원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참고로, 현재 약 30%의 운전면허학원이 운전선생 서비스에 가입돼 있다고 한다. 

 

오 대표는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운전면허학원 셔틀버스의 루트를 바꿈으로써 실제 학원 매출이 오르고 있다”며, “운전면허학원 업계가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3~4% 줄었는데, 운전선생 시스템을 쓰는 학원은 작년 대비 평균 80% 이상 매출이 올랐다. 이런 것만 보더라도 앞으로 디지털화를 한 학원과 아닌 학원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운전면허를 따거나 연수를 받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앱을 다운받지 않더라도 포털 사이트에 운전선생을 검색하면 바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학원 통합 검색부터 주변 학원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제휴 학원 및 할인 여부, 셔틀버스 운행 노선 등으로 필터링해 세부적으로 정보를 볼 수도 있다. 

또한, 학원 방문과 상담 없이 수업 예약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호텔 예약 플랫폼에서 호텔을 고르고 예약하듯이 원하는 교육 상품과 날짜를 선택하면 실시간으로 예약할 수 있고, 예약 변경부터 간편 결제까지 원클릭으로 예약할 수 있다. 

오석준 대표는 “운전면허학원 특성상 성수기와 비성수기 시즌이 확연히 구분되는데, 지난 겨울방학 기준 MAU(월간 활성 사용자)가 약 14만명이었고, 올해 여름방학에는 20~24만명으로 오를 것으로 추산 된다”라고 말했다.

운전 연수부터 보험 중개, 차량 추천서비스까지 확장 계획”

티지소사이어티는 운전면허학원 비교 플랫폼에서 나아가 운전 연수부터 보험 중개, 차량 추천 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임을 밝혔다. 

 

오 대표는 “프랑스의 한 회사는 운전면허와 연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존 시장을 재편했고, 그 후 보험 중개를 하다가 보험사로 확장한 케이스가 있다”며, “운전면허학원이라는 한정된 시장만 보면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운전면허를 따고, 연수를 받고, 차를 사면 정비·보험 관련 서비스는 항상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의미 있는 시장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전했다.

우선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운전 연수 시장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지금은 운전면허학원이 방문 운전 연수를 할 수 없도록 제재를 해놓은 상황이다. 

오석준 대표는 “서울 지역만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가 없더라도 운전 연수를 할 수 있도록 교육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고, 관련해서 정부와 계속 논의 중에 있다”며, “단, 지방에서는 기존 학원에서 방문 운전 연수를 할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GA(법인보험대리점) 쪽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운전면허를 딴 뒤, 연수를 받고, 차량을 사게 되면 보험을 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첫 차 추천 서비스도 함께 내놓을 예정이다.

오 대표는 “보험사나 차량 제조사 측에서 협업 문의를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평소 관심 있던 차로 연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해당 차량에 대한 호감도가 더 올라갈 것”이라며 자신했다. 이어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한국에서 불법 운전 연수를 뿌리 뽑아 시장구조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며, “이를 통해 보험과 첫 차에서 겪는 고객들의 어려움까지 해결해 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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