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K-바비큐는 한식당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들이 즐겨 먹는 스테이크를 K-바비큐 먹듯이 조리해서 보여주니 놀라워하면서 엄청나게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특히, 식탁에서 바로바로 고기를 구우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했습니다. 현지 셰프들의 반응을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도 먹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인덕션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조리기구 개발기업인 ㈜피스월드(Peace World)의 이명옥 대표와 김상우 개발·기획본부장이 지난 5월, 미국 최대 외식산업 박람회인 ‘NRA SHOW 2025’에서 현직 백악관 셰프를 포함한 미국 현지 셰프들의 반응을 전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명옥 대표, 김상우 개발·기획본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K-푸드, 코리안 바비큐에만 한정되기보다는 우리의 기술이 외국인들의 음식문화와 어우러져 그들의 요리 트렌드를 바꿀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봤다”며, “조리기를 통해 주방의 시스템을 혁신함으로써 외식업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편하게 쓰일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겹살 좋아하는 한국인 특성에 맞는 인덕션으로 외식업계 돌풍
후드 파이프 공사를 하지 않아도 고기를 구울 때 연기와 가스를 제거해 주는 후드시스템, 삼겹살을 구울 때 기름을 걸러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얼마든지 안전하게 음식을 끓이고 구울 수 있는 인덕션, 5분 안에 뜨거운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라면 조리기.
국내 기술로 외식산업에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피스월드가 개발한 제품들이다. 피스월드의 시작은 전자 유통업을 하던 김상우 본부장이 제조업으로 회사를 전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김 본부장은 “아내이자 회사 대표인 이명옥 대표가 당시에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에서 중식당을 경영했었다. 그러다 보니 요식업에 관해서도 관심이 생기게 됐다”며, “가만히 보니까 식당에도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술을 잘만 적용하면 우리나라를 넘어 글로벌로 수출까지도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안정적으로 식당 운영을 하고 있던 이명옥 대표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김상우 본부장의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식당을 접고 개발사업과 제조에 뛰어들어 김 본부장과 의기투합을 결심했다고 한다.
피스월드가 이름을 알린 첫 번째 제품은 언더렌지다. 언더렌지가 고유명사가 됐을 정도로 외식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 제품의 특징을 간단히 설명하면 테이블 밑에 렌지를 붙인 제품이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기술력은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식당에서 겪었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비법이 녹여져 있기 때문이다.
김상우 본부장은 “보통 국내 제품이든, 독일 제품이든 자기장을 이용한 인덕션을 보면 15mm 이상 열이 투과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끓이는 용도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고기를 구워 먹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름을 걸러줄 수 있는 공간 확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우리 제품은 50mm까지 열 투과가 된다. 즉, 그릇과 인덕션 사이에 공간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에 기름을 걸러줄 수 있는 거름망을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1800W의 고성능 열효율로 조리시간을 단축하고, 테이블을 타공하지 않아도 식탁 아래에 부착하는 형태로 쉽게 설치할 수 있어 공간 활용성 면에서 뛰어나다. 여기에 화재 위험을 감식하고 스스로 제어하는 안전장치까지 탑재했다. 언더렌지의 이런 기술은 국내와 미국, 일본, 중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특허를 획득하며 인정받았다.
현재 이 제품은 CJ 제일제면소, 빕스 등 국내 140군데 프랜차이즈에 납품하고 있고, 식당 수로 따졌을 때 1700군데에 약 5만대가 판매됐다. 해외에서는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일본, 유럽,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홍콩 등 3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언더렌지에서 좀 더 발전한 모델이 배관시설이 필요 없는 후드시스템인 에코마스터다. 천장이나 바닥에 후드 파이프 연결 공사를 하지 않아도 요리 시 발생하는 유해가스 및 기름을 자체적으로 분해해 맑은 공기만 나오게 하므로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매장 인테리어를 좀 더 쾌적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자본이 한정된 소상공인이 구매를 해서 설치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이에 피스월드는 이런 소상공인을 위해 렌탈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김상우 본부장은 “한번에 구매하기에는 자본이 부족한 소상공인을 위해 계약 시 일부 금액을 내고, 나머지 금액은 나눠서 낸 뒤, 약정 기간이 끝나면 고객에게 양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이런 제도를 통해 고객은 초기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좋고, 우리는 초기 창업자가 가게 문을 닫는 불상사가 생겨도 위험부담이 줄어드니까 안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바이어 요청으로 개발한 ‘라면 조리기’…편의성·맛 잡았다
별도의 기술이 없어도 전문가 못지 않게 맛있게 라면을 끓일 수 있는 라면조리기는 이미 K-드라마를 통해 널리 알려진 제품이다.
하지만, 피스월드의 라면 조리기는 라면 조리를 넘어 떡볶이, 찌개 등 요리를 할 수 있는 만능 조리기에 가깝다. 눈여겨볼 점은 피스월드의 라면 조리기는 미국 바이어의 요청에 의해 개발하게 됐다는 점이다.
김상우 본부장은 “최근 미국 시장에서 5분 안에 뜨거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아시안 푸드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며, “그동안 패스트푸드 시장을 주름잡던 햄버거 등 단출한 문화에서 벗어나 ‘내가 빨리, 좀 더 건강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에 대한 욕구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년여 전에 개발한 피스월드의 라면 조리기는 타 업체의 제품과 달리 모두 made in Korea라는 점이 돋보인다. 피스월드가 이전에 갖고 있던 기술을 라면 조리기에 적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이명옥 대표와 김상우 본부장에 따르면, 이전의 라면 조리기는 중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들여온 부품을 조립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피스월드의 라면 조리기는 물통을 제외한 모든 부품을 자체 개발하고 있고, 조만간 물통도 자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했다.
특히, 사람마다 라면을 먹을 때 입맛이 천차만별인데, 자신이 원하는 물의 양을 설정해 입맛에 맞게 라면을 조리할 수 있고, 밥과 찌개, 밀키트 제품까지 요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덕션용 그릇을 사용할 수 있어 일회용 컵을 매번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현재 국내에 깔린 라면 조리기는 타 회사 제품까지 포함해 총 4만대 정도다. 비록 우리는 후발주자이지만, 내구성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복지 차원에서 라면 조리기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체, 간단히 3000원 미만으로 식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편의점과 1인 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미국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마트에 납품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스월드가 라면 조리기에 대한 시장성을 확신할 수 있던 이유는 NRA SHOW에서 전시물로 세워 놓은 라면 조리기에 대한 판매 요청이 있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에코마스터의 경우에는 현지의 유명 셰프들이 놀라워할 정도로 인기를 구가했다며, 이명옥 대표와 김상우 본부장은 뿌듯해했다. 이들의 목표는 글로벌 진출과 함께 3년 안에 상장하는 것이다.
이명옥 대표와 김상우 본부장은 “현직 백악관 셰프가 40년간 업계에 있으면서 수많은 박람회와 행사를 다녔는데 이것처럼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본적이 없다며 눈을 떼지 못하는 걸 보고 시장성을 봤다”며, “기획부터 디자인, 제조, 생산, 판매까지 한국의 순수한 기술로 전 세계의 음식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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